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여성의학과' "명칭 변경해 주세요!"
'산부인과→여성의학과' "명칭 변경해 주세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1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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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눈초리 받으며 진찰받기 싫다"…국민청원 등장
산부인과학회·의사회 "잘못된 인식 개선 위해 변경 필요"
(이미지=pixabay 사진 편집)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이상한 눈초리 받으며 진찰받기 싫다"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바꿔 달라는 요구가 높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산부인과'라는 명칭 때문에 여성들이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청원자는 "임산부만 산부인과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진찰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여성으로서 여성 질환 진료를 기다릴 뿐"이라며 "산부인과라는 시대착오적 명칭 때문에 진료가 필요한 대부분의 여성이 진료를 기피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편견 타파와 성장을 위해 재명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청원은 지난해 12월 마감, 4만 2468명의 공감을 이끌었다.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첫날 7000명이 넘게 동의했고, '맘카페' 등에 청원 운동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며 관심을 끌었다.

한 맘카페 회원 A씨는 "기존 인식으로 인해 어린 청소년이나 미혼 여성들이 병원을 잘 찾지 못한다"며 해당 청원 URL을 공유했다. 또 다른 맘카페 회원 B씨는 "딸을 둔 엄마로서, 항상 고민해 왔다. 왜 우리 아이들이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이제는 명칭이 바뀔 때가 됐다"며 청원을 독려했다.

댓글에는 "저도 찬성이다", "미혼이었을 때 자궁근종으로 병원에 다녔는데,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청원했다" 등 옹호하는 내용이 달렸다.

C씨(인천·만 30세) 역시 "부인과라는 이름 때문에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진찰을 보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20대 초반에 질염 증상이 있었지만, 병원에 가기 쉽지 않았다. 이에 병이 상당히 진행돼 참지 못할 때까지 병을 키운 경험이 있다"며 "현재는 인식이 많이 완화된 것 같지만, 나이 어린 친구들은 내가 겪은 감정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맘카페에 올라온 사연. B씨는
한 맘카페에 올라온 사연. B씨는 "딸을 둔 엄마로서, 항상 고민해 왔다. 왜 우리 아이들이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이제는 명칭이 바뀔 때가 됐다"고 국민청원을 독려했다. (사진=맘카페 게시판 캡쳐) ⓒ의협신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가임기 여성 임신 전 출산 건강 관리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청소년의 62.3%는 "산부인과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고 답했다. 성인 미혼여성의 70.8%도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미혼여성 1314명 중 53.2%가 생식기 건강에 이상을 경험했지만, 이 중 56.9%는 산부인과를 가지 않았다.

명칭 변경 요구는 과거에도 나왔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012년 대의원 총회에서 '산부인과'라는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키로 확정, 추진한 적이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85%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당시에도 '산부인과'라는 명칭으로 인한 부담감을 없애, 미혼 여성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춘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이견도 나왔다. "현재도 모호한 진료영역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 결국, 타과의 반대와 '의료법 개정'이라는 큰 산 앞에 산부인과학회가 추진한 명칭 변경 작업은 무산됐다.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 변경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은 지난해 12월 마감, 4만 2468명의 공감을 이끌었다. (사진=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의협신문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 변경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은 지난해 12월 마감, 4만 2468명의 공감을 이끌었다. (사진=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의협신문

산부인과의사들은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전문화된 여성의학의 범위를 포괄하고 있는 산부인과의 현 상황을 근거로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최근 의학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전에는 산과·부인과 등 출산에 대한 관심에 집중됐다면, 현재는 여성 질환을 포함한 임신·출산을 보다 전문화한 모체태아의학으로 발전했다. 영역이 상당히 넓어진 것"이라며 "생식·불임 등 넓어진 진료 영역을 총괄하기 위해서는 '여성의학'이라는 명칭이 더 적합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필량 이사장은 "물론, 산과 역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환자들의 인식이다. 임신을 주로 한다는 명칭을 고수했을 때, 젊은 여성들이 갖는 거부감이 있다. 이는 병원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더불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내·외과학 영역의 질환들이 합병되는 경우도 있다. 내·외과에서는 소극적으로 다루거나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협진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 등에 대한 재검토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장 역시 "산부인과는 기혼 여성이나 임산부 여성, 임신 예정 여성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 개원한 산부인과들은 대로변이 아닌 골목 등 구석에 위치했다. 여성들이 오기에 '창피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인식'의 문제를 먼저 꼽았다.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는 임산부나 기혼여성에게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도 12세부터 접종하고 있다. 성장기에 맞춰 예방접종이나 생리통, 생리불순 등 진료내용이 있다"며 "무엇보다도 최근 SNS로 인한 잘못된 정보가 범람해 질병을 더 키울 수 있다. 명칭 변경을 통해 문턱을 낮추고, 여성들이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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