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커다란 회전문을 들어서면
대리석 바닥이 매끈한 병원의 로비의 위엄이 내겐 없습니다.
작은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러 사람의 발길에 조금은 닳아진 듯 보이는 나무 바닥은
나의 병원입니다.
나는 그저 당신의 동네 병원 의사입니다.
나는 당신의 아침의 분주함을 압니다.
오늘도 당신은 가게의 문을 열며
아마 찬 공기에 기침을 했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점심의 요란함을 압니다.
오늘도 당신은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하며
아마 달궈진 후라이팬에 손등을 살짝 데였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저녁의 노곤함을 압니다.
오늘도 당신은 종일 뛰어다니며
뭉쳐버린 종아리 근육을 주무르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일상의 아픔을 치유하고
당신을 분주한 손과 노곤한 어깨를 두드리는 것,
그것이 나의 삶입니다.
나는 동네 병원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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