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간호사가 환자 대신 대리처방 수령 "적법"
노인요양시설 간호사가 환자 대신 대리처방 수령 "적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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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간호사가 환자 가족보다 건강상태 정확히 알아…'업무정지처분' 부당 판단
현두륜 변호사, "대리처방 관련 부당한 처분 받은 의료기관 권리구제 필요" 강조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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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가 '환자 가족'은 아니지만, 간호사가 환자 가족 보다 건강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으므로 환자를 대신해 병원에서 대리처방전을 발급받는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의사는 의료법인 B의원을 운영하던 중 2016년 10월 경 보건복지부로부터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에 대해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 결과, A의사는 환자 가족이 아닌 노인요양시설에 소속된 간호사가 내원해 상담했음에도 재진진찰료 등을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해 지급받는 등 진찰료 산정기준을 위반해 청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원외 처방전을 의료급여대상으로 발행해 약국 약제비를 청구하게 해 약제비를 부당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82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40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75만 550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했다.

A의사는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의사는 ▲거동이 어려운 요양시설 입소 환자의 경우 환자 본인이 매번 가족들과 함께 의료기관을 방문하기는 어려운 점 ▲요양시설 입소 환자 본인과 떨어져 지내는 가족이 의사에게 환자의 건강상태, 증상, 과거력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 ▲오히려 요양시설 소속 간호사가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가족보다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점 ▲노인복지법 제1조의2 제2호가 보호자를 '부양의무자 또는 업무 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노인을 보호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를 보호하는 간호사도 환자의 가족과 유사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간호사에 의한 대리 진찰 및 원외 처방전 발급도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에 의한 대리처방을 허용하는 개정 의료법이 곧 시행 예정인 점 ▲B의원은 노인요양시설과 촉탁의 계약을 체결한 후 매월 2회 100여명에 달하는 환자를 진료하지만, 환자들의 의료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동일 상병, 장기간 동일 처방, 환자 거동불능 등의 요건을 갖춰 시설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에 의한 대리처방을 하게 된 점 ▲일부 환자의 가족이 간호사에 의한 대리진료에 동의서를 작성해 준 점 ▲업무정지처분이 내려지면 많은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각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A의사는 "노인요양시설 소속 간호사가 민법상 가족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각 처분에는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항변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은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가 입소자 대신 병원을 방문해 의사로부터 입소한 환자의 처방전을 받은 것이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노인요양시설 소속 간호사가 시설에 입소한 환자를 대신해 B의원의 의사와 상담해 재진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발급받은 것이 부당청구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노인요양시설 간호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를 수령하거나 처방전만을 발급하는 경우는 비록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가 시설에 입소한 환자의 가족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그 경우에도 이 사건 규정을 유추 적용해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이 관련 요양급여비용 또는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는 노인요양시설에 상근하며 구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의무(입소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입소자의 질환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 입소자로 하여금 질환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요양을 받도록 할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고,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입소자의 질환 등을 의사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소자의 가족은 시설을 자주방문하지 않으면 시설에 상근하는 간호사보다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기 어렵고, 의료인에게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간호사보다 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 가족의 상담에 의한 진료만으로는 입소자에 대한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할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019년 8월 27일 개정돼 2020년 2월 28일 시행 예정인 의료법 제17조의2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있으며, 대리수령자는 환자를 대리해 그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다'고 규정해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가 환자를 대리해 처방전을 수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도 하다"며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 소송을 진행한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노인복지법상 노인요양시설은 간호사를 1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하고, 이러한 간호사는 노인요양시설에 상근하면서 입소한 환자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가족보다도 환자의 상태를 의료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법원은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도 환자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입소한 환자의 처방전을 대신 발급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고, 법원은 이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노인요양시설의 촉탁의사제도가 잠탈될 염려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 변호사는 "보건복지부는 대리처방은 환자 가족에 대해서만 인정된다고 본 반면, 법원은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의 경우에도 대리처방이 가능하다고 본 것"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구제받을 수는 있게 됐지만, 다른 사례에 있어서는 여러 병원들이 의료법 위반 등으로 부당한 제재와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게나마 대리처방에 관한 의료법이 개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개정 의료법 시행 이전에라도 대리처방과 관련한 부당한 해석이나 법 집행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그로 인해 부당하게 제재나 불이익을 받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권리구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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