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길을 걸으며3
[새책] 길을 걸으며3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3.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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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지음/도서출판 지누 펴냄/1만 5000원

대부도 와유당(臥遊堂)에서는 바다와 하늘이 벗이 된다. 말 그대로 누워서 유유자적 하는 곳이니 세속 빛깔에 찌든 번뇌도 이내 잦아든다. 자연스레 펼쳐지는 상념은 수려한 글줄기와 만나고, 몸에 배인 익숙한 손놀림은 앵글 속에 풍광을 옮긴다. 그렇게 와유첩(臥遊帖)은 세상에 나왔다.

김진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세 번째 사진집 <길을 걸으며3>을 펴냈다.

전문 포토그래퍼의 앵글과 샷이니 '결정적 순간'은 즐비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글 잔치도 풍성하다. 자연과 함께 하며 그대로를 앵글에 품고 떠오르는 시상과 꾸밈없는 삶은 글 속에, 시 속에 담긴다.

그 뿐 아니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이름 모를 들꽃과 대화하며 생명을 부여하고, 모든 영적인 존재에 대한 의문을 찾는 순롓길은 삶의 진정한 의미에 한 걸음 다가서게 한다.

그는 '세상살이에 힘겨워 끙끙거릴 때' 카메라를 만났다. 그리고 한가한 날이면 카메라에 의지해 들로 산으로 길 없는 길을 걸었다. 길을 걸으며 마음을 담으니 시간은 멎었고, 차갑게 얼어붙은 가슴엔 따뜻한 불빛이 흔들거리며 다가왔다. 카메라는 삶의 동반자였다.

그는 은퇴 후 지금 와유당에 거한다. 와유당은 어떤 곳일까.

잠 못 이루는 밤엔 창에 비추는 별빛을 쫓아가고, 흐린 날엔 벽에 걸린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비오는 날엔 처마에 매달린 무심한 빗물 되어 함께 떨어지는…. 그리고 홀로 누워도 외롭지 않고 홀로 앉아도 벽에 걸린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무릎 펼 만하고 어깨 쉴 만하니 됐고/머리맡에 내 맘에 책 몇 권 있고 그림 몇 점 걸렸으면 분수 알고 욕심 버려 백발이나 쓸어 올리리라/찾아오는 친구 없어 홀로 잔을 채우는데…열린 사립문으로 소리 없이 달빛 밝게 스며든다/바람 없는 밤인데 달님에 너무 권했나…임이 취하니 마당에 나무 그림자도 비틀거린다/……/밥상에 고기는 없어도 뒷마당에 대숲이 속삭이고 침실에 금침은 없어도 앞마당에 솔숲이 고요하니/바람 없는 밤이면 술잔에 맑은 달을 담고 바람 부는 밤이면 가슴에 쌓인 정을 풀고/아서라 세상 속에 서 있어 근심 버리고 이제는 와유당에 누워서 꿈에 살리라."

와유당에서의 삶이다. 그 곳에서 그는 이렇게 세상과 마주한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길 없는 길 ▲삶의 길 ▲역사의 길 ▲천상의 길 ▲나의 길 등을 통해 아프리카·네팔·이집트 등의 아름다운 풍광이 그대로 옮겨지며, 인생을 관조하는 유려한 글과 이야기들은 덤이다.

그는 말한다.

"길을 걸으며 발 밑의 소리와 머리 위에 빛을 가슴에 담았다"(☎ 02-327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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