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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사고 후 환자 사망…손해배상 범위 낙상사고에 한정
낙상사고 후 환자 사망…손해배상 범위 낙상사고에 한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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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요양병원 간병인 관리 소홀 의무 위반만 인정…사망 인과관계 불인정
법조계 관계자, "낙상사고 대비 적절한 예방조치 한 입증자료 남겨야" 당부
ⓒ의협신문
ⓒ의협신문

병원이 채용한 간병인의 과실로 낙상사고가 발생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낙상사고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는 인정할 수 없고, 다만 병원의 사용자 책임을 물어 낙상사고와 관련한 부분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지난 2월 6일 나왔다.

A씨는 2015년 11월 B요양병원에 입원해 요양치료를 받던 중 2016년 7월 오전 7시 50분경 화장실에 가기 위해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보행 보조기구인 워커를 잡은 후 혼자 서 있다가 뒤로 넘어지면서 외상성경막하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 사건 사고 당시 A씨는 만 83세의 고령으로 인한 전신 쇠약 및 2011년경 낙상으로 인한 우축 편마비가 있어 독립적인 이동이 불가능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워커를 사용해 화장실의 출입이 가능한 상태였다.

A씨는 낙상사고 후 같은 날 오전 9시경 인근 C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7월 14일 퇴원해 같은 해 8월 19일까지 D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8월 20일부터 12월 20일까지 E요양병원에 입원해 요양치료를 받았고, 2016년 12월 20일 상세 불명의 열로 D병원에 다시 내원해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급성 폐부전으로 2016년 12월 22일 사망했다.

이에 A씨 가족들은 B병원과 간병인에게 A씨가 낙상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고, B병원은 간병인의 사용자로 관리 의무가 있었음에도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A씨가 낙상사고로 사망하게 됐다며 전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B요양병원 측(피고 측)은 "A씨의 낙상은 최선의 낙상 예방조치에도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것이고, A씨의 사망은 과거 질병인 폐암 및 당뇨에 의한 것이므로 A씨의 사망이나 상해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원고들은 A씨의 입원 당시 피고와 노인환자가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골절·타박상과 같은 신체상의 상해를 입는 경우 이에 대한 민사·형사상의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합의(부제소합의)했으므로 A씨의 신체상 상해의 발생을 청구 원인으로 하는 소송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주지방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부제소합의 사실은 인정했지만, B요양병원 측의 의료상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나 그 외 사용자책임 등 독립된 불법행위책임에 대해서까지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피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방법원은 B요양병원이 채용한 간병인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어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민법상 사용자 책임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간호기록지에 망인은 '방 밖으로 나올 때에는 워커 바를 잡고 걸을 수 있으나 기력저하로 잘 걷지 못해 직원이 망인의 팔을 잡고 함께 이동해야 함'이라고 되어 있는데, 간병인이 워커의 바퀴를 고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

전주지방법원은 "CCTV 영상에 의하면 간병인은 바퀴가 달려 쉽게 움직이는 워커를 고정하지 않은 채 A씨가 워커를 잡고 방 입구에 혼자 서있도록 한 후 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 사이에 워커가 망인 쪽으로 움직이자 망인이 몸을 지탱하기 위해 벽을 잡으려다가 뒤로 넘어지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봤다.

그러나 B요양병원의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인과관계와 관련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B요양병원은 매일 수시로 낙상 주의 표지판 부착 및 침상 난간의 올림 여부를 확인하는 등 낙상 예방 활동을 한 점 ▲B요양병원 의료진은 낙상 발생을 우려해 A씨에게 기저귀 착용을 권고했으나 A씨와 원고들은 이를 거부하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선택한 점 ▲원고들은 일반 간병비의 40% 정도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해 다른 환자와 동일한 정도의 간병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B요양병원 의료진이 A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적절한 조처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병원이 망인의 낙상방지를 위한 입원 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여렵다고 봤다.

손해배상 범위와 관련해서는 "A씨는 폐암·당뇨 등을 기왕증으로 갖고 있었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경막하출혈 또는 이에 기인한 합병증으로 A씨가 식물인간 또는 그와 유사한 상태가 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A씨의 사망 원인인 폐렴에 의한 급성 폐부전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여럽다"라며 손해배상 범위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A씨의 상해와 관련한 부분으로 제한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는 크고 작은 낙상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는데 법원은 이런 낙상사고에 대해 의료기관 측이 낙상에 대비한 최선의 조처를 했음을 충분히 입증한다면 낙상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측은 낙상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적절히 예방 조처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진료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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