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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에 6가 백신 보급…소아마비까지 막는다
저개발국에 6가 백신 보급…소아마비까지 막는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2.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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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 간염·뇌수막염 등 동시 예방
바이오공정 노하우·혼합백신 개발 역량 결집…접종 편의성·접근성 개선
[라이트펀드 R&D 프로젝트] ②저개발국가 필수백신 접종률 높이는 6가 백신

저개발국가 건강 불평등 해소와 공중보건 증진을 목표로 한국의 생명과학기업이 확보한 보건의료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트(RIGHT Fund·Research Investment for Global Health Technology Fund)가 1차 사업으로 5개 R&D과제를 선정했다.

지난 2018년 7월 설립된 라이트펀드는 보건복지부, 한국생명과학기업 5개사(SK바이오사이언스·LG화학·GC녹십자·종근당·제넥신),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 출자로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한국생명과학기업이 참여한 우수한 R&D 프로젝트를 발굴해 2022년까지 500억원을 글로벌 헬스 R&D에 지원한다.

1차 사업으로 선정된 세부과제는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 접합 콜레라백신 R&D 프로젝트(유바이오로직스·국제백신연구소·하버드의대) ▲저개발국가의 필수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6가 백신(DTwP-HepB-Hib-IPV)의 제조공정 R&D 프로젝트(LG화학) ▲1회 투약 말라리아 신약 후보물질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연속 공정 기술 R&D 프로젝트(SK바이오텍·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G6PD 결핍증 환자 선별을 위한 G6PD 현장진단기기의 저개발환경 맞춤 기술 R&D 프로젝트(SD바이오센서·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 ▲분자진단 이용 4가지 결핵 약제 내성 동시 확인 가능한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 R&D 프로젝트(바이오니아·FIND(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국제결핵연구소) 등이다.

세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조달시장 규모는 올해 2월 기준 210조 8112억원에 이른다. ODA 조달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UN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86억 달러(22조 782억원)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UN 조달 규모는 2억180만 달러(2395억원)로 전체의 1.08%를 차지하고 있다. UN 조달시장에서 의약품은 26억 4100만달러(3조1203억원), 의료기기는 7억 3560만달러(8695억원)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기업 비중은 의약품 1억 5550만달러(1838억원·5.9%), 의료기기는 1240만달러(147억원·1.6%)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UN 조달시장 유망품목 1, 2위로 의약품·의료기기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R&D 관련 제형개발, 제조기술 개선 등에서의 국내 기업들의 강점이 글로벌에서 인정받으며 ODA 조달시장에서 시장 규모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라이트펀드는 국내 생명과학기업들의 우수한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의 보건의료 관련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아래에서는 라이트펀드 1차 사업에 선정된 5개 R&D 과제를 중심으로 주요 연구개발 상황을 점검한다.

라이트펀드의 R&D프로젝트 두 번째는 영유아에게 치사율이 높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 간염·뇌수막염·소아마비를 동시에 예방하는 6가 백신 개발로 LG화학이 주도한다.

백신 커버리지 높일 수 있는 6가 혼합백신 저개발국 보급 안 돼

DTwP-HepB-Hib-IPV 6가 혼합백신은 영유아에게 치사율이 높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 간염·뇌수막염·소아마비 를 동시에 예방해주는 백신으로, 백신 커버리지를 전략적으로 높여 나가기 위해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신체적으로 미숙한 영유아에게 치사율이 높은 감염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 전략 중 하나가 비용과 편의성에 강점이 있는 혼합백신 접종인 까닭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영아 86%만이 DTP백신(3회 접종)을 접종했다. B형 간염 백신(3회 접종)의 예방접종률은 84%,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Hib) 백신(3회 접종) 접종률은 72%로 추산됐다. 또 WHO/UNICEF 예방접종률 보고에 따르면 2010년 전세계 영아의 86%가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투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 접종률은 선진국에 비해 개발도상국이 더 낮다. 또 백신 커버리지를 높일 수 있는 6가 백신이 현재 시판되고 있으나, 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은 제품이 없어 저개발국가에는 아직 보급되지 않고 있다. 감염병으로 더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곳은 저개발국가인데, 6가 백신 혜택은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저개발국가 보급 위한 6가 백신 필요…IPV로 소아마비 박멸

