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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구충제' 펜벤다졸 임상시험?…국립암센터 "필요 없다"

'개 구충제' 펜벤다졸 임상시험?…국립암센터 "필요 없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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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태 국립암센터 임상시험센터장 "효과가 없다고 봐도 된다"
펜벤다졸 효과, 1세대 항암제 유사…이미 3세대 항암제 사용 중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최근 '개 구충제(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둘러싼 화제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립암센터에서 관련 임상시험을 추진했지만, 계획이 취소됐다. "그럴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

뉴시스는 9일 보도를 통해 "국립암센터가 개 구충제를 포함, 구충제의 항암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추진했지만, 준비단계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펜벤다졸은 기생충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약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개나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이 승인돼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소세포폐암 말기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를 먹고, 암이 완치됐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이후 국내에 소셜미디어와 보도를 통해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 사례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한 때 펜벤다졸 품귀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개 구충제' 열풍이 불었다.

의학 전문가들은 입증되지 않은 효과를 맹신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지난 11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다"며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향후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돼야 한다"며 "복용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하길 권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높아져 가는 사회적 관심과 임상시험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 임상시험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했던 것. 하지만, 결국 필요성 미입증으로 '불발'됐다.

국립암센터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를 2주간 검토한 결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흥태 임상시험센터장장은 "근거나 자료가 너무 없어서 안 하기로 했다. 보도자료까지 준비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제일 괜찮다며 많이 인용된 논문도 검토해 봤는데 이것조차도 허접했다"면서 "특히 펜벤다졸이 보이는 기전(일어나는 현상)이 의학적으로 큰 가치가 없다"고 진단했다.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 내 기관을 억제해 암세포를 죽이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용도의 항암제는 이미 1990년대에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로 만들었다. 현재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3세대 항암제까지 사용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굳이 1세대 항암제로 돌아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흥태 임상시험센터장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게 아니라 효과가 없다고 봐도 된다"고 강조하며 "전문가, 정부 관계자, 환자가 모두 참여하는 공론장에서,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주치의가 진료기록을 객관적으로 공개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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