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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보다 높은 '의사시험' 합격률…절대 쉬워서가 아니다?
운전면허보다 높은 '의사시험' 합격률…절대 쉬워서가 아니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2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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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국시·전문의시험 "난 이렇게까지 공부했다!"
"높은 합격률, 오히려 큰 부담"…'타이머 방' 등 학습비법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상식만 있으면, 공부 안 해도 합격?'

운전면허 학과시험 평균 합격률은 1종 84.4%, 2종 88.6%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높은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높은 합격률을 가져온 쉬운 시험에 있단 지적도 있다. '높은' 합격률로 비춰볼 때, 시험이 너무 '쉽단' 얘기다. 이에, 정부는 2020년부터 운전면허 필기시험의 합격 기준이 1종 70점, 2종 60점에서 동일하게 80점으로 높였다. 너무 높은 합격률을 낮추고자, 커트라인을 올려버린 것.

그런데, 매년 이보다 더 높은 합격률을 기록하는 시험이 있다. 바로 '의사 국가고시'와 '전문의 자격시험'이다.

얼마 전 치러진 2020년도 제84회 의사국가시험에서 3025명의 새내기 의사가 배출됐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0일 올해 의사국시 합격자를 발표했다.

이번 시험에서는 전체 3210명의 응시자 중 3025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83회 국시와 같은 94.2%. 최근 5년간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은 2016년 93.5%, 2017년 92.8%, 2018년 95.0%, 2019년 94.2%, 2020년 94.2%를 각각 기록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단 얘기다.

전문의 자격시험 역시 마찬가지다. 2020년도 전문의 자격시험 최종합격률은 97.77%를 기록했다.

이 중,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피부과, 방사선종양학과, 재활의학과, 예방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등 10개 전문과목의 경우, 응시자 전원이 합격했다. 합격률이 가장 낮은 핵의학과도 90%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높은 '의사국가고시·전문의자격시험' 합격률에 대해, 두 '의사시험'을 경험했던 의사들은 결코 시험이 '쉬워서' 합격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의협신문]은 '의사국가고시' 또는 '전문의자격시험'을 경험한 의사들의 경험담을 들어봤다. 그들의 입을 통해 '높은 합격률'의 비밀을 엿봤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떨어지면 망신이란 생각에, 죽어라 공부했다"

A개원의는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A개원의는 "많은 사람이 의사 국가고시라고 하면, 당연히 붙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합격률은 오히려 부담이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동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남학생의 경우, 군대 문제가 걸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은 시험에 떨어질 경우, 바로 군대에 끌려갈 수 있어, 사활을 걸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국가고시가 임박했을 즈음에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아-점, 점-녁으로 끼니를 줄이기도 했다"면서 "높은 합격률 뒤에는 정말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단 각오가 있다"고 말했다.

B개원의는 모교에서 치러진 '졸업시험'에서도 10명 중 1명이 낙제를 받아, 1년을 다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B개원의는 "모교에서는 의사고시를 볼 자격을 갖기 위해선 '졸업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졸업시험에서 5~10%의 학생들은 낙제를 했었다. 이 학생들은 아예 의사고시를 볼 수 없었다"며 "떨어진 학생들은 1년 후에 다시 졸업시험을 봐야 했다. 의사국시는 1년에 한 번 밖에 치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졸업시험부터 떨어지면 졸업시험과 의사국시를 위해 1년을 다시 준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본과 4학년 때는 대부분의 학생이 아침에 일어나서 자는 시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의사국시 준비를 위해 보냈다"며 "본과 3학년 때까지 열심히 화장하고 다니던 여자 동기들도 이 당시에는 대부분 '생얼'로 다녔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너무도 방대한 전문의자격시험 범위…공부를 하면서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C전문의는 전문의자격시험에 대한 압박이 상당히 심했다고 회상했다.

