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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의혹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의혹들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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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기로 몰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출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수산시장, 실험실 유출, 살상 목적의 개발 등이 쟁점이다. 바이러스를 연구했던 경험과 지식으로 볼 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살상 목적은 더욱 아니다. 

살상이 목적이라면 목표에만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의도하지 않은 확산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사스 바이러스는 무기로 쓰기엔 약하고 통제가 어렵다. 에볼라나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인 좋은 후보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도 사스보다 전염성이 약하고 병원성은 강해서 더 적합해 보인다.

현재는 생명공학 기술로 유전체 염기서열만 알면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 박쥐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원하는 특성을 가진 무기로 개조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 알려져 있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똑같이 직접 만드는 일은 쉽다. 실제로 미국의 연구팀은 사스 바이러스를 실험에 적합하도록 염기서열을 변형시켜 직접 합성해 동물실험을 하고 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다.

인도 연구자들이 신종 코로나의 S 단백질에서 사스와 차이가 있는 일부 부위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와 유사하다며 인위적 삽입 의혹을 제기했다. 엉터리 분석으로 가득한 그 논문은 전문가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내려졌다. 사스 바이러스에 에이즈의 특성을 덧붙인다는 소리가 오싹하게 들릴지 몰라도 과학적으로는 영 아니다. HIV와 유사하다고 제시했던 아미노산 서열은 기능을 부여하기에는 너무 짧고 기능상 중요한 부위도 아니다. 변이가 다양한 HIV 중에 우연히 유사한 짧은 서열이 있던 것이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바이러스들의 유전자를 섞는 연구를 했더라도 특이한 일이 아니다.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를 계란에 접종시키는 방식으로 생산했다. 최근에는 곤충 세포에만 감염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삽입시켜 곤충 세포와 함께 바이러스를 배양해 인플루엔자 항원을 추출하는 방법으로도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안전한 장점도 있다. 그 외에도 바이러스 벡터 백신(viral vector vaccine)이라고 인체에 병을 일으키지 않고 금방 소멸되는 약한 바이러스에다가 예방하고자 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일부 삽입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러면 항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포독성 T세포까지 활용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의 유전체 염기서열은 중국에서 진작 공개했고, 뒤이어 여러 국가에서도 직접 분석해 발표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염기서열에서 정보를 찾으려 샅샅이 분석하고 있다. 다른 바이러스와 섞였다면 쉽게 눈에 띄는데(인도의 어리숙한 초보자들을 제외한) 아무도 그런 흔적을 보지 못했다. 

실험실 유출설은 어떨까? 사스 때 은폐를 시도했다가 드러나 잘못을 시인했던 중국 정부가 이번에도 정직과 투명에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수산시장이 발원지라는 주장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사스 이후로 원인 바이러스와 박쥐를 찾고 다가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동굴을 뒤지며 바이러스를 수집해 꾸준히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야생동물을 잡아다 유통시켜 먹는 행동을 근절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범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됐다. 

2월 14일에는 수산시장과 280m 거리에 박쥐의 바이러스를 수집해 연구하던 기관(WHCDC)이 있다는 중국 학자들의 보고서도 공개됐다. 보고서에 중국 정부 연구비를 받았다고 적혀있는데 정부도 정확한 발원지를 모른다는 의미일까? 연구실에서 유출됐다면 압수수색을 해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짜고 치는 연기일까?

어쨌거나 사스의 경우도 연구실에서 감염 사고가 있었듯이, 이 바이러스도 연구실에서 누군가가 최초로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수산시장 상인들과 같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가 전염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의 한 연구팀은 천산갑에서 99% 유사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천산갑 집단에 신종 코로나와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가 약간씩의 변이를 가지고 다양하게 존재하고, 천산갑이 우한 시장에 유통됐다면 연구실들이 누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의 출처를 찾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코로나19를 진압하더라도 어떤 동물로부터 전염되었는지 찾지 못하면 반복해서 전염이 발생할 수 있다. 하루빨리 진원이 밝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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