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원격진료' 통보에 개원가 '혼란'
일방적 '원격진료' 통보에 개원가 '혼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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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내려놓아야 하나?" 환자와의 '갈등' 우려
의료계 전면 거부 입장 "위험한 발상…해도 너무한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대책 방안으로, 전화 의료 상담·처방 등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가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24일부터 별도 종료 시까지,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대회원 긴급 안내'를 게시했다. 의협은 여기서 정부의 '원격진료' 한시 허용 발표가 일방적으로 이뤄졌으며 오히려 방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확한 진료·치료가 절실한 상황에서 전화 진료는 오히려 방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지적이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전화기 벨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민원 폭증이 두렵다"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이뤄진 '원격진료 허용' 발표로, 일선 의료기관에선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원격진료' 한시 허용 날짜인 24일 아침. 의료계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전화 진료·처방'을 둘러싼 혼란을 털어놨다.

A의사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중에는 정부 발표 전에도 '6개월 치의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종종 있었다. 병원에 오다가 감염되면 책임질 거냐는 협박도 있었다"면서 "정부의 발표로, 이러한 민원들이 폭증할 것이 두렵다. 벨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 오늘 벌써 몇 개월 치의 약을 처방해 달라는 환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전화 진료·처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채, 대국민 발표가 이뤄진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B의사는 "심평원과 보건소 등에 전화했지만, 지침을 받은 곳이 없다고 한다. 청구 방법이나 약 수령 방법에 대해서도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며 "먼저, 행정적 절차를 만들어 놓고 발표를 해야 했다. 국민들은 뉴스에서 발표했으니 모든 병원의 전화 진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C의사는 "보건복지부에서 참여를 원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전화진료나 처방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결국 안 하는 것도, 하는 것도 의료기관에 책임을 묻겠다는 말 아니겠냐"며 불만을 표했다.

복지부에서 '참여를 원하는 의료기관'이란 전제를 뒀지만, 환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부담이란 지적이다.

이외에도 '전화 진료가 가능한 의원 명단이 공개되면 전국의 국민들이 한 병원에 몰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정부는 발표만 해놓고, 그 뒤에 쏟아질 혼란과 민원은 의료기관이 맨땅에 헤딩하고 있다. 출근길이 두렵다', '혼란을 겪느니 전화선을 뽑아놓아야 될 것 같다' 등의 한탄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출처= 조승국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페이스북) ⓒ의협신문
(출처= 조승국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페이스북) ⓒ의협신문

'전화진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의료계는 갑작스러운 통보로 인한 혼란 외에도, '방역 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원격진료 허용이 오히려 방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승국 의협 공보이사는 23일 개인 SNS를 통해 '전화진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제목의 게시글을 업로드, 의료인들의 지지 댓글이 이어졌다.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을 증세만으로 일반 감기와 구분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승국 이사는 "가장 큰 문제점은 진단과 치료의 지연이다. 환자 열도 측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전화로 무엇을 진단하고, 처방하라는 거냐"면서 "감염은 확산되고 환자는 악화된 상태에서 진료소에 오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반질환 환자들의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의협이 권고해온 '일반질환 진료와 호흡기질환 진료의 진료소 이원화'를 방안으로 제시하며 "이를 통해 고혈압, 당뇨와 같은 일반질환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보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짚었다.

조승국 이사는 "전화진료는 감염병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믿기 힘들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협의를 한 바가 없다. 최소한 실제 진료를 보게 될 의사들과 논의를 하고 해당 제도를 준비해달라고 했어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시작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계 논란이 거세지자 '감염 위험성이 상당히 낮은 만성 질환자'에 한정된 사안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4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의료인들이 판단하기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면, 전화로 처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으면 된다"며 "만성환자는 전화처방을 하되 코로나19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 의사 판단에 따라 내원해 진료와 검사, 처방을 받도록 하면 된다"며 초반과는 적용이 축소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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