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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환자 함께 본 전공의는 유죄, 전문의는 무죄..왜?
응급 환자 함께 본 전공의는 유죄, 전문의는 무죄..왜?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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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응급상황 시 절개술 시행 적절한 조치...무죄
전공의-엑스레이 촬영 결과 확인 안한 과실 명백...유죄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진료기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관삽관을 한 후 윤상갑상막절개술을 했으나 환자가 결국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같이 환자를 치료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가 그대로 유지됐다.

법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환자가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을 때 문진 기록, 진료차트, 엑스레이 사진을 보지 않고 기관삽관을 시도하다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실시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반면, 전공의는 아래 연차 전공으로부터 피해자의 증상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피해자의 문진 기록, 진료차트, 엑스레이 사진을 보지 않은 채 피해자를 진찰했고, 증상이 악화하자 응급실 책임자인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진료기록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과실이 있다고 봤다.

법원이 같은 응급환자를 치료한 의사(전문의, 전공의)에게 왜 다른 판결을 내렸는지 분석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 응급실 찾은 환자…뇌손상 후유증으로 사망
이번 사건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4년 3월 21일 오후 9시 38분경(병원 CCTV 시간 기준) 호흡곤란 증세로 A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당시 응급실에 근무하던 B전공의(응급의학과 전공의 2년차)는 오후 10시 23분경 피해자를 진찰한 결과 급성 인두편도염으로 파악하고 콧줄과 산소마스크를 통해 산소공급을 하고, 호흡곤란 환자의 부종을 완화하는 약물인 덱사메타손과 페니라민을 투여했다.

그리고 목 부위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까지 마쳤으나,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려워 응급의학과 3년차인 C전공의(이 사건 전공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C전공의는 피해자를 진찰하면서 B전공의로부터 피해자의 증상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피해자의 문진 기록·진료차트·엑스레이 사진을 보지 않은 채 피해자를 진찰했다. 이후 피해자의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하자 응급실 책임자인 D전문의(이 사건 전문의)에게 오후 10시 38분경 도움을 요청했다.

D전문의는 C전공의로부터 증상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피해자의 문진기록·진료차트·엑스레이 사진을 보지 않은 채 피해자를 진찰하면서 C전공의와 함께 기관삽관(기도삽관)을 3회 실시했으나 성문 주위 구조물을 찾지 못해 모두 실패했다.

이때 피해자의 산소포화도는 오후 10시 34분경 92%, 오후 10시 37분경 89%로 떨어지다 오후 10시 50분경에는 48%로 떨어져 심정지가 발생했다.

D전문의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다음 오후 11시 5분경에 이르러서야 윤상갑상막절개술(기도폐쇄를 막기 위해 목 주위를 직접 절개해 산소를 공급하게 하는 시술)을 시행해 피해자에게 산소가 공급되도록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C전공의, D전문의)은 피해자의 문진 기록, 진료차트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진료차트를 살피면서 영상의료장비로 촬영된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했다면, 기도폐쇄를 일으킬 수 있는 급성 후두개염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고 구두 보고에만 의존한 채 진료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는 윤상갑상막절개술이 시행될 때까지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뇌사상태에 이르게 됐고, 같은 해 10월 30일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공소사실에 명시했다.

D전문의, "응급의학 전문의로 취한 적절한 조치였다" 주장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 재판부)은 C전공의는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고, D전문의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피고인 모두 업무상 과실이 있고, 그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 각각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과정에서 D전문의는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은 피해자의 내원 및 의료진의 진료 시각을 잘못 특정해(CCTV상의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약 15분 정도 빠르게 설정) 당시 응급실 상황을 심하게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2014년 3월 21일 오후 9시 38분경이 아닌 오후 9시 51분경에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는 것.

D전문의는 "피해자를 진료하기 시작한 시점에는 이미 심정지가 임박한 위급상황이어서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했기 때문에 직전 진찰자의 구두 보고 외에 엑스레이 등을 확인할 이유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자마자 1분 이내에 기관삽관을 결정했고, 기관삽관 실패 후 곧바로 윤상갑상막절개술의 시행을 결정해 그 준비를 지시하고, 이후 그 시행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D전문의는 "만일 피해자의 엑스레이 등을 확인해 급성 후두개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더라도 당시 피해자의 응급상황을 고려할 때 응급처치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2심 법원, "전문의, 기관삽관 후 윤상갑상막절개술 적절한 조치" 판단
2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 재판부)는 D전문의가 응급실에서 적절한 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처음 대면해 진료할 당시 이미 피해자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당장 기도유지가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D전문의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여유 없이 곧바로 기관삽관을 결정하고 시도했으며, 나아가 피해자와 같은 급성 후두개염 환자의 경우에도 먼저 기관삽관을 시도하는 것이 적절한 응급처치에 해당한다고 본 것.

즉, D전문의가 기관삽관 전 문진 기록이나 엑스레이 등을 확인하지 않고 윤상갑상막절개술이 아닌 기관삽관을 우선 시행한 행위에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D전문의는 기관삽관 실패 후 약 11분, 피해자를 처음 대면해 진료를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약 13분 내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성공해 피해자에게 산소가 공급되도록 한 부분도 원심과 다르게 살폈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D전문의가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시행해 성공하기까지 당시 의료 수준에 미달하거나 의사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그 시행을 지체한 과실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 CCTV상 시간과 실제 시간은 다르다…판결에 어떤 영향 줬나?
2심 재판부는 CCTV상 시간과 실제 시간이 다른 부분도 주의 깊게 살폈다.

검사와 원심은 이 사건 병원 CCTV상 피해자가 오후 9시 38분경 응급실에 내원하는 영상을 근거로 시간을 확정했는데, 여러 자료에 근거해 피해자가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실제 시간은 오후 9시 51분경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CCTV상 시간을 기준으로 응급실 의료진(피고인들)의 처치가 늦었다는 주장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D전문의는 오후 10시 54분경 피해자를 대면해 진료한 다음 곧바로 기관삽관을 시행키로 하고, 오후 11시경 피해자의 산소포화도가 48%까지 떨어지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오후 11시 3분경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시작해 오후 11시 6분경 산소공급관이 삽입돼 피해자에게 산호가 공급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원심은 피해자의 산소포화도가 92%로 떨어진 시각이 오후 10시 34분경이고, 오후 10시 50분경 산소포화도가 48%로 떨어져 심성지가 발생했고, D전문의가 오후 11시 13분경에 이르러서야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시행해 피해자에게 산소가 공급되도록 하는 것을 지체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라고 짚었다.

2심 재판부는 "기관삽관 후 1∼2분 내 곧바로 윤상갑상막절개술 준비를 지시했고, 다소 윤상갑상막절개술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된 사정이 있더라도 이를 두고 D전문의에게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하는 등의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C전공의, 원심 유죄 선고가 어떻게 2심에서도 유지됐나?
1심 재판부는 C전공의가 엑스레이 영상 등을 확인하지 않고 환자를 진찰한 뒤 D전문의에게 보고할 때 진료기록 등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전공의는 피해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하는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해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더욱 빨리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결국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 것.

또 1심 재판 과정에서 C전공의는 주의의무 소홀로 인한 의료 과실을 인정한 것도 유죄 판결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더군다나 C전공의는 2심 재판 과정에서도 의료과실이 없다고 주장하기보다 1심 법원의 양형이 과하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유족들이 C전공의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C전공의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 사건 병원이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관련 민사사건에서 손해배상을 지급한 것 등을 고려해 1심 법원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1심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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