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감염의 대재앙과 전문가의 역할
COVID-19 감염의 대재앙과 전문가의 역할
  •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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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COVID-19 감염의 파급은 수그러들 줄 모른 채 창궐의 양상을 띠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초기에 주춤했던 기세는 단시간 내에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환되면서 감염에 대한 공포는 날로 심해가고 있어 국민은 글자 그대로 panic 상태에 빠졌다. 순간순간 얼굴을 대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환자일 수 있고, 누가 환자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국민은 초조한 마음으로 형언할 수 없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연계라고 하는 virus의 배양기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류는 이번과 같은 대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감염질환에 시달려 왔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통을 받을 것이다. 2015년 5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여 186명이 감염되어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도 그렇고,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pdm09]의 대 유행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유행성 감염질환이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함에도 이번 COVID-19 감염에 따른 정부, 의료계의 대응은 2005년 MERS 사태 때 보여주었던 혼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물론 MERS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예외 없이 감염의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이나, 이분들을 격려하고 후원에 동참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의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출이부지(出而扶持)와 처이부지(處而扶持)의 신념으로 눈물겨운 투쟁을 펼치고 있다. 의사나 의료인이 아니면 감히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참으로 의로운 삶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과거의 경험이 큰 귀감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가고, 참여하고 관여했던 사람들이 바뀌는 일 때문에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어서 유감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소위 백서라는 것을 편찬하지만 내용의 충실성에 비해 실천력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국가적 재앙은 전문가들의 합의적 대책과 정부의 강력한 행정력의 일사불란함이 필요

감염병과 같은 국가 사회적인 재앙이 발생했을 때 가장 기본적인 대책은 강력한 행정력과 전문지식이다. 이 두 가지가 합의점을 찾아야 가장 훌륭한 대응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행정력이라는 것은 국민이 스스로를 강제화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막강한 것이며, 전문지식은 질병에 대한 학술적인 대책을 세우는 기본이 되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행정력이 전문가의 전문적인 지식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들의 아집과 정치적인 견해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은 허사가 된다.

당장 급박한 대책이 필요한 지금 지난 일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앞으로 얼마가 걸릴지 모를 현 사태를 적극적이고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뜻에서 한 가지만 따져 본다. 즉 COVID-19 감염 발생 초기에 중국인의 유입을 차단하지 않은 점이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감염원의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효율성 타령만 하다가 엄청난 화를 불러왔다. 우리 사회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변함없는 대원칙은 국민적 대재앙이 예상될 때 '과잉 방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에서 6∼7회에 걸쳐 중국인 입국 차단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사태가 이렇게 악화하도록 방치한 문제는 현재의 모든 어려움이 해결한 뒤에 반드시 규명해야 할 일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휘두르는 행정력은 오만이 되고, 실패의 단초가 되어 걷잡을 수 없는 패착을 불러온다.
 
전문학술 단체의 통합된 의견은 단일 창구를 통해 제기하여야 한다.

지난 5년 전 MERS 사태에서 보았고, 불행하게도 이번 또 나타난 전문가 집단(전문학회)이나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들의 과잉 참여 의식은 변함이 없다. 연관된 학회 간에 경쟁하듯 내놓는 대책은 상호 논리가 상충하는 경우도 있고, 학술적 원칙과 정책이 영합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여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측면도 있다.

