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속 개원가…"두렵다"
[현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속 개원가…"두렵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3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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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감소 추세"…마스크 착용에서 청진기 소독까지 '경계 강화'
"제2의 메르스 사태로 번지지 않길"…환자 방문 뒤 후폭풍 '우려'
[의협신문]이 1월 29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동네의원을 찾았다. 대부분의 병의원 입구에는 '14일 이내 중국 여행력 및 발열·기침 증세 환자는 병원 내로 진입하지 말고, 1339로 전화해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접수대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해 감염관리 활동을 벌였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이 1월 29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동네의원을 찾았다. 대부분의 병의원 입구에는 '14일 이내 중국 여행력 및 발열·기침 증세 환자는 병원 내로 진입하지 말고, 1339로 전화해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접수대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해 감염관리 활동을 벌였다. ⓒ의협신문 김선경

비상이다. 대한민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가적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개원가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사실상 환자와 직접 접촉할 위험이 큰 최일선 진료실에 '비상등'이 켜진 것. [의협신문]은 1월 29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A빌딩을 방문했다. A빌딩에는 이비인후과, 내과, 안과 등 6곳 의료기관이 개원하고 있다.

6곳 의료기관 중 5곳 입구에 '14일 이내 중국 여행력 및 발열·기침 증세 환자는 병원 내로 진입하지 말고, 1339로 전화해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대부분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했다. 접수대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 감염 예방활동을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개원가 "초긴장"

A개원의는 "환자가 줄었다"고 했다.

A개원의(내과)는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무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미한 증상의 경우, 가정 내 상비약을 먹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메르스 때 겪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문의 전화도 상당하다. '입국 후, 감기 증상인데 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닌지'와 관련한 문의가 가장 많다. 질병관리본부나 대한의사협회의 지침대로 발열·기침 증상의 경우, 관할 보건소나 1339로 연락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며 "발열·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는 가급적 외출하지 말고 보호자를 통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복용하실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A내과 접수대에는 "중국을 다녀오신 지 14일 이내이면서 기침 또는 발열 증상이 있는 분, 병원내로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전화하시고, 우한폐렴 선별진료소에서 진료 받으셔야 합니다"고 안내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16개 시도별로 지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는 487곳(선별진료소 바로가기, 2020년 1월 29일 18:00 기준).

이날 같은 빌딩에 있는 안과에 내원한 환자 중에는 실제 중국을 방문한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고 했다. DUR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국방문 입국자'라는 팝업이 떴다.

B간호사는 "팝업이 떴지만, 표시가 너무 작아 겨우 찾았다. 다행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가 아니었지만, 모두가 긴장했다"고 회상했다.

환자가 다녀간 후, 병원은 환자가 접촉한 모든 곳을 소독했다.

B간호사는 "최근에는 발열 증세가 있는 환자가 다녀가면 무조건 철저히 소독하고 있다. 진료실이나 접수대뿐 아니라 환자가 앉은 소파와 볼펜, 바닥 등을 모두 소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원을 방문한 환자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과를 내원한 C환자(24세·여)는 "최근 돌고 있는 감염병이 무서워 미세먼지 차단용으로 구입한 마스크를 착용했다. 정작 미세먼지 '위험' 단계에서도 답답해 끼지 않은 마스크를 지금은 열심히 사용한다"며 "병원에 오는 것이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기침만 조금 해도 주변의 시선이 쏠리는 게 느껴져 빨리 낫는 것이 낫겠다 싶어 내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개원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료를 하고 있지만 환자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기가 불편하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D개원의(내과)는 "우리 병원의 경우, 주로 연세가 많은 노인들이 내원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데, 마스크까지 끼면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쓰고 싶지만,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사태가 더 심각해 진다면, 반드시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내원할 것이 두렵다는 반응도 많았다. 앞서, 메르스나 사스 사태 당시 폐쇄된 병원의 예후를 간접 경험했기 때문.

E개원의(이비인후과)는 "환자가 다녀가면 병원을 폐쇄할 수 있어 매우 불안하다. 아는 내과 원장은 '사스 사태' 때, 실제 병원을 폐쇄했다. 하지만, 정부의 보상이 턱없이 부족해 많이 고생한 것을 지켜봤다"면서 "환자가 병원에 들어오기 전까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더 답답한 심정이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과 특성상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유사한 증상으로 내원하는 분들이 많아, 긴장 상태"라고 언급한 E개원의는 "제2의 메르스 사태로 번지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라고 전했다.

