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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은 좋지만, 주연은 안돼?" 의사 비례대표 잔혹사
"조언은 좋지만, 주연은 안돼?" 의사 비례대표 잔혹사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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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비례공천 작업 마무리...의사 4명 도전, 당선안정권 1명 뿐
'19대 3명→20대 0명' 의사비례 명맥 흔들...보수정당 2회 연속 당선권 '배제'
ⓒ의협신문
ⓒ의협신문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의료계는 여느 때 보다 높은 기대와 관심을 갖고 각 당의 이번 비례대표 공천과정을 지켜봐 왔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대부분 정당이 이에 대한 해법과 입장을 내놨고, 향후 입법을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인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리라고 판단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밖이다.

21대 총선 비례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사는 모두 4명. 이 중 당선안정권에 배치된 인물은 더불어시민당 신현영 후보(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가 유일하다.

의사출신 비례대표 4명 공천...당선안정권은 1명 뿐

ⓒ의협신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순위로 지명된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의협신문

4·15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비롯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이 총선 출마 비례대표 공천작업을 사실상 모두 마무리 지었다.

이번 비례대표 공천에는 적잖은 의사출신 후보자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앞다투어 코로나 대응 기구를 만들고 의료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구해왔기에,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각 정당 비례공천 결과, 개별 정당 최종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사출신 비례대표 후보는 모두 4명이다. 다만 당선안정권에 안착한 인물은 더불어시민당 신현영 후보가 유일하다.

실제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1순위로 공천한 더불어시민당은, 당초 더민주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24번의 순번을 부여했다.

미래한국당은 김철수 전 대한병원협회장을 36번 후보로 넣었고,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와 함께 대구 코로나19 현장 의료지원에 나섰던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를 10번째 후보로 배치했다.

신현영 교수를 제외하고는 당선안정권과 다소 거리가 있다.

당초 미래한국당 비례순번 22번을 받은 방상혁 상근부회장과 열린민주당에서 비례후보 12번을 배정받은 서정성 광주광역시 남구의사회장은 비례대표 후보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조언은 좋지만 주연은 안돼?" 방 부회장 자진사퇴 파장

미래한국당 비례공천에 도전했던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 미래한국당은 방 부회장에 최종 22번의 순번을 부여했고, 방 부회장은 24일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의협신문
미래한국당 비례공천에 도전한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 미래한국당은 방 부회장에 최종 22번의 순번을 부여했다. 방 부회장은 24일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의협신문

특히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의 미래한국당 비례후보 자진사퇴는 이번 공천에서 기성 정당이 의사 비례대표 후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국회 안팎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방 부회장은 그간 의협과 뜻을 같이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오랫동안 문제인식을 함께 해 온 만큼 이의 해법을 마련하는 작업도 함께 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야당은 의료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구하면서도, 결국 의사가 직접 국회에 들어가 전문가적 식견으로 해법을 마련할 자리는 내놓지 않았다.

미래한국당은 당초 방상혁 상근부회장을 비례대표 20번에 배치했다가, 공천 파동을 겪으며 최종적으로 22번으로 재조정했다.

그 사이 의료계는 방 부회장의 국회 입성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최종 순번은 오히려 당선권에서 더 멀어졌다.

당의 결정을 놓고 의료계에서는 실망과 분노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방상혁 부회장은 지난 24일 비례후보를 자진사퇴했다. 

방 부회장은 "의협 차원에서 비례후보로 지원한 것이나 의사회원들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기에 사퇴를 하게 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인 의협의 위상애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대 3명→20대 0명' 의사 비례대표 명맥 흔들...미래통합당 2회 연속 당선권 '배제'     

지난 19대 국회까지만 해도 적잖은 의사들이 주요 정당 비례대표 자격으로 국회에 진출해 활약을 펼쳤다.

17대 국회에서 안명옥 의원(한나라당)이, 18대에서 조문환 의원(새누리당)이 활약했고, 19대에서 김용익(더민주)·신의진(새누리당)·문정림(자유선진당) 의원이 각 정당 비례공천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의사 비례대표의 명맥은 20대 국회 들어 완전히 끊겼다. 당시 공천에도 적잖은 의사들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누구도 각 정당으로부터 당선권 순번을 배정받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 의사출신 의원은 지역구 5명을 포함해 모두 8명에 달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신상진·박인숙(이상 미래통합당)·윤일규(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명으로 확 줄었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신상진 의원은 "300명의 국회의원 중 의사는 단 3명뿐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1% 수준"이라며 "의료계 인사들이 총선에 참여해 국회에서 법·제도를 개혁하는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일규 의원은 "현재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의사가 없다. 의사가 없어도 된다는 얘기"라는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대응체계 개편 등 입법 현안이 산적한 상황인데도 의료계 홀대가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지는 보수당에서 19대 국회 이후 단 1명의 의사에게도 비례대표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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