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과서, 따라 하다 코로나 걸린다
초등 교과서, 따라 하다 코로나 걸린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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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재채기 손으로 가려라?...오류 55곳, 보건교과 가장 많아
안지현 한국의학연구소 부장 "의사·의과학자 참여 저조 원인"
초등학교 교과서 오류 예시.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기침이나 재채기는 옷소매 윗부분으로 가리고 할 것을 권장한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초등학교 교과서 오류 예시.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기침이나 재채기는 옷소매 윗부분으로 가리도록 권장했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뇨병은 소변에 당분이 섞여나오는 질병?(X)→혈관 내 포도당 농도가 많이 올라가는 질병(O)
기침이나 재채기는 손을 가리고?(X)→옷소매 윗부분에 입과 코를 가리고!(O)
정신과, 비뇨기과(X)→정신건강의학과, 비뇨의학과(O)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보건의료 관련 오류 내용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바른 건강정보 보급을 위해서는 의사·의과학자가 교과서 제작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안지현 한국의학연구소 교육연구부장(대한임상순환기학회 정보통신이사) 연구진은 3월 '초등교과서 보건의료 관련 내용의 의·과학적 사실 검증 및 개선 제안'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주관한 연구사업에 의해 수행한 것으로 의료정책포럼 최근호(68호)에 게재됐다.

연구진들은 초등학교 교과서 보건의료 관련 내용을 검토한 결과, 총 55곳에서 오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분석 결과, 건강정보 오류의 종류로는 '명백한 오류'가 30%, '불분명한 기술(명백한 오류는 아니나 기술이 모호해서 학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28%, '용어의 문제(의학용어와 다른 용어를 사용한 경우)'는 42%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연구진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초등학교 교과서에 포함된 보건의료 관련 오류내용을 하나씩 짚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 "무는 기침감기에 도움이 되고, 고구마는 소화가 잘 된다"고 소개한 점을 짚으며 "무가 기침감기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약하며 고구마 역시 섬유소가 많아 소화보다는 배부름을 주고 배변활동에 좋다"고 정정했다.

초등학교 5학년 체육 교과서에 '우리 몸에 해로운 약물'에 커피를 기재한 것에 대해서도 "커피는 당뇨병, 대사증후군, 일부 암(간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를 '해로운 약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일사병으로 의식이 없을 경우, 아무 것도 먹이지 않는다"고 기술한 데 대해선 "먹이지 않는다고 끝나지 않고, 응급으로 후송한다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한편, 전체 학년 교과서 중 90% 이상의 건강정보 오류가 5·6학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진들은 해당 학년에서 건강정보가 다수 포함된 보건 교과서를 배우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보건의료 관련 교과서 외 교과목에서도 건강 관련 기사를 인용하는 등 건강정보가 다수 수록돼 있었다. 하지만 건강정보 오류는 보건 관련 교과서(보건, 보건이야기)가 약 80%를 차지했다.

내용 자체의 오류 외에도 연결되지 않거나 활성화되지 않은 사이트를 '유용한 사이트'로 소개한 사례나 개인 운영 블로그 등 객관적으로 신뢰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이트 정보를 인용한 일도 있었다.

연구진들은 "교과서에 대한 교사·환자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교과서에 대한 수업 의존도와 활용도가 높아, 교과서의 오류에 민감하다"며 나아가 "잘못된 건강정보는 국민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잘못된 정보를 통해 조장된 불신은 의사-환자 신뢰 관계를 무너뜨려, 질병 진단·치료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올바른 건강정보 보급을 위해 의사·의과학자가 교과서 제작에 관심을 두고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지현 부장은 "교과서의 건강정보 오류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개념을 전달해 잘못된 건강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험문제 출제 자료로 사용되므로 문제 및 답안 오류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들은 "학창 시절부터 노출되는 교과서를 통해 올바른 건강정보를 접해야 한다. 그래야 '안아키'처럼 음모론에 기반한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논리적으로 맞서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보건교과서 집필에 의사, 의과학자의 참여가 저조하다. 전문적인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대한의학회 등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과 채소가 황사·미세먼지가 도움이 된단 연구는 극히 적으며 연구결과의 근거 강도 역시 약하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물과 채소가 황사·미세먼지가 도움이 된단 연구는 극히 적으며 연구결과의 근거 강도 역시 약하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초등학교 교과서 오류 예시. 당뇨병은 혈관 내 포도당 농도가 많이 올라가는 질병이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초등학교 교과서 오류 예시. 당뇨병은 혈관 내 포도당 농도가 많이 올라가는 질병이다. (자료=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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