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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3:14 (화)
"기피과는 원래 기피과인가?"
"기피과는 원래 기피과인가?"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2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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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이번에도 예외 없이 외과는 미달이었다. 소위 빅 5정도에서 겨우 숫자를 맞추었을 뿐, 이외의 병원은 지원자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외과 뿐이 아니다. 흉부외과·비뇨의학과·산부인과 등도 대동소이했다. 이 상황이 수년간 고착되다보니 아예 '기피과'라는 것이 원래 전공과목의 분류체계의 하나인 것처럼 낙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원래 외과는 기피과의 숙명을 타고난 것일까? 사실 아주 예전에는 가장 인기과였다고 한다. 물론 너무 오래되어 필자가 전공의 지원을 하던 20년 전에도 옛날 이야기처럼 들은 이야기라, 요새 외과는 이국종 교수님 같이 사명감이 남달리 투철한 의사만이 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통상 수입이 높은 외과계열에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외국 출신의 의사들은 들어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미국의 젊은 의사들은 돈만 아는 한국 의사들과 달리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강해서 그런 것인가? 

미국 의료인들의 폐쇄형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중 가장 유명한 Doximity 의 2019년 Physician compensation report를 보면 신경외과(62만불)·흉부외과(58만불)·정형외과 (53만불)·방사선 종양학과 (49만불)·혈관외과 (48만불) 등 수술과가 가장 상위권을 차지했고, 내과중에서는 시술을 주로하는 소화기내과·심장내과 등이 약 45만불 정도, 소아과·가정의학과·내분비내과 등 시술이 거의 없는 진료과들은 22∼25만불 정도로 평균수입이 가장 높은 과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나타났다.

(https://blog.doximity.com/articles/doximity-2019-physician-compensation-report-d0ca91d1-3cf1-4cbb-b403-a49b9ffa849f ) 물론 수술과들은 수련기간이 길고, 실제로 액티브하게 일할 수 있는 수명이 짧기 때문에 평생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그 차이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보상의 크기가 전공 선택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모두들 앞으로 외과 수술을 할 인력이 없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은 성형이나 피부 미용 등으로 의사들이 몰린다며 '돈만 아는 의사들'이라고 매도한다. 또는 정재영같이 소위 편한 과만 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외국의사를 수입하라는 현실성 없는 말들이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의대'라는 것을 만들어서 졸업생 의사들의 의무 복무니 강제 배치 같은 것을 추진하려 한다. 그런 비난이나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원이 환자의 상처를 빨아 그 고름을 입에 담는 것은 환자에게 혈육의 정을 느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보고 하는 것이다.' (한비자) 

이국종 교수님처럼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가정 생활이나 본인의 건강을 해쳐가며 일하는 분들은 존경할만 하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은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정책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각 개인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기는 각 개인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게 꼭 경제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남들의 인정이나 직업안정성, 워라밸 같은 것을 포함하는 것이지만. 

외과가 기피과라면 그것은 외과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일, 의료분쟁이 발생하기 쉬운 일에 대해 그에 대한 상응하는 보상이 있지 않으면 각 개인이 그걸 본인의 진로로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래서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외과 수술을 안심하고 받기 위해서는, 이국종 교수님 같이 열정 넘치는 분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그런 분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각 개인의 이기심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게 시스템이고,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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