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의료진이 넘고, 돈은 정치인이 버는 격?"
"재주는 의료진이 넘고, 돈은 정치인이 버는 격?"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12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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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알아주니 보람으로 여길 수밖에…

매일 걷는 병원 옆 도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이 오고 날씨도 좋아졌다. 

그러나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글을 쓰고 있는 4월 초 현재 1만 명이 넘는 환자가 생기고, 200명이 넘는 환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누군가는 생을 마감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다. 직장인들 중에는 실직을 하거나 반강제 휴직에 들어간 사람들이 있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되지 않아 고정비용이 걱정이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 그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도 괴롭다. 이들 중에 속하지 않더라도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두들 마음이 지치고 우울해지는 나날이다. 

아직 언제 다시 터질지 조마조마하긴 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의 코로나19는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던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고, 왠지 허탈한 느낌이다. 

2월 말 대구 경북에 환자가 급증했을 때 의료진들은 발벗고 나섰다. 아직 정체를 잘 모르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라면서 단 몇 일만에 1000명에 가까운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임상병리사·행정직 등이 대구 경북으로 내려갔다.

한달 동안 2500여 명의 의료진들이 자원하여 또는 파견되어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고, 마스크와 방호복도 부족한 상태에서….

대구 경북까지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많은 의료인들도 각 병원에서 선별 진료소에 투입돼 감염 의심자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감염 환자들을 돌봤다. 대학 병원 급에서는 코로나19 폐렴에 감염된 중환자를 받아 대량 수혈을 하며 내시경 진단을 하고, 음압 수술실로 이송해 수술을 통해 살려 내기도 했다.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투입되지 않은 인력들도, 코로나19 진료로 인해 생긴 일상 의료의 공백을 메워야 했다. 마스크도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아 덴탈 마스크를 끼고 잠재적 감염자들을 돌봐야 했고, 수술실에서도 매 수술마다 마스크를 바꾸지 못하고 몇 번의 수술 동안 재활용해야 했다. 

그 와중에 중간 중간 힘을 빠지게 하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대구에 내려갔던 의료진들의 수당을 슬쩍 깎았다는 소식이었다. 그 수당 때문에 내려간 것은 아니겠지만, 환자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 와서 설명도 없이 위험수당을 깎거나 휴일 근로를 제외한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받아갔다고 한다. 

3월 중순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 산발적으로 집단감염이 나타나자,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관리 강화를 위해 행정명령을 위반하는 요양병원에 대해 손실보상·재정적 지원 제한, 추가 방역조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명백한 위반 사실을 확인한 경우'에 한정한다고 해명하였지만, 메르스 과징금 부과 처분 소송에서 삼성서울병원에 1, 2심에 패소하고도 최근 대법원에 상고까지 하는 보건복지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기관이 있을까? 

두 달 정도 지나며 각급 의료기관의 경영은 악화되었다. 환자가 반토막 또는 그 이하가 되어버린 의원들이 대부분이고, 병원급도 수익이 20∼30%정도가 감소됐다고 한다. 발열감시와 출입 통제 등에 인력이 더 들어가고, 각종 감염 예방이나 소독 조치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 소모가 있지만 이에 대한 직접 지원은 없다.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은 병원을 일부 폐쇄하는 등의 피해가 있지만, 과거 메르스 때 사례를 보면 손실 지원이 충분할지 의문이다. 건보급여를 선지급하거나, 매출이 급감한 의료기관에 대출을 해준다고 하지만 어차피 줄 돈 주는 것이고, 이자 받고 돈 빌려주는 것일 뿐이다.

일단 급하니 민간 의료기관들을 갑자기 동의과정도, 물품 인력지원도 없이 강제로 선별 진료소로 지정했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감염병 대응을 핑계로 공공기관들만 돈 잔치를 할 것도 뻔해 보인다. 그 와중에 코로나를 핑계로 공공의대 설립이니, 의대 정원 확대 같은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4월 3일 기준으로 의사 25명, 간호인력 190명 등 241명의 의료인력이 감염됐다. 지역사회 감염도 있지만, 적어도 절반 정도는 진료 중 또는 원내 감염이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 지역사회에 코로나19 감염이 만연된 상태에서도 현장을 지키셨던 故 허영구 선생님(내과 전문의)께서 코로나 19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돼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지만, 필자는 오늘도 정부가 의료기관에 배급해주는, 어디서 만들었는지 상표도 안붙어 있는 싸구려 덴탈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보고 왔다. 

초창기 우한에 대규모 감염이 일어났을 때, 의협이 감염원 차단을 위한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6차례나 강력히 권고했지만 정부는 상호주의 등을 운운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코로나 확진자수 2위 국가가 되어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로부터 입국금지를 당했고, 3월 말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께서 '의료진이 지쳤다'면서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외국인 입국 금지를 해달라'고 주장했다.

4월 초 현재 정부에서는 신규확진자의 절반이 해외 유입이라면서도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의료진들이 그들에 대한 선별 검사, 그리고 확진자들에 대한 진료를 계속 백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태 발생 후 두세달이 지나가면서 의료진들은 지쳐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기약도 없다. 

그 와중에 전 세계가 한국이 코로나 대응의 모범국가라면서 추켜세운다고, 우리나라에 진단 키트를 요청한다고,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에 기조연설 초청을 받았다고 하는 소식이 들려온다.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미국, 유럽을 보면 우리나라가 괜찮게 대응해왔다는 생각도 들지만, 초기부터 입국을 제한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베트남의 사망자가 4월 8일 현재 각각 7명, 5명, 4명, 0명에 불과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200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적어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질병관리본부 실무진의 노력과, 진단키트 업체의 발빠른 대응,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로 간신히 틀어막아 두었더니, 갑자기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최근 한 정치인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버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의료진들이 느끼는 허탈함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뭘 바라고 한 일도 아니고, 다행히 국민 대다수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있으니 그것을 보람으로 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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