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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역사상 여러 의미를 더한 제63차 전문의 고시
고시 역사상 여러 의미를 더한 제63차 전문의 고시
  •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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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의협신문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의협신문

해마다 실시하는 전문의 고시는 이를 주관하는 대한의학회가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는 중대한 사업 중의 하나다.

국가(보건복지부)에서 위탁받은 사업이기 때문에 유별나게 신경을 쓴다기 보다는 의료계와 의학계의 위상이 걸려있는 문제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미래의학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문의 고시가 국가에서 실시하는 여러 종류의 자격시험 중에 가장 높은 신뢰도와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지금까지 전문의 고시는 시행돼 왔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실시된 제63차 전문의 고시는 여러 가지 정황상 우리나라 의학사(醫學史)에 기록될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 의학계와 의료계의 의지가 반영된 첫 번째 전문의 고시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제63차 전문의 고시 이전까지는 소위 말해 수련과정을 완벽하게 마치지 못한 채 시험을 치렀다. 이것은 시험을 주관한 기관이나 응시자들 본인의 문제도 아니고 수련기관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누가 시비를 걸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의학회는 과거부터 시험 시기에 대해 꾸준하게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나 군의관 입대 문제를 주관하는 국방부라는 큰 조직의 원칙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2019년까지는 매년 1월에 전문의 고시를 보고 국방부의 일정에 따라서 2월 초에 입대하는 일이 반복됐다.

즉 전문의 수련과정을 한 달이나 이수하지 못한 채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탈법적인 일이 반복된 것이다. 아무리 국가적인 이유로 그런 일이 반복됐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숙지고 있는 의료계나 전문의 고시를 주관하는 대한의학회에서 개선하고자 노력하지 않은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대한의학회는 2018년 제23대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고시이사(박중신 서울대 교수)를 대표로 국방부와 군의관 입대 문제를 줄기차게 협상했다. 즉 모든 전문의는 2월 중 전문의 고시를 치르고 3월에 입대시키겠다는 내용을 갖고 논의를 시작했다.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로서는 우리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의학회로서는 반드시 관철해야 할 문제였다.

결국 국방부가 대한의학회의 건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모든 군의관들은 2월 말까지 수련기간을 온전히 마치고, 3월에 입대시킨 뒤 입대 당해 연도 특정 기간을 설정해 전문의 고시를 실시하겠다는 대한의학회의 마지막 협상안이자 일종의 협박에 가까운 안을 제시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한 국방부의 이해로 협상안이 타결됐다. 건의안을 이해하고 수용한 국방부 당국의 용단에 감사드린다.

지난해 2019년도 전문의 고시는 국방부와의 협상이 타결되기 이전에 이미 시험 일정이 고지되었기 때문에 불가불 예전과 같이 1월에 시험을 치르고 3월 초에 입대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군의관의 복무 기간이 자연스럽게 1개월 단축된 것이다. 

2020년 실시한 제63차 전문의 고시는 우리가 그렇게 원했던 대로 1차 및 2차 모든 시험을 2월 중에 종료하고 새로운 전문의가 3월초에 군에 입대하게 된 첫 번째 전문의 고시로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둘째, 전문의 고시 사상 최대 인원이 응시했다.

전문의 고시 응시 인원이 증가하는 것이 먼 장래에 우리나라 의료의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하여는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인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제63차 전문의 고시는 내과의 수련기간 단축으로 인해 3년차와 4년차 전공의가 동시에 응시하는 관계로 사상 최대 인원인 3560명이 응시했다.

이러한 이유로 시험문제 선택 및 출제를 담당할 500여명 교수가 전국 의과대학에서 동원되어 3박 4일간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차단된 특정 장소에 수용됐다. 동원한 선택위원 역시 전문의 고시 사상 최대 인원이었다. 선택위원은 본인의 전공과목과 직계 자녀가 전공한 응시 과목의 동일성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가 전문의 고시 응시생인 경우 선택위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응시인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과정상 위험 요소가 많다는 말도 된다. 전문보안업체에 위탁한 보안요원만 해도 전체 100여명이 동원됐다. 

