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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코로나19 사태(事態)에 의료도 관군(官軍)보다는 민군(民軍)이!
코로나19 사태(事態)에 의료도 관군(官軍)보다는 민군(民軍)이!
  • 신종찬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1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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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찬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서울 도봉구·신동아의원장, 시인)
신종찬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신종찬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온 나라가 코로나19 사태로 술렁이고 있고, 마침내 세계보건기구까지 전 세계적인 유행인 판데믹(pandemic) 초기단계가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사태는 블랙홀처럼 세상의 모든 일들을 삼킬 듯이 점점 커지고 있다. 모처럼 모든 언론이 전문가인 의사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대처에 대한의학회 산하 감염학회의 자문을 받는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신에 정치권과 가까운 편향된 일부 관련 의사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치료의 최일선에서 의사들은 국민을 어떻게 설득해야 국가는 물론 자신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금세기에 들어와 2003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에 이어 코로나19로 코로나바이러스(corona virus)가 벌써 세 번째 인간을 공격해 왔다. 나라가 흔들릴 정도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정치권은 나름의 대책까지 내놓으며 다음에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는 동안 여야가 바뀌고 또 바뀌었다. 야당 때는 여당의 대처를 공격하는데 능숙하였으나, 집권 후 같은 사태에 대처하는데는 점점 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번 늘어나는 사망자의 숫자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변하겠다 했지만 변한 게 없다. 이에 최일선에서 진료를 담당하는 미미한 일개 민초 개원의이지만, 하도 답답하여 붓을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의사라면, 특히 내과나 소아청소년과처럼 감기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선생님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이름이다. 환자를 볼 때면 늘 교과서를 상기시킨다. 상기도염을 일으키는 원인 중에는 바이러스가 가장 흔하며, 그 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4번째로 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종(strain)이 많기 때문에 한 번 감염이 된 후에도 재감염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바이러스에 의한 숙주적응면역(host adaptive immunity)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연이은 재감염에 의한 중증도는 이미 가지고 있는 면역력에 의해 조절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감염으로 인해 호흡기 상피세포가 파괴되느냐 안 되느냐다. 염증부위에서 분비되는 싸이토카인이 이런 병리현상을 담당하고 있다. 상피세포가 파괴되면 호흡곤란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바이러스 감염 후에 2차 세균감염까지 온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약은 없지만 이런 과정을 잘 통제하면 무사히 나을 수 있다. 

현재 정부와 보건당국이 주체이지만 실제로는 의료인들이 목숨을 담보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점점 악화되는 상황은 분명히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권의 책임이다. 두 번이나 같은 사태를 겪으며 정치권은 국민에게 의료제도를 개선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의료시설 준비에 만반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루어진 것은 미미하였고 결과는 전보다 더 나빠졌으니 먼저 정치권 책임이 커 보인다. 한편 의료계도 최고 전문가 단체로서 일련의 사태 이후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성싶다. 

의료계 중에서도 정치권 가까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이, 때로는 전문가로서 균형을 잃은 발언으로 사태를 올바르게 이끌지 못하는 실수가 부족한 제 눈에도 역력히 보인다. 

한 예를 들어보겠다.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감염병 전공 모 교수는 처음에는 무증상 환자가 병을 전파시키는 예가 없다고 확언했다가, 사태가 악화되고 무증상인 불현성(不顯性) 감염이 전파에 가장 문제가 되자, 아무런 사과도 없이 슬그머니 불현성 감염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애초부터 불현성 감염이 문제라고 밝혔다면 최고 정책 결정자가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했을 수도 있고, 적어도 정치적인 입장에서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하지 않으려는 구실을 정치권에 제공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만연하자 현재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만, 베트남, 러시아와 북한이 중국인 입국제한조치로 한국보다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점을 보면 무엇이 옳은지 쉽게 알 수 있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번 사태가 곧 끝날 것이라 한 발언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 주변에 있는 의사참모들의 실수로 보인다.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는 과학으로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다. 이념이나 정치적으로 풀려는 몇 몇 이념편향 의사들이, 의약분업부터 수십 년 동안 정치권 주변에 서성이며 아직도 의료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7번이나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고 감염학회가 분명히 같은 의견을 냈는데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놓지 않았다하여 진위여부가 구설에 올랐다. 코로나19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시기인 초기에는 균의 실체와 속성을 파악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는데, 정부는 누구 말을 믿고 자신감이 넘쳤는지 너무 빨리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아무리 전염력이 강하다고 해도 홍역 예방접종이 없던 시절의 홍역보다는 훨씬 약해 보인다. 그러나 보통 인플루엔자 독감보다는 전염력은 세고 사망률은 낮다고 한다. 교과서 감기 치료 서두에 모든 감기 바이러스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고 심하며, 여름이면 세력이 약해진다고 되어 있다. 실체를 모를 때는 우선 여름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결론을 발표한 것은 큰 실수로 보인다. 장관이나 차관 중에 최소 한 명이라도 의사 출신이 있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안 했을 터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전쟁이다. 임진왜란을 극복한 후 서애 유성룡 선생은 징비록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었지만, 그토록 처참했던 것은 우리의 몫이었다. 조짐과 경고가 있었으나 대비를 하지 않았고, 장수가 되어서는 안 되는 말만 앞세우는 문약(文弱)한 자들이 장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술회하였다. 임진왜란 때 그렇게 당하고도 병자호란을 대비하지 못하였다. 국제정세에 어둡고 평화가 계속되니 위기에 대비 않고 안이한 세월만 보낸 결과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와 전쟁을 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전쟁을 거치며 여야를 막론하고 의료 전문가를 양성하고 시설을 확충하며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부터 독립까지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단지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올린 것 외에는 변한 게 없다. 의사 대신에 비전문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서애 선생의 지적과 꼭 같다.
  
세기의 석학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을 제치고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대규모로 함께 사고할 수 있는 전례 없는 능력 덕분이다. 도구를 발명하거나, 질병을 치료할 때도 어느 한 개인이 그 모든 과정을 혼자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는 세상은 날로 복잡해지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상학과 생물학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유전자변형농작물에 관한 정책을 결정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로 가득한 방안에서 자기 의견을 강화해주는 뉴스들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권력은 블랙홀처럼 주변 공간 자체를 왜곡한다. 그 곁에 가까이 갈수록 모든 것이 더 심하게 뒤틀린다. 권력자가 진심으로 진실을 바란다면 권력의 블랙홀에서 떨어진 주변부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며 찾아야 한다. 권력의 중심은 이미 존재하는 기득권으로 구축되어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특효약이 없으니 오래 끌 성싶고, 의료제도 개선도 오래 걸릴 성싶다. 상황이 아무리 급해도 <징비록>처럼 차분히 기록을 남겨 후학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오는 여름방학에도 예전처럼 제10회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이 열린다. 미래에는 의학과 문학을 겸비한 인재들이 오늘날의 이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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