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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EMR 차단' 폐지 시작?…'코로나' 속 '일시 해제' 가능성 높아
전공의 'EMR 차단' 폐지 시작?…'코로나' 속 '일시 해제' 가능성 높아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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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도 '해제 권고'·가톨릭의료원 포함, 수련병원 줄줄이 '해제 예고'
병원 관계자 "시스템 해제는 방역 고려한 조치…지속 여부 논의 안 돼"
대전협 "EMR 셧다운 해제, 환자 안전 위해 '위기상황' 후에도 지속해야"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최근 수련병원에서 'EMR 접속 차단 시스템' 해제 물결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해당 시스템 차단을 권고하는 공문을 시행한 만큼 해제 수련병원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방역의 빈틈을 우려한 '일시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EMR 셧다운 해제 요구' 이후, 가장 먼저 시스템 해제를 진행한 고려대 의료원 관계자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EMR 셧다운' 시스템을 해제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조치"라고 전했다.

사태 종식 이후, 해당 시스템 해제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EMR 차단 시스템'이 오히려 의료법 위반을 종용한다며 해제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법' 준수를 위한 최선책이라며 해당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경을 넘었다. '가짜뉴스'에 마스크·손 소독제 '매점매석' 까지 기승을 부리며 대한민국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대전협 'EMR 셧다운'이 해당 감염증을 예방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진료 의사와 기록상 진료 의사의 차이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의 빈틈을 유발할 수 있단 지적이었다.

EMR 차단 시스템 해제의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한 것이다. 새로 제시된 해제 정당성은 한 마디로 '먹혔다'.

대전협은 지난 3일 입장문을 통해, EMR 접속 차단에 따른 방역 '구멍'을 우려하며 EMR 차단 해제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 'EMR 해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힘을 보탠 한 편, 복지부에서도 해당 시스템 해제 권고 공문을 시행했다.

이후, 고려대의료원의 3개 수련병원에서 먼저 'EMR 셧다운' 해제 소식을 전했다. 이후 수련병원들의 '해제 예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전협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가 주로 소속돼 있는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EMR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곳은 모두 34곳.

대전협 조사 결과(7일 오후 기준), 이번에 EMR 차단 시스템 해제 의사를 밝힌 곳은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산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강원대병원(해제상태) ▲충북대병원(해제상태)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2월 내 해제 예상) ▲경상대병원(3월 중 해제 예정) ▲전북대병원(2월 셋째 주 중 해제 예정) 등이다.

빅5 종합병원 중에선 가톨릭 중앙의료원이 유일했지만,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이 해제 의사를 밝힌 만큼, 10개 병원의 해제가 예상된다.

고려대 의료원 관계자는 "EMR 셧다운 시스템이 최근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 방역의 빈틈을 유발할 수 있단 지적이 받아들여졌다"며 "보건복지부에서도 관련 권고가 포함된 공문이 발송됐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권고까지 더해지면서, 해당 시스템 '해제 물결'이 점차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취재된 바와 같이 이는 '유행 감염병' 방역을 위한 일시적 조치로, 사태 종식 이후 시스템 해제 지속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은백린 고려의대 교수(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부위원장)는 관련 토론회에서 EMR 접속 차단 시스템의 필요성을 여러 번 짚은 바 있다. 그런데, 은백린 교수가 속한 고려대 의료원이 가장 먼저 EMR 시스템 차단을 해제한 상황이 됐다.

은백린 교수는 [의협신문]과 통화에서 "고려대 의료원 운영자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고 먼저 말했다.

이어 "수련병원 입장에서 '전공의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업무는 예측 불가하고, 경우의 수가 많다. 수 없이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단 얘기"라며 "한편, 수련병원은 어떻게든 법을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이에, 강제수단을 써서라도 법을 준수하려 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의료 환경 전반의 문제를 함께 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MR 시스템 차단이 전공의법 준수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란 입장은 변함이 없었던 것. 다른 수련병원의 입장도 이와 유사하리라 추측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감염병 발생 이전에는 단 한 곳에서도 해제 움직임이 없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전협은 환자 안전을 고려한다면, EMR 시스템 차단 해제 조치가 '일시'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비상상황인 현시점뿐 아니라, EMR 강제차단으로 인한 타인 아이디 기록·처방 행위는 의료현장에서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사례들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국에서도 이 문제를 충분히 인지,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및 공문과 지침을 내린 바 있다"면서 "전공의들에게 대리처방·허위기록 등의 범법행위를 강요할 것을 멈추고, EMR 차단 해제를 통해 투명한 근로시간 산정 및 진실된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적극적·지속적 조치가 시행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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