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사들 "근로조건 향상 위해 '단체행동' 나선다"
해외 의사들 "근로조건 향상 위해 '단체행동' 나선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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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세계 의사 100년 전부터 단체행동…수용률 61%"
보상체계 및 근무환경 개선, 인력 수급 및 고용, 정책 반대 등 주된 이유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의사 단체행동은 '초유의 사태'가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된 현상이다…단체행동 기간의 사망률 분석 결과,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22일 공개한 정책현안 분석 자료 '세계적으로 일상화된 의사 단체행동(부제:의사가 청진기를 잠시 내려놓게 된 이유)'을 통해 "전세계으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의사의 단체행동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감행했다. 언론·시민단체·정부는 한국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비인간적·비윤리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최근 의학전문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가 의사파업과 관련한 국제 사정에 대해 상당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얼마 전에도 프랑스 의사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의사 파업은 굉장히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문헌검색을 통해 찾아낸 해외 '의사 단체행동' 사례는 총 313건에 달한다.

해외의사 단체행동 사례 (출처=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해외의사 단체행동 사례 (출처=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가장 오래된 사례는 1904년 독일에서 나왔다. 2019년 한 해 동안 △프랑스 △포르투갈 △페루 △짐바브웨 △인도 △스리랑카 △수단 △볼리비아 등 8개 국가에서 의사 단체행동이 벌어졌다.

의사 단체행동은 100년이 넘은 역사가 있고, 최근까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 의사들이 단체 행동을 진행한 주된 이유는 '근로조건 향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정책연구소가 65개 국가의 의사 단체행동 180건을 분석한 결과, 의사 단체 행동의 주요 원인은 ▲보상체계 개선(33.6%) ▲근무환경 개선(22.9%) ▲의사 인력 수급 및 고용 (12.3%) ▲정책 관련 반대(12.0%)로 조사됐다.

의사 단체행동 성공률도 분석했다. 분석대상 180건 중 111건이 성공, 61.7%의 수용률을 보였다. 

단체행동 원인항목별 수용률은 의사의 전문성·자율성 관련 문제와 법제화 및 정책 이행이 각각 75.0%로 가장 높았다. 안전문제(64.3%), 보상체계 개선(63.4%)이 뒤를 이었다.

의사 단체행동, 국민건강에 악영향? 오히려 사망률 '감소' 연구…국내 역시 "별 차이 없어"

일반적으로 의사의 단체행동은 치료 감소를 일으켜, 사망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연 그럴까.

의료정책연구소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의사가 단체행동을 하면 사망률이 역설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최소한의 진료를 제외한 단체행동의 경우, 단체행동 기간의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Cunningham et al.(2008)은 의사 단체행동이 국민의 건강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5개 의사 단체행동 사례에 대한 7개 논문을 분석했다. 의사 단체행동 기간 중 사망률이 감소했으며, 단체행동 기간 이후 사망률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보고했다.

Bhuiyan & Machowski(2012)는 2010년 남아프리카의 Polokwane 병원 사례를 통해 의사 단체행동으로 인한 사망률 차이를 분석했다. 단체행동 기간의 총 사망률은 단체행동 이전기간 보다 오히려 18% 감소했다.

Ruiz et al.(2013)은 2012년 영국에서 발생한 24시간 의사 단체행동 사례를 분석해 의사 단체행동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단체행동 전후로 사망률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6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도 역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52일 동안 단체행동을 했고, 이 기간 사망률은 35% 줄었다.

국내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의사 단체행동은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투쟁'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투쟁'이 대표적이다.

전국의사의 단체행동에 따른 사망률 경과 (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전국의사의 단체행동에 따른 사망률 경과 (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전국의사의 단체행동에 따른 1일당 사망률 보정 경과 (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전국의사의 단체행동에 따른 1일당 사망률 보정 경과 (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신문

의료정책연구소는 "전체적으로 단체행동 당시 1일 평균 조사망률이 해당 월의 1일 평균 조사망률이나 해당 연도의 1일 평균 조사망률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조사망률이란, 인구 천 명당 새로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다. 특정 인구 집단의 사망 수준을 나타내는 기본적 지표로, 1년간 신고된 총 사망자 수를 해당 연도의 중간인 7월의 인구로 나눈 후 그 수치를 처분율로 나타낸다.

2000년 6월 단체행동 기간의 1일 평균 조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31명으로, 2000년 6월의 1일 평균 조사망률(1.32명)과 2000년의 1일 평균 조사망률 (1.43명)보다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8월의 단체행동 기간의 1일 평균 조사망률은 1.40명으로 8월 평균 조사망률(1.34명)보다 높았지만 2000년 평균 조사망률(1.43명)보다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 반대 투쟁의 경우, 3월 단체행동 기간 동안 1일당 조사망률 은 1.56으로, 연도별 조사망률(1.44) 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소는 "환절기에 사망률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단체행동보다는 계절적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계절적 영향을 제외하면 국내에서도 의사 단체행동 기간과 평상 시 사망률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의 단체행동은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특히 의사의 경우, 환자의 건강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학적 자율성·진료 환경 보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비용 상승 및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에 대해, 의사에게 책임을 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한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의 의무감·책임감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사는 점점 증가하는 국가의 보건의료 서비스 비용에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정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증진을 원한다면, 의사가 경제성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환자의 건강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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