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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중심 대구…동산병원, 시민을 품다

코로나19 사태 중심 대구…동산병원, 시민을 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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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년 봉사와 희생의 정신으로 대구·경북 지역거점병원 지정 자처
조치흠 병원장 "243명 인력 코로나 전쟁 중…의료인력 지원 절실"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코로나19'. 2월 26일 기준으로 확진 환자 677명이 발생한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보겠다며 2차 병원이 병원을 통째로 비우고 230여명의 환자를 받는 길을 선택했다.
병원 의료진 모두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병원 자체적으로도 상당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중구 서문시장앞)이 대구 시민,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겠다며 지역거점병원을 자청했다.
지역거점병원 총괄 책임을 맡아 현장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달서구 성서)을 만나 현 상황과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사진 가운데)이 코로나19 대구 및 경북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 비상대책본부에서 입원 환자 치료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직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사진 가운데)이 코로나19 대구 및 경북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 비상대책본부에서 입원 환자 치료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직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병원장 개인이 결정하기에는 힘들지 않았나. 지역거점병원 지정을 자처한 이유가 궁금하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6·25 한국전쟁 당시에도 부상당한 경찰관을 치료하는 경찰병원으로 지정돼 일선 전투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경찰관들에게 팔과 다리를 만들어 주는 의수족부(義手足部)를 창설해 많은 의수족을 제공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하에서 계명대 동산병원(성서)과 대구동산병원(서문시장 앞) 전 교직원은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환자 수용 및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에 지역민 건강수호를 위해 의료활동에 매진키로 다짐했다.

병원의 결정에 의료진은 물론 병원 직원들도 매우 놀랐을 것 같다.
그렇다. 지역거점병원이 되어주면 안 되겠냐는 대구시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대구시민을 위해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계명대학교 총장과 의료원장에게 보고하고 대구동산병원을 지역거점병원으로 활용키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에 교직원들이 많이 놀란 것이 사실이다.

대구동산병원은 121년 전인 1899년 선교사들이 낯선 대구 땅에 현대 의학을 도입해 치유의 기적을 일궈낸 역사적인 병원이다.

그 설립 정신을 지금까지 이어오며 국내외 의료봉사를 지속해 왔으니, 이제 우리 지역에 불어닥친 이 위기를, 지금까지 함께해준 지역민들을 위해 제대로 헌신 봉사하자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병원의 결정을 따라준 직원들에게 고맙다.

병원 차원의 발빠른 대응이 돋보였다. 그 비결은?
대구시가 지역사회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치료에 발 벗고 나서면서 대구중심지에서 2차 병원으로 운영 중이던 대구동산병원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전격 결정하고 일사불란하게 준비에 돌입했다.

대구동산병원은 기존에 입원 중인 환자 130여명에게 동의를 구한 후 퇴원 및 전원 조치를 했고, 40여명의 환자들은 2월 21일 오후부터 상급종합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순차적으로 이송해 병원 전체를 비웠다.

환자 이송이 완료된 이후,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동산병원은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확진자 격리병실과 의료지원단 임시숙소 단장을 신속하게 완료했으며, 직원들 교육을 하는 등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인력·시설·비품·시스템을 갖췄다.

대구동산병원에서 운용 가능한 병상수는 어떻게 되나? 얼마전 500병상 정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
대구동산병원은 현재 총 7개 병동 240병상 규모의 코로나19 확진자 전용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 등 모두 243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이런 노력에 외부 의료인들과 국가에서도 적극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

대구시 내 여러 의료기관에서 자원한 의료진을 비롯해 국군의무사령부, 보훈병원 등 전국의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는 목표하에 대구동산병원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확진자들은 구급 차량을 통해 쉴 틈 없이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2월 26일 현재 230여명의 환자가 입원했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26일 현재 대구에서만 710명, 경북에서는 317명이다.

병상 수가 부족할 것으로 본다. 대구동산병원이 900병상 정도로 운영을 했던 경험이 있으므로 대구시와 중앙 정부의 지원만 있다면 풀가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기존에 운영하는 병상 이외에도 500병상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가 "동산병원이 대구시를 살렸다. 동산병원이 대구시민을 품었다"며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알고 있나?
알고 있다. 다른 병원들도 지역거점병원에 대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병원 전체를 비우고 코로나19 확진 환자만 입원시키고 치료하는 것을 결정하기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다행히 동산병원이 달서구 성서 캠퍼스로 이전하고, 기존의 서문시장 앞에 있던 병원 시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신속한 지역거점병원 전환이 가능했다.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확진 환자가 더 생기면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하고, 경증 환자는 대구동산병원에서 치료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인력과 지원 인력일 것 같다. 의료진의 피로도 상당히 높을 것 같은 데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현재 243명의 인력이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외부 인력도 73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몰려드는 환자에 비해 인력이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다.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8시간 이상을 일하는데 2시간만 지나도 기진맥진해진다. 이들을 대신할 인력이 많이 충원되기를 바란다.

외부에서 의료인력을 지원키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동산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데 있어 안전을 100% 책임져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2∼3일 정도 의료지원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고맙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의료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분들이 대구로 와줬으면 한다.

입원 환자들의 요구도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 생필품이 부족하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세면도구, 칫솔, 치약, 속옷 등이 부족한 데 정부에서 이런 것도 신경 써 주길 바란다.

더 중요한 것은 하루에 500벌 정도 소모하는 레벨D 방호복이다. 현재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2500벌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의료진 및 직원들이 안전하게 방호복을 착용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빨리 지원했으면 한다.

"동산병원이 대구시민을 품었다"는 주변의 말이 가슴 속에 깊이 와 닿는다. 앞으로 각오는?
코로나19는 대구에서 끝내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고 확산을 막아낼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내 놓고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있다. 노력하면 분명히 이겨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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