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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미성년이라도 시술 과정 자세히 설명해야
12세 미성년이라도 시술 과정 자세히 설명해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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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진료 과실 없지만 미성년 환아 설명 안해...자기결정권 침해"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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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미성년자인 환아에게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면서 시술 과정 전반에 관해 설명하지 않은 병원에 서울고등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조영술 자체에는 과실이 있다고 보지는 않았으나, 미성년 환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2016년 6월 B대학병원 내원 당시 12세로 미성년자인 A양은 뇌 MRI 검사 결과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은 후 같은 달 17일 피고 병원(C대학병원)에 내원해 모야모야병의 수술적 치료를 받기로 하고, 이에 앞서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 받았다.

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내경동맥의 끝부분)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는 경우 CT, MRI, MRA, 뇌혈관 조영술 등을 이용해 진단한다.

C대학병원은 A양의 해부학적인 뇌혈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키로 했다. 환아의 보호자인 A양의 어머니에게만 조영술에 관해 설명하고 시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그런데 A양은 뇌혈관 조영술이 끝난 후 3시간이 지나면서 입술이 실룩거리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였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아티반'(진정제)을 투여하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다음 CT 촬영을 시행했다.

그러나 A양의 증상은 더 심해졌으며, 뇌 MRI 검사 결과 급성 뇌경색 소견을 보여 오후 7시경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치료를 시행했다.

A양은 모야모야병 수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재활치료에도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언어기능 저하 등의 후유장해를 진단받았다.

A양의 어머니는 병원 측이 뇌혈관 조영술을 무리하게 시행했으며, 조영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합병증과 부작용에 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C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없고, 조영술 후 증상이 심해질 때 적절하게 처치를 한 점을 고려해 병원 측의 과실도 없다"며 시술 과정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와 관련해서도 "C대학병원 측이 A양의 어머니에게 조영술을 왜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조영술에 대해 설명하고 시술 동의서에 서명도 받았다"며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는 병원 측의 시술에는 문제가 없지만, A양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아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C대학병원 측 의료진이 A양의 어머니에게 조영술(진단에 관한 설명, 치료하지 않을 경우 예후, 치료 방법의 종류, 시술의 이유·목적·필요성, 시술의 방법·내용, 발생 가능한 합병증·부작용, 문제 발생 시 조치사항, 시술 후 주의사항, 기타 추가설명)에 관한 내용이 인쇄된 시술 동의서를 제시하면서 설명한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환아인 A양에게 시술 과정이나 시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뇌경색 등의 부작용과 그로 인한 위험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A양과 보호자가 시술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는 환아에게 조영술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 뇌경색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 환아에게 시술과정을 설명해 긴장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진료기록상 직접 설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조영술을 시행한 C대학병원 의료진은 설명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A양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며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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