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건 위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는 코로나19
글로벌 보건 위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는 코로나19
  • 이필수 의협 부회장(의협 중소병원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16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염병 전쟁 최일선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의료기관 지원 서둘러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의협 중소병원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의협신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의협 중소병원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의협신문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글로벌 보건 위기에서 금융 위기로 악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국가 보건 위기 상황이 한 달째 지속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최일선에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은 인력과 장비의 부족에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밤낮없이 전쟁에 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점차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식업, 관광업, 운수업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 업종의 수입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유가의 급락과 미국 뉴욕 증시가 추락하자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주식매매를 일시 중지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13일 코스피·코스닥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는 주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186명의 환자가 발생, 상대적으로 중소병원의 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전체 의료기관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특히 중소병원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병원들은 그동안 만성적인 저수가로 인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사명감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하고,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하면서 환자가 많이 줄었다. 게다가 최근 3년간 32%나 인상된 최저임금의 여파로 인해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한 중소병원들은 그야말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은 폐쇄되거나 코호트 격리로 인해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의료기관도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직원들 월급 주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복지서비스 분야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2018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서비스 분야는 매출 10억원당 종사자 수가 13.56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5.7명)의 2.3배가 넘는다. 보건산업진흥원의 2016년 병원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의료기관의 의료수익 대비 원가 비율이 96.5%에 이른다. 매출 100만원에 비용이 96만6천원이고 이익이 고작 3만5천원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 지속한다면 많은 중소병원이 도산하고, 여기에 종사하는 의료 인력의 실직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지원 대책의 상당수가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의 고용안정을 위해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재고량이 50% 증가했거나 생산량·매출액 15% 감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월 매출이 10%만 감소해도 당장 직원 급여조차 줄 수 없는 중소병원으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의료수익 대비 원가비율이 제조업보다 매우 높은 중소병원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 고용 유지 지원' 적용 시 중소병원의 경우 매출액 15% 감소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24조 제8호에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의 범주로 간주해 '특별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선지급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한 선지급 세부 사항을 보면 요양급여비용 양도(메디칼론) 의료기관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메디칼론은 건강보험 청구금을 담보로 한 신용대출이어서 중소병원을 비롯한 대부분 의료기관이 이용하고 있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메디칼론을 쓰고 있다고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두 곳뿐인 메디칼론 취급 은행도 확대해 의료기관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신용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각급 기관들의 정책 자금과 지원금 역시 중소병원이 신속하고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중순경 코로나19 환자의 치료·진료·격리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을 수가 없다. 비록 방역과 감염병 확산 방지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하지만 피해를 본 의료기관들은 상황이 너무도 급박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의료기관이 갑작스레 폐쇄되거나 격리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기관 폐쇄는 기존 환자의 치료에도 공백을 가져온다. 

현재의 의료기관 폐쇄 등 코로나19 진료나 치료·입원 관련 지침은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 지침을 적용하고 있어 당시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현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의료기관에 대한 폐쇄 기준과 진료 재개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일정 기준의 방역 조치 후에는 신속하게 진료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와 의료기관의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의료기관에 요구하는 자료 제출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유사한 내용의 자료를 수시로, 기관마다 각각 다른 서식으로 요구하고 있어 의료기관에는 과중한 짐이 되고 있다. 

정부는 단일 보고 체계를 확립해 각급 기관이 개별적으로 자료를 요청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즉시 개선해야 한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감염병이 보건의료의 문제에서 경제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 힘을 모아 조속히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증 전쟁에 임하는 의료기관들 특히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기 바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