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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박쥐와 미국의 침술
중국의 박쥐와 미국의 침술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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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가 박쥐에서 유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쥐 등 각종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인들의 문화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에서는 지난 22일 중국인들이 왜 야생동물을 먹는지 중국의 식품 및 농업 분야 전문가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희귀하고 비싼 야생 동물을 먹는 일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또한 야생 동물은 인위적으로 사육한 가축에 비해 자연적이고 영양가가 높다고 여겨진다.

한의학에서는 야생동물이 면역력을 높인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단지 호기심 때문에 먹기도 한다. 야생동물이 가축이나 양식한 동물보다 좋다는 인식을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인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도 비슷하다.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도 야생동물 밀렵 문제가 심각했고, '보신관광'이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몸에 좋을 것이라는 비과학적 믿음 때문이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근원은 한의학이다. 동의보감에 박쥐는 "오래 복용하면 즐거워하고 예뻐지며 근심이 없어진다"는 지나치게 좋은 효능과 박쥐똥에 대해 "내장과 외장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한다"는 효능이 적혀있다.

우리가 지금 박쥐를 먹지는 않지만 박쥐똥(야명사)은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도 수재된 국가에서 인정한 한약재다.(수재되지 않은 천연물도 한의사가 사용하는데 제약은 없다.)

동의보감에는 각종 야생동물과 똥·오줌·벌레 등 별의별 희한한 것들까지 약이 된다고 적혀있다. 동의보감의 내용 거의 대부분은 중국의 한의학 서적들에서 인용되었다. 옛날 중국에 살았던 사람들의 식습관과 믿음이 현재까지 남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한의약진흥원(구 한약진흥재단)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박쥐똥, 매미 껍질(선퇴), 곰팡이병으로 죽은 누에(선퇴) 등의 효능에 대해 동물실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것들을 환자에게 먹이는 한의사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외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

각종 한약재 실 논문을 다 합쳐도 '마늘의 항암효과'에 대해 발표된 실험논문의 양만큼이나 될까 모르겠다. 마늘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문은 아주 많지만, 마늘로 암을 치료하지도 못하고 항암제를 개발하지도 못했다. 동물실험과 현실의 간극은 너무 멀어서 동물실험 결과로 환자에 대한 치료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정부는 첩약 급여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50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한의약산업 규모가 매년 수조원이고, 연구예산은 매년 수백억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대의약품 수준의 검증을 통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한약 처방은 단 하나도 없다.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는 한약제제 중에는 급여 적용을 받고 있는 것들도 많은데 전혀 검증이 없었다. 현재 활용되는 한약이 동의보감의 각종 황당무계한 처방보다 효과가 더 있을법한 근거는 거의 없다. 

환자들의 무지에 기대서 장사를 잘 하고 있는데 검증했다가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한의사와 정부 모두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아마도 그런 속사정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요구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도 대조군도 없이 엉터리로 실시했을 텐데, 뚜렷하게 드러난 높은 유산율과 낮은 임신율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한의약 난임치료에 대해 국회에서 열린 의사들과의 토론회에서 연구자와 한의사들은 변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미국 정부의 노인 건강보험 메디케어에서 한방치료를 전혀 보장 안 하다가 최근에 65세 이상 노인의 12주 이상 만성 요통 하나에만 침 치료를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90일 내에 최대 12회, 1년에 최대 20회로 제한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중단하라는 단서도 달렸다. 

메디케어의 결정은 침술과 요통에 대한 근거 평가와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반면에 영국은 요통에 침술을 보장하다가 2016년에 근거 평가를 다시 해서 제외시켰다.

침은 우리나라에서 질환에 관계없이 매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우리도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침·뜸·부항 등 한방 치료 대부분을 건강보험에서 제외시키고 근거가 있는 일부분만 선별해 적용시켜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한의사 복지보다 국민 보건에 써야 한다.

첩약급여화는 박쥐를 먹는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중국을 따르는 길이다. 항상 중국 정책을 따라가자는 한의사들의 주장에 반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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