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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5:07 (화)
[인터뷰]코로나19 '패닉' 대구 자원한 공보의들 "왜? 의사니까!"
[인터뷰]코로나19 '패닉' 대구 자원한 공보의들 "왜? 의사니까!"
  • 홍완기 기자, 최승원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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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갑→송명제→조중현 공보의 '릴레이' 대구 선별진료소 자원
젊은 의사 3명에 [의협신문]이 물었다. "두렵지 않나?"

"잘 다녀오겠습니다"

코로나19 대거 확진으로 대구지역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정부는 의료인들에 SOS를 요청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가 24일부터 대구지역 파견에 참여할 의료인 모집을 시작한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하루 100여 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졌다. 25일(오후 5시 기준)에는 사망자가 10명까지 늘어난 상황. 같은 날, 고위당정협 브리핑에서는 '대구·경북 봉쇄정책'이란 표현까지 나오며 그야말로 '코로나 사태 공포'가 극에 달했다.

공포와 혼란 속에서도 감염 위험 최전선에서 의료의 공백을 채우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공중보건의사들이다. 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은 선별진료소, 전국 공항의 검역소, 각 시도 역학조사관, 그리고 타 시도 의료 인력으로 차출되며 국가 방역체계 대부분의 일선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공중보건의사들 역시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다. 한 사람으로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염확산을 막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대구지역 파견을 자원한 이들이 있다.

송명제 공중보건의사(경기도 안성보건지소·제32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조중현 공중보건의사(용인시 처인구 보건지소·제33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김형갑 공중보건의사(전남 광양 보건지소·제34대 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역시 그들 중 하나다.

이들은 우연의 일치로, 모두 현 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또는 협의회장 출신이다. 사전에 협의한 적이 없었는데, 각자의 지원 소식을 듣고 서로 놀랐다고… 송명제 공보의는 '하늘의 계시'란 단어를 떠올렸다고도 했다.

2월 26일 김형갑 공보의가 선두로 대구 선별진료소로 향한다. 송명제 공보의는 3월 11일, 조중현 공보의는 3월 25일 차례로 파견 날짜가 정해졌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구시에 힘이 되고자, 선별진료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의사로서의 사명감으로 각각 대구 선별진료소에 자원했다고 했다.

[의협신문]은 세 공보의의 각오와 지원 동기, 심정 등을 들어봤다.

 

ⓒ의협신문
김형갑 공보의ⓒ의협신문

김형갑 공보의(전남 광양 보건지소·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2월 26일 대구 선별진료소 파견

대구 선별진료소에 지원했다. 계기가 있다면?
원래 감염내과 분야에 관심이 컸다. 지난 1월말 사태 초기부터 "현장 지원해야 겠다" 생각하던 중 최근 차출 공문이 공보의협의회로 왔다. 의사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하니 가서 의사로써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적지않은 공보의가 차출 혹은 자원해 내려가는 만큼 그 분들이 겪을 어려움을 현장에서 알고 회원인 공보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갖고 있다. 공보의를 비롯한 의료진의 진료 환경도 미흡한 점이 없는지 살펴 볼 예정이다.

언제 파견되나?
당장 내일(26일) 아침 9시에 모여 간다. 오후엔 대구 선별진료소에 있을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 파견 공보의를 보호해야 한다고 들었나?
의료인이 아닌 관계자의 경우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만지지 말아야 할 것을 만진다든지, 오염 정도에 맞는 적절한 보호장구를 갗추지 않아 팀전체를 위험에 빠트린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현장에서 의료전문가로써 '교통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두렵진 않나?
걱정은 된다. 하지만 나를 필요한 곳에 가서 의사된 보람을 느끼고 싶다.

파견 같이 갈 동료에게 한마디?
미담이 많다. 서로 파견을 가려고 해서 순서가 밀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위험을 무릎쓰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 준 공보의 회원들께 감사드린다. 모두들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

부모님께는 뭐라 했나?
짧게 "갔다 오겠습니다"라고 했다. 걱정이 크셨지만 저를 잘 알기에 부모님도 그냥 "몸 조심해라"라고 쿨하게 얘기해주셨다. 되게 짧은 통화였다. 하하하.

