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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투 의료진에 보호복 대신 가운 입어라?
코로나 사투 의료진에 보호복 대신 가운 입어라?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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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방역대책본부 발 지자체 공문 "가운 착용 권장"
의료계 "기본 장비도 없이 전쟁터 나가라는 꼴" 비판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방역당국이 코로나19 검체 채취 작업에 투입된 의료인에게 '전신보호복' 대신 감염에 취약한 '가운'을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당국은 그간 검체 채취 작업에 나서는 의료인에게 레벨D 전신보호복을 지급해왔다.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의료인이 감염될 가능성을 경계한 조치다.

의심환자 방문 시 선별진료소 내 전문인력(팀)이 검체 검사를 전담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중앙방역대책본부 발로 최근 전라남도가 내놓은 한 장의 공문이다.

'감염병 대비 개인보호구 배포 알림'이라는 제목의 해당 공문은 25일 중대본 조치사항을 근거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선별진료소·의료기관 등의 개인보호구 소요량이 증가됨에 따라, 검체 채취 등의 경우에는 전신보호복 대신 가운(환복)을 권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라남도는 이에 따라 "향후 레벨D 대신 가운·N95·고글 혹은 페이스쉴드·장갑으로 구성된 4종의 개인보호구 세트를 배포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전라남도의사회 제공.
전라남도의사회 제공.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본적인 감염 예방을 위한 보호장구도 없이 검체를 채취하라는 것은 총 없이 전쟁터에 뛰어들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검체 채취는 코로나19 의사환자, 다시말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으로부터 감염여부 검사(바이러스 증폭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하는 작업을 말한다.

환자의 기침을 유도해 가래를 모으고(하기도 검체 채취), 면봉형태의 도구를 활용해 의사환자의 코 속과 입안을 긁어 분비물을 채취(상기도 검체 채취)하는 것이 통상의 방식이다.

보호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작업에 나설 경우 검체 채취에 나서는 의료인은 바이러스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서 그간 방역당국 또한 담당 의료인에 레벨D 전신보호복을 지급해왔다.

공보의협 "자기보호 위한 최소한의 선택권마저 잃었다" 허탈

갑작스레 떨어진 '가운 권고'에 의료계는 불안감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협의회는 26일 "감염방지를 위한 보호장구 선택 조차 의사가 아닌 행정상 권고를 따르게 됐다"며 "온전한 차폐가 불가능한 보호구로 방역의 일선에 서는 것은 공중보건의사를 진정 사지로 내보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공보의협은 "비말로 전파되는 감염병의 특성상, 피검자가 내뱉은 기침과 가래 방울이 폐쇄된 공간에 잔존하기에 그간 의료진은 검사를 기다리는 환자를 보는 바쁜 와중에도 상황에 따라 자가 판단으로 방호복을 환복해왔다"며, 이번 조치로 현장의 의료인들이 최소한의 자기보호 조치마저 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의학적 판단을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의 행정과 대처는 비상사태에 놓인 시국을 감안하더라도 쉬이 납득하고 따르기 어렵다"고 밝힌 공보의협은 "의료진 감염 방지 없이는 코로나19 방역도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의료인 무너지면 국민 안전 보장 못해...필요한 것은 지시 아닌 지원"

전라남도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릎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들에 방호복 지급 중단을 결정한 당국의 결정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전선에 뛰어든 병사에게 기본 장비도 없이 전쟁을 수행하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에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의료인을 사지로 내몰 권리가 있느냐"고 따져물은 전라남도의사회는 "(가운만 갈아입어도) 감염의 우려가 없고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공무원을 동원해 의사의 지사하에 직접 검체를 채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의료인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의료인이 없으면, 국민의 안전 또한 보장하기 어렵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정부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며 "정부는 엉뚱한 지시로 혼란을 초래할 것이 아니라, 모든 의료 물자에 대한 총동원령을 내리고, 우선으로 감염병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의료인의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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