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현지조사 연기했는데...1년 업무정지
아파서 현지조사 연기했는데...1년 업무정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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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지조사 거부·회피 섣불리 단정...행정처분 부당"
"연기 요청사유 충분...의사 건강상태 충분히 확인해야"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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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 현지조사 연기를 요청한 의료기관 원장에게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를 거부·방해했다는 이유로 1년이라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은 현지조사 연기 요청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 업무정지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원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대면 현지조사는 불가능하지만, 요양급여비용이 과다 청구된 사실을 인정하고, 직원의 협조를 받아 현지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음에도 현지조사 거부·방해로 보고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본 것.

A원장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같은 건물 아래층에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을 개설·운영하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2017년 2월 16∼17일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원들은 2월 16일 오전 10시 30분경 이 사건 의원을 방문했다. A원장은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사원들은 직원에게 A원장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조사원들은 "현지조사를 위해 방문했다.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설명하겠다. 조사대상 기간은 2015년 1월∼2016년 2월, 2016년 10월∼2016년 12월까지다. 약제비 청구가 조금 과다한 것으로 보여 확인이 필요하다. 조사명령서를 A원장에게 직접 전달한 후에야 현지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 조사를 거부하면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고, 형사처벌 대상이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은 조사원들에게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의원에 나갈 수 없다.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원들의 성명·소속·전화번호 등을 남겨달라. 현지조사의 대상기간·조사목적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조사명령서를 메시지로 보내거나 직원에게 전달해 달라. 약제비를 일부 착오 청구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런데도 조사원들은 A원장이 의원으로 직접 나오지 않자 현지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월 16일 오후 5시 26분경 A원장에게 "현지조사 연기는 천재지변 등 피치 못할 사유가 있을 때 해당한다. 조사 거부·방해·기피에 대한 처분으로 1년 이내의 업무정지 처분 및 형사고발로 인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내일(2월 17일) 다시 방문하겠으니 조사에 응해줄 것을 권고드린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원장은 2월 17일 오전 9시 34분경 조사원에게 "내일 오시면 어떨지요. 제가 일어날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조사는 성실히 받겠습니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조사원과 직접 통화를 하면서 "오늘은 현지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사원은 2월 17일 오전 11시 27분경 A원장에게 "보건복지부에 보고했고, 조사를 못 받는다는 의견을 조사거부로 보아 종료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A원장은 2월 20일 오전 11시경 조사원에게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씀드렸다. 이틀 전부터 정상 출근하고 있다. 언제든지 와서 조사하면 된다. 항상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건강상 이유로 일어나지 못한 점이 너무 죄송하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재차 보냈다.

그러나 현지조사원들은 2월 17일 A원장이 현지조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판단해 현지조사를 중단하고,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 1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그리고 의료급여법 제32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이후 A원장은 현지조사팀의 형사고발로 인해 2018년 10월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의료급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후 검찰 조사도 받았다.

검찰은 A원장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점, A원장이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조사에 임할 수 없었다는 증거자료로 경추디스크·수면장애·안면마비·우울장애 등 진료확인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A원장이 조사를 거부·기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혐의없음)했다.

형사고발에 대한 처분은 피했지만, 행정처분은 피하지 못한 A원장은 "현지조사원들이 일방적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제출한 진료기록 이외에도 다른 의료기관에서 안면마비·엉덩이의 근육 및 힘줄의 손상·요통 등의 병명으로 158일의 통원진료를 받은 기록이 남아있는 진료내역도 법원에 추가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원장이 현지조사 대상기간, 조사목적 등을 문의하면서 일부 부당청구를 인정한 점, 2월 18일 현지조사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 2월 20일 이후에는 언제든지 현지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조사원들과 대면해 진행하는 절차는 따르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현지조사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원장이 현지조사 당시 직접조사에 응하기 어려운 건강 상태였을 개연성이 있는데, 현지조사원들은 조사 연기 사유에 대해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조사에 응할 것만 반복적으로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자료의 증거인멸, 위·변조에 대비해 조사자료를 우선 청구한 후 조사의 연기가 가능함에도, 조사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A원장에 대한 조사의 연기가 가능한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현지조사를 거부·회피하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했다"며 A원장의 업무정지 처분 취소 주장을 받아들였다.

보건복지부는 1심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심판결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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