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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의사 파업은 의사 입장 알린 것"...'무죄' 판결
"2014년 의사 파업은 의사 입장 알린 것"...'무죄' 판결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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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원격진료·의료민영화 반대 정치적 의사 표현"
"위법성 판단 기준, '경쟁 제한성·부당성' 모두 인정하기 어려워"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 노환규 전 회장, 최대집 회장이 3월 12일 2014년 의사총파업 무죄선고를 받은 직후 모습 ⓒ의협신문 홍완기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 노환규 전 회장, 최대집 회장이 3월 12일 2014년 의사총파업 무죄선고를 받은 직후 모습 ⓒ의협신문 홍완기

2014년 의사 총파업은 보건의료 정책 결정에 대한 의사들의 의사표현 수단인 만큼 '무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집단휴진 후 약 6년 만의 선고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2014년 당시 의협 기획이사)과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2014년 의사 총파업이 의사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고 봤다.

김성훈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집단휴진은 당시 원격진료, 의료민영화라는 정책 결정에 의료인들이 반대하면서 초래된 것이다. 원격진료나 의료민영화는 누가, 어떻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문제이자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며 "(집단 휴진은)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의사결정 표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사건과 관련한 행위를 정리했다.

검찰은 ▲사업자 단체로서 상품의 생산·출고·수송·용역에 대한 제한행위를 통해 공정 경쟁을 제한했다는 점 ▲두 번째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점을 들며 의협 노환규 전 회장·방상혁 상근부회장·사단법인 의협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3·10 집단휴진이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경쟁 제한성과 부당성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경쟁 제한성과 관련해 김성훈 판사는 "집단 휴진은 원격진료·영리병원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가격이나 수량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었다고 보인다"며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 특성상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고, 의료서비스 품질이 나빠졌다고 볼 사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성훈 판사는 "의료소비자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의료기관을 가야 할 불편성이 나타났지만, 이는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검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의협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쟁 지침 등을 공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의사들에게 참여를 강제하거나 불이익 등으로 규제하지 않았다"며 강제성이 없었음에 무게를 뒀다.

이외에도 ▲심평원 추산 당시 파업 참여율이 20.5% 정도에 불과했던 점 ▲휴업 등 참여에 대해 개개인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며 집단 휴진이 사업 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3월 12일 2014년 의사총파업 무죄선고를 받은 직후,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완기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3월 12일 2014년 의사총파업 무죄선고를 받은 직후,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완기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무죄 선고 직후 "만 6년 만이다. 그간 변호인을 통해 주장한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당연한 선고가 나온 데 감사하다"며 "의료와 관련된 주요한 정책에 의사들이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나마 인정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판결문을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양심이 있는 재판부가 있다는 걸 느꼈다. 이번 판결은 두 사람과 의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13만 회원 모두에게 의미 있는 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곤경에 빠진 대구지역 선별진료소에서 감염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검체 채취를 비롯한 의료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오늘 판결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 의사 집단행동을 정당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을 중요한 준거로 삼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러 의료문제를 바로잡는 데 집단행동을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가지고 있고, 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14년 집단 휴진을 둘러싼 소송은 형사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재판부)과 행정 소송(대법원)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를 놓고 진행하고 있는 행정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2016년 3월 17일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은 부당하다"며 취소 판결했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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