학문적 영역을 따져 봐도 어느 학술단체가 전문가 단체라고 특정 짓기 힘들기 때문에 연관학술단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이 의미는 질병의 원인과 병리학적 임상 양상의 진행 방향에 따라 여러 학술 단체가 각각의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는 방법론을 결정할 때에 다학제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각각의 학술단체가 각자의 입장에서 고착된 자기주장만을 한다면 이 엄중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할 수 없다. 즉 국민이 고통을 받고 생명이 위중할 때에는 각 전문가 단체들이 제 나름대로 건의한 다양한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 학술단체가 전문성을 살려 신중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국민과 정부 당국에 호소하고 건의하는 분명한 단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질병의 진행과 변화되는 과정에 따라 또다시 새로운 대응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이 역시 여러 전문학회 간의 숙고와 숙고를 거쳐서 만든 '동적인 합의 대안(질병의 임상적 변화에 대처하는 다학제적 동공 합의안)'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동적인 대책은 정부 당국의 행정력을 통해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의학계 또는 의료계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는 토론 과정은 국민에게 노출해서는 안 된다.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잘못 이해하면 오히려 더 큰 오해와 혼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통합된 안의 발표와 대국민, 대정부 호소와 건의를 책임지는 기관은 반드시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건의안을 접수한 정부는 정책적 결정을 통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이를 수행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급조된 의학계 혹은 의료계의 어떤 조직이 아무리 전문 연관단체들의 집합체라 하더라도 의료계의 대국민, 대정부의 창구나 대표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국민이나 행정 당국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는 상설 집행 단체가 아니라는 점과 의료계의 권한을 부여받은 일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엄연한 의사들의 중앙단체인 대한의사협회를 bypass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또 다른 우려와 혼란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엄중한 사회현상에 대한 대응 전략은 분명하고 단순한 지배구조를 통해서 일사불란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학자)의 언행은 전문가다워야 한다.

국가 사회적으로 예민하고 엄중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를 자처하고 언론에 노출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는 전문가답게 당당한 견해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가 나서지 않으면 별의별 이상한 인사들이 나서서 백과사전식 지식을 전달해 혼란만 가중시킨다.

지난 2005년 MERS 사태 때와 같이 사람의 질병에 대해 논의하는 방송 인터뷰에 수의사가 나와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든지, 질병의 임상적인 진행이 아주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 내용을 이야기 하는데 약학대학 교수가 기본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 방송을 듣는 국민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이런 혼란기를 틈타서 매번 기승을 부리는 일 중에 하나가 전혀 근거 없는 민간요법의 등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는 혹세무민의 작폐가 횡횡하고 있다. 

많은 의학자들이 언론매체를 통해서 국민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점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전문가답지 못한 자세나, 강요된 듯 한 내용에 동의를 표하는 모습을 볼 때 눈살이 찌푸려진다. 전문가는 전문가의 이야기만하면 된다. 정책은 정책당국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입을 통해 정책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방송 인터뷰나 요구를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다. 

정부나 의료계는 미래를 걱정하여야 한다.

온 나라가 COVID-19 감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어서 모든 관계자가 지쳐 쓰러져 가고 있다. 아울러 혼란과 공포 속에서도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상황을 극복하려 발버둥 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국회나 노동계에서 들려오는 정말 생뚱맞은 말도 있다.

이번과 같은 사태에 대비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공공의대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기막힌 말이 들려온다. 아무 철학도 없이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는 불필요한 참여 의식의 산물이다. 

글을 쓰고 있는 사람도 이와 같은 사태가 또다시 재발했을 경우 효과적인 대책을 위한 평소의 소신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시·군·구 마다 보건소라는 보건의료 체계의 신경망을 거의 완벽하게 구성하고 있다. 참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보건소의 기능과 운영은 언급하기 싫을 정도로 한심하다. 너무도 많고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개선책을 건의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진 보건소장의 임면권 및 지휘 통제권을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기관으로 개편하고, 소장은 반드시 의사로 임명해야 한다. 

보건소의 기능도 현재와 같이 선심성 진료업무에 집중할 것이 아니고 국가 공중보건 업무 및 지역사회 질병 재해 방지 업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국가 사회의 재난 발생 시 지자체와 협력하는 지역 단위 지휘통제소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수립에 필요한 prospective studies의 기본 단위의 역할을 해야 한다. 보건소의 이러한 상시 체제의 확립은 재해 발생에 따른 효과적인 대처의 기본이 될 것이다.

COVID-19가 창궐하고 있는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의료계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대국민 호소와 전문성에 바탕을 둔 대정부 건의를 통해 강력한 대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일사불란한 행동이 절실한 때이며, 그 중심에 대한의사협회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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