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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의료인력난 해소가 의대 정원 증원밖에 없나?
병원 의료인력난 해소가 의대 정원 증원밖에 없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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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신임 병협회장 "의대 정원 1000명 증원 추진" 공약에 의협 반발
박종혁 의협 대변인 "병원 의사 늘리기에 불과…비효율·근시안적 해결책"
정영호 제40대 대한병원협회장 당선인
정영호 제40대 대한병원협회장 당선인

지난 4월 10일 제40대 대한병원협회장에 선출된 정영호 신임 회장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이를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영호 신임 회장은 지난 2월 12일 병협회장 후보 출마 기자회견에서 의과대학 정원 1000명을 증원해야 하고, 개원 의사 1만명을 빠른 시일 내에 병원으로 보내 근무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임 회장은 의과대학을 하나 더 만들어서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의과대학 정원수가 30∼40여명으로 적은 의과대학에 추가 정원을 배정해 1000명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원 30∼40여명으로는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데, 정원수를 최소한 80여명으로 늘리면 의학과를 기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원이 되고, 교육의 질을 더 좋게 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근무로 인해 교수와 봉직 의사들의 피로도가 급증하고 있어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개원 의사들이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 회장은 "개원 의사들이 힘들다고 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번 개원하면 은행 대출 문제 때문에 문을 닫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며 "힘들게 개원하기보다 좋은 조건으로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의 진료 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해 개원 의사 1만명이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은 제39대 임영진 병협회장 때부터 나왔다.

임영진 회장 집행부는 2018년 11월 16일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 수급과 의료이용체계 개편 등 주요 정책 현안을 주제로 입원 워크숍을 열고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어 2019년 3월 7일 상임이사회에서는 '의료인력 수급개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우선 논의 의제로 ▲의대 정원 적정화 ▲전공의 수련시간 관련 대책 ▲직역간 업무범위 합리화 ▲전문간호사 활성화 ▲응급구조사 및 의료기사 등 직역 역할 부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형 확대 ▲간호등급제 개선 등을 선정했다.

의료인력의 공급 부족과 의료 인력 확충이 수반되는 정책 추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의료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는 게 당시 임영진 회장 집행부의 입장이다.

의료인력 수급개선 비대위는 2019년 3월 21일 서울 드래곤 시티에서 열린 제2차 정기이사회에서 통과되고, 같은해 4월 18일 공식 출범했다.

또 김영모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인하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과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인성의료재단 한림병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했고, 비대위는 의료인력 수급 관련 연구용역을 서울대병원에 발주한 상태이다.

서울대병원이 연구용역을 맡은 뒤 같은해 12월 21일 김연수 서울대병원장도 한 경제지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료계 내부에 파장을 일으켰다.

김연수 병원장은 "지금 처럼 의사 수가 부족하면 우리나라 의료는 기형적인 구조를 지속할 것이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물론 영상 촬영을 해도 판독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30년에는 7600명, 당장 2020년에는 18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의과대학 정원은 2007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이라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처럼 병협 전임 및 신임 회장을 비롯해 우리나라 병원을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장조차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의협도 강하게 비판했다.

정영호 신임 병협회장을 중심으로 병협이 의대정원 증원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의협과의 상생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의대 정원 수를 늘린다고 해서 지역 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의료 인력을 늘리면 대도시 집중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협이 의대 정원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형병원 집중보다 필수의료 분야에 적절하게 의사가 배치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앞으로 의사 인력 공급과잉에 따른 사회적 비용 낭비를 예상하지 못한 비효율적이고 근시안적인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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