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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잦은 난소암, 환자별 사전 치료전략 수립해야"
"재발 잦은 난소암, 환자별 사전 치료전략 수립해야"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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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용일 인제의대 교수(해운대백병원 산부인과)
최신 의약품, 앞차수 건보급여 사용 환경 조성 강조

예후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암종, 난소암 치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의료진의 치료전략 수립 중요성이 높아진 것.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검진이 쉽지 않아 절반 이상이 3기 이후 발견된다. 3기 이상 환자의 80%는 15개월 전후로 재발을 경험한다.

그간 난소암은 치료제 개발이 더뎠다. 2013년 표적치료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이 등장할 때까지 화학요법(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이 1차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최근 국내외에서 유지요법으로 허가를 획득한 PARP 치료제는 난소암 치료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아직 환자 수가 적은 BRCA 변이에 대한 적응증만 획득하고 있지만, 향후 PARP 치료제 역할의 확대가 예상되는 임상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의협신문]은 최근 지용일 인제의대 교수(해운대백병원 산부인과)를 만나 난소암 치료에 대한 임상 현장 상황과 학문적 견해에 대해 들어봤다.

지용일 인제의대 교수 ⓒ의협신문
지용일 인제의대 교수 ⓒ의협신문

Q. 난소암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난소암은 발생 시점 확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3∼4기로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치료부터 예후가 나쁠 수밖에 없다. 유방암은 1∼2기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대비해 난소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3∼4기에 발견된다.

난소암은 조기 검진을 위한 선별검사나 특별한 예방법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진다. 이로 인해 병기가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다 보니 당연히 재발률이 올라가게 된다.

현재까지는 이미 질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20대에서 자궁경부암 검사 등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가 관심을 두고 주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

Q. 국내 난소암 유병률은 어떠한가?
2016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난소암 환자는 10만명 당 2630명으로, 2010년 2055명 대비 28% 증가했다. 과거에는 자궁경부암 환자가 많았지만, 검진율이 높아지면서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환자 연령대는 젊어지고 있다. 배란 횟수가 난소암 유병률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늦은 결혼, 적은 출산 등 사회적인 요인으로 인해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4기 환자에서 수술 및 항암치료를 진행한 이후 보통 15개월에서 20개월 안에 대부분 재발한다. 재발 시점에 따라 6개월 이전의 경우 백금계 저항성, 6개월 이후의 경우 백금계 감수성 환자로 구분한다.

Q. 난소암 치료에서 치료약제별 어떤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난소암 치료 영역에서 첫 번째로 등장한 표적항암제인 아바스틴은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1차부터 3차까지 다양한 차수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즉 어느 치료 차수에 아바스틴을 사용할지 먼저 결정하고, 추가적으로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PARP 억제제를 사용할지 여부를 고민한다.

난소암 환자의 80∼90%에서 BRCA 변이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난소암 치료에서는 아바스틴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BRCA 변이가 발생한 약 10%의 환자에서는 아바스틴과 또 다른 치료 옵션을 어떤 순서로 사용할지 고민한다.

NCCN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PARP 억제제 중 하나인 올라파립(제품명 린파자)은 3차 이상에서 권고하고 있으며, 아바스틴을 먼저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3차나 4차 치료에서는 최근 등장한 니라파립(제줄라)이 사용될 것이라 예상한다. 니라파립은 현재 2차 이상의 백금기반요법에 반응한 환자 중 BRCA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가 적용되는데, 상동재조합결핍(HRD) 환자에서도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치료 옵션으로 등장한 키트루다는 아직까지 어느 차수에 쓰면 좋을지 논의 중인 상황이다. 키트루다는 PD-L1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 사용 가능한데, 난소암에서는 PD-L1에 반응하는 환자가 많지 않고, 실제 처방에서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Q. PARP 억제제들이 BRCA 변이 여부에서 벗어나 처방 지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과거에는 독소루비신 계열의 주사제에 기대가 컸지만, 아무래도 3, 4차 치료에서 처방되다 보니 기대보다 예후가 좋지 않았다.

치료 혜택이 좋은 약제일수록 앞선 치료 차수에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난소암은 처음 수술 이후 1차 치료 시 무진행생존기간이 평균 18개월 정도 나온다. 그러나 다음 치료가 진행될수록 그 기간은 짧아져, 결국 3차 치료에서는 백금계 감수성 환자보다 백금계 저항성 환자가 더 많아지게 된다.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을 위한다면 2차 치료까지는 효과가 좋은 약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 난소암은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을 다 처방한 이후에 다음 약을 고민하는 개념은 아니다. 재발이 잦기 때문에 환자 상태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미리 치료 전략을 수립한 후 치료에 임해야 한다.

Q. 올해 개정된 NCCN 가이드라인을 보면, 생식세포변이(germline), 체세포변이(somatic) 등 BRCA 세부 변이 사항에 따라 PARP 억제제 처방과 그 권고수준에 차이가 나타난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
임상시험 시 환자군을 어떻게 디자인했는가에 따라 처방과 권고수준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니라파립 임상은 gBRCA(생식세포) 변이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디자인이 설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sBRCA(체세포) 변이 환자도 포함돼 있는데, 임상 논문에서 이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제줄라는 국내에서 gBRCA 변이 환자에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올라파립 또한 니라파립과 동일한 임상 디자인으로 진행됐지만, 식약처에서 해당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BRCA 변이 환자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했다. 현재 gBRCA, sBRCA 변이 환자 모두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Q. 마지막으로 난소암 치료에 있어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제언한다면?
1차나 2차 치료에서 사용 가능한 약제의 접근성이 좀 더 강화되길 바란다. 가능하다면 치료 초기에 효과가 좋은 약을 다양하게 처방해 치료 효과를 개선하고, 이를 더욱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

또한 난소암 치료에서는 치료제, 즉 다양한 치료 옵션만큼 수술도 매우 중요하다. 약제뿐만 아니라 수술과 관련된 의료 환경도 개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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