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 없음에도 검찰 기소 무리수…대법원 기각
의료과실 없음에도 검찰 기소 무리수…대법원 기각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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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사실 입증하지 않고 추정만으로 기소"…대법원 상고 기각 '무죄'
"수사 단계서 의사 과실 없음에도 법리 오해"...검찰 무리한 기소 비판
검찰이 의사의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했음에도 기소와 대법원 상고까지 진행,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검찰이 의사의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했음에도 기소와 대법원 상고심까지 진행,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의료감정회신을 통해 의사의 과실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물어 재판까지 진행한 사건에서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3월 12일 검찰의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1심, 2심 재판부가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그대로 인정,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법원 판결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관련 법리를 오해하고, 의료감정회신조차 인정하지 않으면서 의사에게 무리하게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우려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판 단계에서도 재판부는 과실 증명을 위한 증거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는데 검사가 항소 및 상고까지 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

A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소아심장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B의사는 2016년 6월 29일 오전 8시 30분경 폐동맥 고혈압과 판막 협착 증세를 보인 C환아(여, 4세)에게 풍선 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키로 했다.

B의사는 오른쪽 골반에 구멍을 뚫고 유도 철선(Wire)을 통해 풍선을 피해자의 주 폐동맥 판막 부위까지 집어넣은 뒤 풍선에 액체를 수회 넣었다 뺐다 하면서 혈관을 넓히고, 오전 11시 9분경 풍선 도자에 스텐트를 입힌 후 이를 유도 철선을 따라 삽입했다.

시술 도중 폐동맥 판막 부위 입구에서 턱에 걸려 스텐트가 삽입되지 않자 밀어 넣었는 데, 압력으로 스텐트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변형이 생겨 더는 삽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스텐트를 제거하기로 판단하고, 빼내던 중 골반이 있는 외장골 정맥 부위에 이르러 스텐트가 빠지지 않았다. 스텐트는 혈관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된 상태였다.

C환아는 같은 병원 이식혈관외과 의사로부터 '스텐트 제거 및 강선 제거술, 총장골정맥 및 외장골정맥 단단문합술'을 받았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6월 29일 오후 7시경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6월 30일 오전 3시 35분경 불응성 대사성 산증으로 인한 파종성 혈관 내 응고 등으로 사망했다.

검사 측은 B의사가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스텐트 시술 과정에서 합병증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심(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검사 측은 "B의사는 스텐트를 빼내기 위해 지속해서 잡아당기고, 한편으로 스텐트 제거를 위해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snare catheter)를 사용하다가 올가미(snare) 2개가 몸속에서 끊어지는 등 같은 날 11시 50분경까지 약 41분간 무리하게 수술 없이 스텐트 제거를 시도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텐트 갈고리에 걸려 피해자의 외장골 정맥이 파열되고, 대퇴 쪽으로 구겨지게 되는 등 혈관 손상을 입혀 그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고, 이후 약 3시간이 지난 오후 3시경이 되어서야 같은 병원 이식혈관외과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았으나 사망했다"며 B의사의 의료과실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B의사의 의료행위에 어떤 과실이 있었다거나 B의사의 의료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보아도 달리 B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어떤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스텐트 삽입 과정에서 스텐트의 변형 등으로 더는 삽입할 수 없어 이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를 사용하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먼저 사용하는 방법인 점 ▲스텐트를 그대로 둘 경우 부정맥·혈전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스텐트를 심장에서 가능하면 말초혈관으로 이동시킨 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한데, B의사는 스텐트를 대퇴정맥까지 이동시키려고 한 점 ▲스텐트를 대퇴정맥까지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혈관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이 과정에서 하대정맥부터 장골정맥 등 상위 부가 모두 손상됐을 수 있는데 그런 손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상부 정맥 손상이 없어서 고리형 카테터가 끊어진 사실만으로 B의사가 무리하게 스텐트를 제거했다고 볼 수 없는 점 ▲피해자는 대혈관 전이의 두 번 수술과 심한 폐동맥 협착으로 심장에 이미 부담이 있었던 상태여서 심각한 부정맥과 심기능 부전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B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심각한 출혈이나 무리한 혈관 손상이 없었다는 점 등을 짚었다. 1심 재판부는 "출혈이나 혈관 손상이 피해자의 사망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검사 측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서울남부지방법원) 역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B의사가 피해자의 출혈을 확인하고 수술을 통해 스텐트를 제거하기로 한 다음 피해자를 수술실로 보내기까지의 시간 동안 적절한 조처를 했다고 판단했다.

스텐트를 제거하기로 하고, 곧바로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보호자로부터 수술동의서를 받은 사실, 병실에서 수혈을 함과 동시에 출혈 부위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상태를 살핀 사실 등이 모두 적절했다고 본 것.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사로서 지켜야 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결과에 불복한 검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을 살펴본 결과,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치사죄에서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피고인 측 변호를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의료행위와 관련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하려면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데, 검사 측은 형사사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해 입증을 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추정만 했다"며 "검사 측의 주의의무 위반, 의료행위와 사망 관계의 인과관계 존재 여부에 대한 주장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다른 대학병원 사실조회 회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회신 등 각종 증거에 비춰볼 때 업무상 과실이 전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의료감정회신을 근거로 B의사의 업무상 과실(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는 검사의 주장은 주관적·자의적 의견에 불과할 뿐으로 객관적·실체적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수사 단계에서의 감정회신에서도 시술 과정에서의 과실이 없다고 했고, 공판 단계에서도 과실 증명을 위한 증거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아 무죄로 판단된 사건"이라고 밝힌 조 변호사는 "검사가 법리를 오해해 상고까지 간 무리한 재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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