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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터질 게 터졌다" 방역가스 얼굴 살포 사건...'공보의제도' 재검토해야
"터질 게 터졌다" 방역가스 얼굴 살포 사건...'공보의제도' 재검토해야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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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전남·여수시 행정당국 사죄...책임자 문책" 요구
대구 파견 의료진 혐오 발단…"공보의 인권유린 경악"
방 안에 방역이 이뤄진 직후 사진 (제공=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의협신문
방 안에 방역이 이뤄진 직후 사진 (제공=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의협신문

전라남도 여수시 소재 섬에서 방역 직원이 대구 코로나19 현장에 파견 근무를 다녀온 공보의 숙소에 들이닥쳐 방역가스를 살포한 사건이 발생,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전라남도와 여수시 등 행정당국의 사죄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해당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뿐 아니라,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가장 큰 책임은 행정당국에 있다.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건은 지난 12일 전라남도 여수시의 한 섬에서 발생했다. 방역직원은 대구지역으로 파견을 다녀온 공보의 숙소로 들이닥쳤고, 강제적으로 방안에 방역가스를 살포하기 시작했다. 공보의는 피할 새도 없이 얼굴과 몸에 그대로 연기를 맞았다. 방 안에 있던 음식도 모두 버려야 했다.

이에 대해 전라남도 행정당국은 "원래 예정된 방역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치과와 한의과 공보의 숙소에는 방역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역은 보건지소 이외에 의료기관이 없는 섬으로, 두 명의 공보의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한 사람이 차출되면 나머지 한 사람은 쉼 없이 근무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 이 공보의는 대구지역 차출 당시, 행정당국에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 진료를 마치고 돌아온 공보의는 격무에 시달린 동료를 위해 선택사항인 2주 동안의 자가격리를 포기한 채 근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해당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대구를 다녀온 의사가 바로 진료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공보의 얼굴 방역사건을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하며 "가장 큰 책임은 행정당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대구지역으로 인력을 차출한 점, 인력부족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동료를 위해 2주간의 자가격리 없이 조기 복귀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중재도 없었던 점, 주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 전라남도의사회와 함께 해당 공보의를 보호하기 위해 즉시 섬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행정당국에 요청했지만, 의료공백을 이유로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해당 공보의는 나흘 동안 섬에서 불안한 상태로 지내야 했다.

벽오지 공보의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지속해서 불거졌다. 특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섬 지역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보의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보건지소가 사실상 24시간 응급실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해 근무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초과근무 보상이나 응급상황에서의 법적 책임소재 등의 문제는 수십 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은 공보의를 그저 '중앙에서 파견해준 값싼 의료인력'으로 보고, 보호나 지원은 제대로 해주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한 삼류행정의 끝장판"이라며 "지자체의 '싼값으로 젊은 의사 100% 활용하기' 제도로 전락해 버린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이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관리 책임이 있는 전라남도와 여수시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해당 공보의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에는 "지자체의 공보의 운용 실태 파악과 이에 따라 인원 배정을 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면서 "공중보건의사 제도 운용 관련한 각 지자체의 연례 계획서 및 보고서 제출 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협은 "전라남도와 여수시 당국의 대구 파견 조치 및 후속 조치, 해당 공보의에 대한 인권유린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해당 지역 공중보건의사 인원 배정 취소를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지역 파견을 다녀온 의료진에 대한 혐오가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힌 의협은 "이런 분위기는 결국 의료진의 사기를 꺾고 적극적인 진료를 저어하게 해 코로나19 사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부가 신속하게 책임 있는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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