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의료기관 사례
역학조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의료기관 사례
  • 황다연 법무법인 혜 파트너변호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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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의사소통·업무처리 문제" 판단
1심 "의료진 무죄" 선고...일선서 땀흘리는 의료진에 책임 넘겨서야

 

황다연 변호사ⓒ의협신문
황다연 변호사ⓒ의협신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환자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대규모 집회시설인 교회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해당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라는 등 거짓대응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관한 정보를 필요한 범위에서 해당 의료기관에 제공하여야 한다. 지역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필요하면 다른 의료기관에도 제공하여야 한다. 이 경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고, 이러한 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79조).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처벌조항을 혹독하게 적용했다. 메르스 발병 당시인 2015년 5월 30일, 삼성서울병원 A교수와 B간호사는 역학조사관들로부터 연락처가 기재된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접촉자 명단을 제공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전화번호, 주소 등 연락처가 기재된 접촉자 명단을 확보하여 역학조사관에게 제출하였다. 검찰은 병원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명단을 지연 제출하여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의료진 A, B와 의료기관 개설자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의료기관은 역학조사를 방해하기는 커녕 메르스 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부터 질병관리본부 측과 협의하여 노출 환자의 범위를 기존의 중점 관리대상이었던 밀접 접촉자보다 넓게 설정할 것을 먼저 제안하고, 접촉 정도 및 유형별로 그룹(1~5그룹)을 나누어 환자명단을 작성하여 제공했으며,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은 그룹에도 필요한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등,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나아가 위 사건 확진자의 접촉자 명단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역학조사관들에게 단지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접근 권한을 준 것에 그치지 않고, 기준별로 접촉자 명단을 작성하여 제공하겠다고 먼저 제안하고, 바로 명단 작성을 하게 한 사실도 인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더 큰 시사점을 가지는 부분은 보건복지부 사무관과 질병관리본부의 의사소통 창구가 일원화되지 못해 병원에서 보건복지부에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전달받지 못하고 의료기관이 역학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당시 A교수는 보건복지부 C사무관으로부터 연락처 명단 제출을 요청받았을 때, 역학조사관 등 여러 경로로 명단제출을 요청받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명단제출 창구를 C사무관으로 일원화하면 되는지를 문의하였으나, C 사무관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변을 명확히 하지 못하였다. A교수는 5월 31일 오후 1시 8분 밀접접촉자 연락처 명단을 보건복지부 사무관에게 제출한 후, 그날 오후 다시 확진자와 동시에 재원한 환자들의 전체 명단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전화를 하였으나,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그 필요성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였을 뿐 추가로 전체 명단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 측에서 나머지 3~5그룹의 명단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5월 31일 오후 7시 16분 보건복지부 사무관에게 임의로 제공하였다. 

위 사건 1심 재판부는 만약 위 사안에서 역학조사관이 연락처 확보 대상의 범위, 연락처 제출 시기 및 방법, 의사소통 창구 등에 관하여 명확한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의료기관이 방해에 이를 정도로 대행을 소홀히 하였다면 감염병 예방법 제18조 제3항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기상황에서 의사소통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의료진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행히 정부는 이 사건 이후 공중보건 위험소통 운영절차를 개선했다고는 하나, 1심 판결문으로 남은 이 사건에서 행정부처 상호간 중복된 행정 및 불명확한 소통의 책임을 일선에서 땀흘리는 의료진에게 넘겼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높아진 지금,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국민건강의 증진 및 유지에 이바지'하기 위해 감염병 예방법이 잘 운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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