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포도 봉봉
진달래, 포도 봉봉
  • 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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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전진희ⓒ의협신문
photo@전진희 원장ⓒ의협신문

겨우내 마른 가지는 
이내 물이 오른 흐린 연두빛을 띄웁니다.
그 가지 끝에는 
색깔 영롱한 분홍 진달래가 달렸습니다.

이른 아침 진달래의 분홍은 
당신의 입술을 떠오르게 합니다.

병원 침상, 그 마른 듯한 장소는 
당신으로 인해 환해졌습니다.
머리에 두른 화려한 빨강 스카프와 
입술에 머금은 분홍 립스틱은 
이곳이 화려한 장터가 되게 해주었습니다.

당신은 이내 노래 한 자락을 뽑았고 
이내 깔깔 크게 웃었습니다.
"에고 이이는 참 신명이 좋아"
침상의 동료들은 
당신을 
참 좋아했습니다.

"이거 먹어" 
종이가 가득 찬 철로 된 두꺼운 차트를 들고 들어선 내게 
당신은 포도 봉봉을 박스 채로 전합니다.

당신이 전해준 박스의 무게는 
나에 대한 존경이며
당신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앳되던 나는 중년의 여의사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나는 당신이 건네준 포도 봉봉을 기억합니다.
묵직한 책임의 무게를 오늘도 상장처럼 새겨봅니다.

나는 당신의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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