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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 사건, 도움 주려 달려간 의사 '호의' 인정해야"
"봉침 사건, 도움 주려 달려간 의사 '호의' 인정해야"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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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아인법, 영미 국가에선 '호의성'·'무상성' 핵심 가치
김천수 교수 "이런 가치 부정된다면, 응급상황 때 어느 의사 나서겠나"
김천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봉침 시술을 받고 응급상황에 빠진 환자를 돕기 위해 나섰던 의사가 '환자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송사에 휘말린 이른바 '봉침사건'의 선고를 앞두고, 당시 의사가 보여준 '호의'를 이 사건 판단의 핵심 가치로 다뤄야 한다는 법조계의 조언이 나왔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 제정 취지는 무상조력행위에 대한 면책 규정을 두어 사람들이 각종 구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데 있고, 이 가치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이번 법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 전례가 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김천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대한의료법학회장,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비상임위원,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 국내 민사법분야 최고권위 학회인 한국민사법학회 차기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응급의료법은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규정,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 규정을 두고 있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응급의료종사자와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응급의료 종사자의 경우에는 본인이 받은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한 응급의료,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자는 업무 수행 중이 아닌 때에 응급처치를 한 경우 해당 법률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때문에 김 교수는 '봉침 사건'은 해당 의사가 '업무 수행 중이었는지, 아닌지'가 면책규정 적용 여부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엄밀하게 법 조문을 따지자면 의사는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에 해당한다. 면책을 받자면 그가 한 응급행위가 '업무 수행 중이 아닌 때에 한 응급처치'라야 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국가법령정보센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국가법령정보센터)

김 교수는 "이런 접근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법률의 취지를 고려할 때 단순히 법 조문의 적합성만을 따지다가는 법률 취지를 무력화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영미국가의 관련 법률은 행위의 무상성과 호의성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각종 구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제도의 취지에 기반한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이 사건에서도 한의사의 도움 요청으로 뛰어간 의사의 호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단순히 법조문만을 물리적으로 따져 '진료시간 내에 일어난 일이니 업무 수행중이었던 것 아니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 제도가 갖는 국제적인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서 호의성이나 무상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의사들이 향후 유사사건 발생시 매우 소극적으로 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치가 부정된다면 응급상황에서 어느 의사가 나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법조계가 이번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를 근거로 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만큼,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사건 판단의 근거가 되는 규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대법원 판례가 향후 규범으로 자리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하면 해당 사건이 대법원까지 다뤄져 법률 해석의 모호한 부분들이 정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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