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과 의사의 진료거부 금지의무
감염병과 의사의 진료거부 금지의무
  • 황다연 법무법인 혜 파트너변호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0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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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연 법무법인 혜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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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 지난 3월 초 한 환자가 대구에 거주하는 사실을 숨긴 채 서울의 대형 병원에 입원했다가 '코로나19'로 확진되었다. 당시 대구는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환자는 "대구에 방문한 적이 있냐"는 의료진의 질문에 5차례나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환자의 거짓말에 결국 해당 병원은 응급실 등 병동 일부를 폐쇄했고,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위 사례에서 1차적으로 의료진의 질문에 거짓으로 답한 환자의 책임이 가볍지 않음은 명확하다. 감염병예방법상 감염병에 관하여 주의 이상의 예보 또는 경보 발령 후에는 의료인에게 감염 여부 확인에 필요한 사실에 대하여 거짓 진술, 거짓 자료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 은폐해서는 안되며(제35조의2), 이를 위반하여 거짓 진술,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ㆍ은폐한 자에 대하여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제83조 1항 3호).

이 거짓말로 인해 병원은 환자와 같은 층 환자 30여명을 포함해 2개 층 환자 70여명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이 2개 층을 폐쇄했다. 환자와 접촉한 의사·
간호사·이송요원·청소부 등 70여명도 검사 및 격리, 이동금지 등의 조치 등도 이어졌다. 병원은 23일에서야 다시 환자를 받을 수 있었다. 2주간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그동안의 의료공백과 추가감염 위험까지 생각하면 너무나 큰 희생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앞서 방문한 병원에서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이 환자측의 주장에 근거해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의료법 제15조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데도 진료를 거부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무엇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에서 유권해석으로 내놓고 있는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는 다음과 같다.

■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하여 진료를 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
■ 병상, 의료인력, 의약품, 치료재료 등 시설 및 인력 등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 의원 또는 외래진료실에서 예약환자 진료 일정 때문에 당일 방문 환자에게 타 의료기관 이용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경우
■ 의사가 타 전문과목 영역 또는 고난이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 타 의료인이 환자에게 기 시행한 치료(투약, 시술, 수술 등) 사항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등 의학적 특수성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치료가 어려운 경우
■ 환자가 의료인의 치료방침에 따를 수 없음을 천명하여 특정 치료의 수행이 불가하거나, 환자가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치료방법을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경우
■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하여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여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
■ 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함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는 필요치 아니함을 의학적으로 명백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 · 1차의료기관 · 요양시설 등의 이용을 충분한 설명과 함께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여건, 위급성, 치료필요성 등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해당 환자를 진료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전파력이 매우 강한 감염병이 확산된 시기에 감염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경우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음압병상, 진단키트, 의약품, 보호구 등 시설 및 인력을 구비한 감염병 전담병원에서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월 28일 의사 14명 등 대구지역에서 의료기관 종사자 12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발표했다. 의료인 감염은 확진자들이 확진을 받기 전 노출돼 진단된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호구 등 시설 및 인력을 구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진료는 결국 의료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나아가 감염병 의심 환자의 진료는 병원 내 입원해 있는 다수의 취약한 환자들 또는 방문객 등 접촉가능한 다른 사람들의 생명권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는 만큼 한쪽의 의무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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