C전문의는 "전문의자격시험은 특정한 시험범위 개념이 없다. 교과서도 없다. 어디서 수련했는지에 따라 집중적으로 수련한 내용도 모두 다르다. 특히 내가 속한 과는 인원도 적어, 공부를 하면서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조차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한참 심할때는 시험장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내용의 문제지를 받는 꿈, 시험장에 지각을 해서 들어가지 못하는 꿈을 여러번 꿨다"면서 "특히 대부분 합격하는 시험이라는데, 나만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은 불안감이 너무 컸다. 지금까지 살면서 봤던 수 많은 시험중에서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을만큼 심했다"고 전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의사국가고시 수석 합격 선배님의 비법을 따라 했다…'타이머 방'

D전공의는 의사국시준비를 위해 '타이머 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D전공의는 "예전에 의사국시에서 수석 합격을 했던 선배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나왔던 비법이 '타이머 방'이었다. 이에, 동기들끼리 같은 방법을 시도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타이머 방'은 일종의 '스터디 그룹'이다.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끼리 타이머를 틀어놓고, 공부하는 학습법이다. 한 명이라도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면 타이머를 끄고, 하루 목표 시간을 채워야만 방에서 나갈 수 있다.

D전공의는 "국시 2달 전부터 동기들끼리 '타이머 방'을 만들었다. 서로 의자에서 일어나면 타이머를 끄라고 했다. 화장실 가는 처음엔 힘들었지만, 점차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져 12시간까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해인(순천향대학교 본과 4학년)씨는 유튜브 '의대생 TV'를 통해 의사국가고시의 어려움 토로했다. (사진=의대생TV 유튜브 캡쳐) ⓒ의협신문
조해인(순천향대학교 본과 4학년)씨는 유튜브 '의대생 TV'를 통해 의사국가고시의 어려움 토로했다. (사진=의대생TV 유튜브 캡쳐) ⓒ의협신문

본과 4학년생 유튜버 "확실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정답 고르기 어려운 시험"

조해인(순천향대학교 본과 4학년)씨는 유튜브 '의대생 TV'를 통해 의사국가고시의 어려움 토로했다.

조해인씨는 "국가고시를 대비해, 학교에서 모의시험을 자주 본다. 처음 봤을 때, 너무 긴장해서 연습한 대로 잘되지 않았다. 5분의 시간이 주어진 술기 시험에서 4분간 장갑만 꼈던 적도 있다. 주사만 꼽고 끝났었다"고 회상했다.

영상은 의사국가고시가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필기시험은 360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 10가지 보기 중 2개, 또는 3개의 정답을 고르는 R 타입이 포함돼 있다' 등의 설명이 포함됐다.

댓글에는 '진짜 의사 되기 힘들구나 진짜 존경스럽다', '대단하다는 생각만 오조 오억 번 든다' 등의 반응이 달렸다.

그 중,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이 궁금해요!'라는 댓글에 조해인씨는 "90~95% 정도 된다고 알고 있어요. 쉬운 건 아니고... 그만큼 다들 열심히 합니다"라고 답했다. 높은 합격률이 절대 쉬운 시험을 말하진 않는다고 강조한 것이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방대한 양…너무 세세한 것에 얽매이면 괴로워진다" 조언

얼마 전,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이승우 전 대전협회장은 "수련 기간 동안 만났던 환자들을 떠올리며 즐기려고 했다"며 합격 비결을 전했다.

이승우 전 회장은 "시험을 준비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마다 수련 기간 동안 만났던 환자들을 떠올리며 즐기려고 했다. 관련 파트를 공부할 때마다 환자가 내 앞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면 좋을지 흐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안타까운 것은 임상에서 실제 겪는 상황과 교과서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시험에 합격하려면 교과서를 근거로 외워야 했다.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 의료 현실이 꼭 교과서적이진 않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후배들에게 시험 범위가 방대한 만큼, 너무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승우 전 회장은 "결국 수련 기간 동안 얼마나 다양한 환자를 접하고 고민했는지가 중요했던 것 같다. 힘든 수련 과정이지만, 그때그때 궁금한 것은 교과서나 논문을 찾아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상급 연차 레지던트나 교수님과 상의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그럼에도, 시험 범위와 양이 많다 보니 전혀 접하지도 못했던 내용도 있었다. 너무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특정 부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괴로워진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중요한 것부터 확실하게 공부하는 게 비법 아닌 비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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