2개 이상의 백신을 물리적으로 혼합해 같은 해부학적 부위에 동시에 접종하는 혼합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혼합백신은 단순히 항원을 섞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개별 백신 간 혼합 주사 시 안전성·면역효과·효능 등은 각각 조사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개별 백신을 함께 섞을 경우 백신의 화학적 상호작용이나 면역학적 간섭에 의해 백신의 효능이 감소하고 이상반응이 증가할 수도 있다. 예방 질환 수가 많을수록 높은 수준의 혼합백신 제조공정 R&D 역량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수희 LG화학 상무는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 간염·뇌수막염·소아마비 등 6가지 원액 각각에 대해 높은 생산성과 면역원성을 지닌 제조공정을 확보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바이오 공정 개발 역량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6가지 백신을 하나의 제제로 혼합하면서 고유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혼합 백신 제형 연구도 많은 경험과 통찰이 필요한 난이도 높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접종 횟수를 지금의 10회에서 4회로 줄일 수 있는 6가 혼합백신이 개발돼 저개발국가에 보급되면 감염병으로 인한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저개발국가에 보급 가능한 6가 혼합백신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6가 혼합백신에 들어가는 개별 백신 중 눈여겨볼 백신도 있다. 바로 소아마비 백신이다. WHO가 추진 중인 소아마비 바이러스 박멸 정책에 따라 현재 소아마비 백신은 불활성화 소아마비 백신(IPV:Inactivated Polio Vaccine)이 권고되고 있다. 소아마비 백신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OPV:Oral Polio Vaccine)은 약독화된 생바이러스 백신으로 효과가 좋고 저렴하며 보급이 용이해 소아마비 퇴치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OPV 속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몸을 통해 배출돼 백신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로 소아마비에 감염될 수 있다. 최근 소아마비의 보고 사례도 대부분 백신 유래형 소아마비로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따라 IPV를 포함한 6가 백신의 필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IPV는 제조생산 기술의 난이도가 높고 국제 규격에 부합하는 생산시설 확보가 쉽지 않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이 6가 백신을 개발해 저개발국가 보급에 나선다. 윤수희 LG화학 상무는
LG화학이 6가 백신을 개발해 저개발국가 보급에 나선다. 윤수희 LG화학 상무는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 간염·뇌수막염·소아마비 등 6가지 원액 각각에 대해 높은 생산성과 면역원성을 지닌 제조공정을 확보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바이오 공정 개발 역량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6가지 백신을 하나의 제제로 혼합하면서 고유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혼합 백신 제형 연구도 많은 경험과 통찰이 필요한 난이도 높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IPV 더한 6가 혼합백신…한국 바이오 기술로 개발

WHO PQ 승인을 통한 저개발국에 보급이 가능한 DTwP-HepB-Hib-IPV 6가 백신의 개발은 현재 LG화학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LG화학은 2016년 개발에 성공한 DTwP-HepB-Hib 5가 혼합백신 유펜타에 개별 백신으로도 개발 중인 IPV를 추가해 6가 백신 제조공정 R&D를 진행 중이다.

건강한 성인 대상으로 6가 백신의 초기 안전성도 이미 확인했다. LG화학이 건강한 19∼55세 42명 대상 자체 개발한 6가 혼합백신 투여그룹과 유펜타와 소아마비 백신 투여그룹으로 나눠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 두 그룹 간 안전성 프로파일에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5가 백신 유펜타는 2016년 WHO PQ 승인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LG화학은 2017∼2019년 유니세프 정규 입찰을 통해 전세계 영유아 3000만명에게 유펜타를 공급했다. 2019년에는 유니세프 5가 혼합백신 입찰시장에서 20%가 넘는 비중으로 백신을 조달했다.

LG화학이 개별 소아마비 백신으로 개발 중인 IPV는 최근 임상 3상을 완료했다. LG화학이 2014년부터 개발한 IPV R&D는 연구개발 과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도 받았다. LG화학은 WHO의 소아마비 백신 생산 파트너로도 선정됐다.

이같은 긍정적 결과에는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바이오 공정 역량 및 B형 간염 백신과 5가 혼합백신 개발과 공급을 통해 확보한 백신 개발 역량 등이 근간이 됐다.

윤수희 LG화학 상무는 "LG화학은 현재 UN 조달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백신 공급사 중 하나다. 20년 이상 공급을 지속해 온 B형 간염 백신 유박스와 2016년 출시한 5가 혼합백신 유펜타 공급을 통해 2억명 이상(누적 집계)의 영유아들에게 백신을 공급해 왔다"며 "또 LG화학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모든 임상 과정과 글로벌 허가에 이르기까지 전주기 개발 경험이 있으며, 미국 FDA와 유럽 EMA로부터 인증받은 GMP 생산 시설과 WHO로부터 PQ를 획득한 백신 생산시설 및 이를 운영하는 CMC 역량을 외부에서도 높이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이 IPV를 더한 6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국제 사회 공익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수희 상무는 "아직도 수많은 영아들이 필수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며 "6가 백신이 개발되면 백신 접근성과 접종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빈 라이트펀드 대표는 "IPV가 포함된 효과적인 6가 혼합백신 제조공정 기술이 개발되면, 저개발국가의 치사율이 높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 간염·뇌수막염·소아마비 등의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이고 IPV의 보급으로 소아마비를 완벽히 퇴치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조달시장인 WHO 산하 조달기구를 통해 6가 백신을 대량 수출하면 글로벌 백신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다지고, 백신주권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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