 

ⓒ의협신문
송명제 공보의ⓒ의협신문

송명제 공보의(경기도 안성보건지소·제32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3월 11일 대구 선별진료소 파견

대구 선별진료소에 가게되셨다. 계기가 있다면?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추첨이 이뤄졌기에 완전한 자원은 아니다.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추첨 후, 앞 순서에 있는 공보의에게 순서를 바꾸자고해 더 빠른 날짜를 자원했다. 추첨 전에, 대표에게 '내가 가도 상관 없다. 갈 사람이 없다면, 내가 가겠다'고 먼저 말을 하긴했다.

앞순서를 자원한 이유를 들자면, 선별진료소에 있다 보니 너무나 큰 우려, 억측이 난무하는 걸 경험하고 있다. '대구에 가서, 얼른 코로나바이러스를 다 잡고 와버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행정적 뒷받침이 많이 부족하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가장 중요한 보호장비부터 숙식 해결 등과 관련된 문제다. 의료진이 걱정 없이 진료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확실한 행정적 뒷받침이 있었으면 한다. 이런 목소리를 더 강하게 전하고 싶다.

두렵진 않나?
솔직히 조금 두렵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전공의 시절, 메르스 선별진료소도 경험했다.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위험한 질병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의료진의 설명에도 욕설이나 거센 항의를 지속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을 겪을 때 가장 힘들다. 의료기관에 와서 난동을 부리면 2차적으로 다른 분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는 비상사태다. 국민들이 의료진의 의견을 믿고 잘 따라줘야 하는 단계다. 국민들께서 의료진들 말에 잘 따라준다면, 반드시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의 걱정이 클 것 같다.
어머니께서 가장 걱정하신다. 선별진료소 근무한다고 했을 땐 '보호장비 잘 입으라'며 독려하셨다. 이번엔 '어쩔 수 없는 건 알겠는데, 부모 된 마음으로 걱정이 많이 된다'고 하셨다.  의사라는 이유로, 어머니께 매번 걱정거리만 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

함께 고군분투 중인 공보의 동료들에게 한 마디?
당장의 두려운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의사는 국민만 보고 인술을 행해야 하는 직군이다. 이번 국가 대재난 시기에 '그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경험은 의사 생활하는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을 것이다.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코로나19를 물리쳐보자!

하고 싶은 말은?
국민들께서 의사들의 헌신과 노력을 알아주시고, 믿고 따라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되면 코로나19, 반드시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에 갔다 오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신 분들이 많다. 다 기억하고 있으니, 빈말 아니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하하. 잘 다녀오겠다.

 

ⓒ의협신문
조중현 공보의ⓒ의협신문

조중현 공보의(용인시 처인구 보건지소·제33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3월 25일 대구 선별진료소 파견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인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파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어떤가?
원칙과 현장은 괴리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환자 동선이나 사소한 절차 하나만 놓쳐도 방역에 큰 구멍이 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어제(24일) 밤 11시 반 환자 한 분이 급하게 왔다. 확진자와 직장에서 밀접하게 있었다고 했다. 너무 초조해하면서 가족 걱정을 많이 했다. 아이가 셋이라 더욱 걱정된다고 했다.

길진 않지만,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분과 얘기하며 환자가 어떤 걱정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대구 선별진료소에 지원했다. 계기가 있다면?
대공협 회장직을 내려 놓지만, 마지막까지 회원을 챙겨야 한다. 대구에 내려가서 나름 회원의 고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렵진 않나?
대구 선별진료소를 지원한 공보의 중엔 임신한 아내가 있거나 아픈 가족이 있는 경우도 있다. 나보다 대구에 내려가는데 더욱 신경 쓸 일이 많을 텐데 자원하거나 차출돼 가고 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가족의 걱정이 크지 않나?
3년 차다. 제대를 앞두고 있는데 굳이 가야 하냐고 물으셨다. 하지만 내가 안 가면 다른 누군가가 가야 한다. 다른 선생님보다 더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험에 덜 노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안심시켰다.

현장에서 함께 고군분투 중인 공보의 동료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사하다. 그리고 본인의 안전을 꼭 챙겨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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