셋째, 26개 전문 과목 응시생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시험을 치렀다. 

과거에는 26개 전문 과목을 두 개조로 나눠 2일간 시행하던 필기시험을 제63차 시험에서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시험을 보게 된 관계로 시험 장소를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어느 뜻깊은 분의 특별한 배려로 마련된 특정 장소의 대학교 강의실 전체와 부속 중·고등학교 교사 전체를 빌려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험 감독관, 감독 보조원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것에 대하여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넷째, 중국발 폐렴(COVID-19)의 유행으로 전쟁으로 변한 제63차 전문의고시.

이번 제63차 전문의 고시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neo-corona viral pneumonia가 테러범 같이 등장하여 모든 관계자들을 공포와 혼란에 빠뜨렸다.

2020년 1월 중순에 중국 우환에서 발생되어 들불과 같이 퍼져나가던 우한 폐렴은 우리에게 우환(憂患)을 안겨 주었다. 거기다 4일간이라는 설 연휴는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와 같이 옴치고 뛸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나날이 되었다. 너무도 숨 막히게 돌아갔던 일들을 장황하게 설명할 수가 없어서 상황 대처별로 내용을 나열해 본다.

대한의학회 윤동섭 부회장 겸 고시위원장, 박중신 고시실행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고시위원회 위원들, 최영학 행정국장, 김조남 팀장과 여러 직원들이 설 연휴의 일부를 반납하면서 대책에 몰두했다. 진행 과정과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26개 전문 과목학회에  긴급 전통 : 전문의 고시 문제 선택위원들 중 중국을 다녀온 지 2주 이내인 분들이나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독감 포함)이 있는 분들은 선택위원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선택위원들로 교체 요망.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전달된 전통으로 당연히 전문학회에서도 난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열이 있는 선택위원이 입소하여 고시실행위원장 직권으로 귀가 조처했다. 

2. 대한의학회와 각 전문학회 합동으로 3560명의 응시생 전원을 대상으로 중국을 여행한 사람, 현재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자진 신고를 지시했다. 아울러 예년에도 시행한 일이지만 임신 7개월 이상인 수험생의 자진신고를 권고했다. 

3. 출제 장소 및 시험장 관리 보안 업체 직원 전원, 선택 장소 식당 종업원을 비롯한 모든 직원 대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진술서를 확보했다.

4. 시험 감독관과 감독 보조원(200여명) 전원에게도 동일한 조건의 진술서를 받았다.

5. 시험장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수험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독려했다. 

6. 시험장 분산 배치 
1) 예년과 같이 정상 수험생과 임신 수험생을 위한 장소 마련. 
2) 중국을 여행한 수험생을 위한 장소 확보 및 수험생 배치.
3) 기침 등 호흡기 증상(독감 증상)이 있는 수험생들도 별도 시험장 배치(정상인들과 같이 시험을 치는 경우, 시험 도중 계속 기침을 하면 주위 수험생이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 및 수험생 좌석 간 거리 2M 이상 확보.
4) 시험 당일 아침에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수험생을 위한 예비 시험장 확보.

7. 2차 시험을 위한 각 학회별 유의 상황 - 수험생 각자의 개인위생 철저 및 마스크 착용 시행 지시.

단순히 시험 장소만 분산 배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공과목에 따라 각자의 시험문제가 다르다는 것 역시 곤혹스러운 문제였다.

전쟁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글자 그대로 야단법석(野壇法席)을 치르면서 제63차 전문의 고시를 끝냈다. 그동안 밤새워 노심초사(勞心焦思), 마음을 졸였을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의학계와 의료계의 큰 의미가 있는 제63차 전문의 고시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한 가운데 역사적인 새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음을 기쁜 마음으로 되새겨 본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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