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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방향성 : COVID-19 사태에 대응하는 유럽과 미국 의료에 대한 비판
공공의료 방향성 : COVID-19 사태에 대응하는 유럽과 미국 의료에 대한 비판
  • 박진규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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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장
박진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장 ⓒ의협신문
박진규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장 ⓒ의협신문

2020년 대한민국 경제사회를 몰아치는 COVID-19 사태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군사적 원인이 아닌 본질적으로 보건 의료의 영역이다.

COVID-19 사태를 대처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의료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의 발표처럼 우리가 COVID-19 사태를 맞이해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될 만큼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미국이나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과 어떻게 다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COVID-19가 가장 먼저 발생한 중국은 도시봉쇄를 포함한 엄격한 조치를 통해 질병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신뢰성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이탈리아·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의 상황, 그리고 악화일로에 놓인 미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대처는 정부의 표현대로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대처가 정부의 표현대로 모범적이었다면, 그 이유는 의료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미충족 필요와 너무 많은 병상 등을 언급하면서 영국식 의료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영국이나 미국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이다.

COVID-19의 확산은 유럽 전역의 국가 보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바이러스와 관련된 사망자가 가장 많다고 보고된 이탈리아에서는 병원들이 필요한 치료를 위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의사들은 부족한 자원을 분배하는 방법에 대해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리고 있다.

2018년 블룸버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가진 나라 순위를 정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내고 미흡하게 대처하는 스페인을 3위에, 이탈리아를 4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미흡하고 부족한 대처는 이탈리아·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의 원조로 알려진 영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저명한 학술지인 [The Lancet]의 주 편집자(editor-in-chief of The Lancet)인 Richard Horton은 COVID-19에 대한 NHS의 대응을 국가적 추문(National scandal)으로 규정했다.

그는 기고를 통해 '경직된 지휘 구조는 의사결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지침은 없었다, 혼란이다', '말 그대로 진행하면서 꾸며내고 있다',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해치는 느낌', 'NHS의 비참한 실패', '인도주의적 위기', '분쟁 지역에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준비를 했다', '런던의 병원들은 이미 끝장났다', '국민과 언론은 오늘날 서구(영국)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환자와 직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말문이 막힌다. 완전히 비양심적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건 범죄다. 영국의 NHS는 준비되지 않았다. 완전히 무력해졌다' 등과 같은 표현을 하고 있다.

그래픽·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전염병은 주기적인 파장으로 늘 나타났다. 잠잠했던 기간이 길 수도 있지만, 인류와 함께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1918년에도 그랬고, 1968년에도 그랬으며, 2009년에도 그랬다. 전염병의 주기성을 고려한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영국의 비극은 어디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재한 균열을 깨고 현실화한 것이다.

따라서 유럽 정부들은 최근 수십 년간 추구해 온 의료 정책의 방향성을 재고(再考)해야 한다.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질병에 취약한 노인과 병든 인구 집단이 의료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COVID-19 상태를 지나는 동안 기존의 공공의료 기반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틈이 많고, 빈약했으며, 느리면서, 비효율적이고, 비용 소모적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통제된 가격으로 민간 의료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공공 의료의 기반은 공공지출을 통한 의료의 관리 통제에 있지만, 이는 제한된 비용의 한계에 막혀있으며,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유럽의 공공의료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민간 의료와 타협을 시작하고 있으며, 이런 접근은 결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공 지출의 꾸준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데이터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의료비 몫으로 공공 지출이 감소했다.

이런 경향은 여러 가지 결과를 낳았지만, 병원 수용력의 감소라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병원의 전문 의료 서비스는 대체로 비싸며, 영국과 유럽 병원들은 여전히 대부분 공공 병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요한 해결책은 병원 병상의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1990년 이후 유럽 전역에서 치료용(급성기) 병상이 현저하게 감소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인구 1000명당 병상이 1990년 7개에서 2015년 2.6개로 줄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치료용 병원 병상이 현재 COVID-19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라는 사실이다.

유럽의 상황이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면, 미국은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해 비극이 초래되고 있다.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많은 이들의 입과 입을 통해 알려졌다.

의료비 상승은 환자들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제약 바이오를 비롯한 의료 관련 산업과 의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는 진일보를 가져온다.

COVID-19 사태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치료제 및 백신을 포함한 의료산업에는 축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감염의 위험에 놓인 미국 국민에게는 비극적 상황이다.

미국은 의료를 공공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 산업과 서비스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미국 CDC는 질병의 관리와 조절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등의 방법을 포함한 조처를 하고 있는데, 산업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미국의 정체된 의료산업 패러다임을 '원격 의료, 소셜 네트워킹,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예외적 의료 개입, 셀프서비스 진단 및 자가 관리, 인공지능 및 정보 채팅봇, 유비쿼터스 접근법' 등을 통해 의료의 변화를 촉진하고 의료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는 큰 비용이 필요하며 국민과 환자들에게 청구서를 요구하게 된다.

미국은 COVID-19 사태에 대응하면서, 진단 키트 개발과 새로운 형태의 치료법과 백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소비자, 즉 환자 중심적이라고 포장되고 있지만 보건 의료분야에서 새로운 날의 시작이라는 이정표를 선점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상업적인 것은 주로 민간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수익 창출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비극은 극단적인 산업화와 공공성의 결여에서 찾아야 한다.

다리(bridge)는 가장 약한 부분보다 튼튼할 수 없다. 학문적으로 아무리 발달하고 산업적으로 선진화돼 있더라도 부족한 공공성은 가장 기본적인 의료 접근성을 결여시켜, 미국 의료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다.

취약한 부분을 지워 감추기보다 취약한 부분에 대한 취약성을 인정하고 보강해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비극 또한 어디에선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 산업화하고 상업화된 의료라는 다리 위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나오는 잡초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이상과 같이 공공의료 방향성 이전에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 한다.

'공공 부분은 대체로 저렴하지만 비효율적이다', '민간 부분은 효율적이지만 고비용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공공 부분의 저비용과 민간 부분의 효율성을 병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을 현실화한 것이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으로 비용은 국가가 통제 관리하고 있지만, 치료의 선택은 민간에 맡겨진 적절한 구조이다.

유럽과 미국의 의료체계를 다시 바라봐야 하고,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영국 지향이 아닌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사슬의 고리 하나가 끊어지면 사슬은 끊어진다. COVID-19가 사슬 하나를  끊으려한다. 정부와 보건의료 정책 관료, 관련 학자들이 이번에는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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