29일 마포구 소재 안과의원에는 중국 입국환자가 내원했다. 간호사는 DUR을 다시 작동, 환자 내원 당시 표시됐던 팝업창을 보여줬다. ⓒ의협신문 김선경
1월 29일 마포구 소재 안과의원에는 중국에서 입국한 환자가 내원했다. 사진은 환자가 내원했을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국방문 입국자'라는 표기가 뜬 DUR 팝업창. ⓒ의협신문 김선경

온라인으로 엿본 개원가 '혼란'…"의심환자 방문 뒤, 후폭풍 두렵다"

개원의들의 불안감은 온라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의사 커뮤니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환자가 끊겼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현장에서 접한 개원의들의 고충이 온라인에서도 등장한 것.

게시물 및 댓글에는 '우한 폐렴 때문인가? 환자가 안 오네ㅠ','병원이 너무 조용하다', '만성질환자 외에는 거의 없다', '평소의 절반 정도 오는 것 같다', '요새 식당도 잘 안 간다고 하더라' 등의 반응이 나왔다.

감염을 우려해, 청진기까지 알콤솜으로 매번 닦고 있다는 사연도 눈에 띄었다.

F의사는 "청진기를 한 번 사용하면 매번 알콜솜으로 닦고 있다. 청진기를 사용한 귓속까지 닦아내고 있다"며 "고글을 끼는 분이 있단 얘기도 들었다. 고글까지 고려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진료 현장의 소식을 전했다.

감염 위험과 기관 폐쇄라는 공포에 직면한 개원의들의 현실에 비해 의료인 보호조치 규정은 너무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당국의 지침은 '말 잘 듣는 착한 환자'만을 고려한 안내가 전부다. 환자가 중국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순간 병원은 비상 상황이 된다.

SNS에는 유증상 '중국 입국자'가 내원했지만, 해외 방문력이 없다고 잡아떼고, 급기야 도주까지 시도하면서 애를 먹은 의사의 사연도 등장했다.

G의사는 "23세 여자환자가 병원 입구에서 열을 쟀고, 정상이었다. 해외방문력이 없다고 했고, 가벼운 URI(상기도감염)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접수해 보니 DUR에 '중국 입국자'라는 팝업창이 떴다. 그런데도 환자는 끝까지 잡아뗐다"면서 "1339와 보건소에 연락하는 사이 환자가 뒷걸음질을 치면서 도망을 가려 했다. 직원들이 잡았고, 이후 보건소에 연락했지만 '일단 아닐 수도 있으니, 진료를 보라'고 하더라"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전했다.

"다른 환자가 대기하고 있어, 안 된다고 하니 그제야 환자를 붙잡고 있으라고 하더라. 잠시 후, 구급차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와서 환자를 데리고 갔다. 그 과정에서 접촉한 직원들은 지금도 경과를 보며 대기 중에 있다. 거짓말하는 환자와 허술한 보건소 대책 사이에서 개원의들만 고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보건소는 질본이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지침(지자체용)'에 따라 신속히 접수하고, 적극적으로 후속조치에 나서야 함에도 우왕좌왕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환자가 오는 순간, 병원의 운명은 끝이라는 글도 보였다.

실제 3번 확진자가 다녀간 성형외과는 예약의 60%가 취소되는 등 후폭풍을 겪고 있다.

의심환자가 내원한 병원이 문을 닫은 경우에도, 정부의 손해 보상은 의료기관 폐쇄조치 시, 영업하지 못한 부분에 그친다. 더 큰 피해인 '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현실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도 크다.

H의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내원했다면, 그 자체로 병원은 초토화된 거다. 그 즉시 문을 닫아야 한다. 소문이 나면 더 이상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으니 자·타의적으로 문을 닫게 된다. 환자 내원 뒤 찾아올 후폭풍이 두렵다"고 걱정했다.

[의협신문]은 29일 마포구 소재 개원가를 찾았다. 대부분의 병원 입구에는 '14일 이내 중국 여행력 및 발열·기침 증세 환자는 병원 내로 진입하지 말고, 1339로 전화해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은 1월 29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개원가를 찾았다. 한 동네의원에 대한의사협회가 제작해 배포한 '14일 이내 중국 여행력 및 발열·기침 증세 환자는 병원 내로 진입하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전화번호 1339)로 전화해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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