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을 탄(彈)한다"
"탄핵을 탄(彈)한다"
  • 이성낙 가천대학교 명예총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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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보장은 민주주의 원칙이자 근간…탄핵 남용으로 사회 오염
이성낙 가천대학교 명예총장 前 한국의약평론가회장
이성낙 가천대학교 명예총장 前 한국의약평론가회장

'의사협회 권위가 살아나야 한다'(안병정, 의학신문, 2019년 12월 16일)는 칼럼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차에 눈에 띄는 글이라 놓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국내 의사회가 임총을 열어 탄핵 절차를 거론한다는 내용이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편으론 우리 의사들을 총합하여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도 우리 사회 속에서 숨을 쉬며 공존하는 한 단체이니 한국 사회의 이른바 '풍토병'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런 우리 사회의 한계점을 보는가 싶어 마음이 매우 황량하기만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사 중에서도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면, 참으로 굴곡이 만만치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필자가 살아오는 동안 몸소 겪었던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는 70여 년간 대통령 열한 분의 '임기의 끝 무렵'만을 놓고 살펴보면 참으로 아픈 질곡(桎梏)의 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유종의 미'를 맺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잡사(雜事)에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켜봐야 하는 우리 시민의 마음은 심란(心亂)하기만 합니다.

그런 가운데 그리 익숙하지 않은 외래어와도 같은 '탄핵(彈劾)'이란 새로운 단어가 마치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듯합니다. 우리가 모두 이런 '우울한' 상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의사 사회가 갈등 국면에 처해 있다는 사실과 탄핵 국면에 있다는 사실은 엄연히 다르기에 놀라움과 실망감을 거둘 수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현 집행부의 정점에 있는 최대집 회장의 탄핵을 놓고 모두가 왈가왈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대집 회장의 리더십 부재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 바로 '탄핵의 사유'라니 절로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만일 최대집 회장이 공금을 올바르지 않게 유용하였다든지,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협회의 품격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했다든지, 회원의 권익을 심각하게 손상했다면 충분한 탄핵 사유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최대집 회장이 의사협회를 이끌면서 '돌출 행위'를 하고, 회원들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게 작금의 핵심 쟁점이자 탄핵 사유라고 합니다. 

이는 분명 어느 조직 사회에서든 회원의 불만 요소로 표출할 수 있고, 표출되어야 하는 사항이긴 하지만 분명 '탄핵할 죄상(罪狀)'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군주제나 독재주의와 달리 민주주의 시스템에는 회기 또는 임기가 있다는 것이 핵심 요소입니다. 국가의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또는 모든 사회단체의 장을 선발하면서 임기를 명시하고 그걸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꽃'이며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일 내가 뽑은 대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런 인물을 잘못 선출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근래 대두하고 있는 의사협회의 논란은 회원들이 회장을 잘못 선출한 책임도 분명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원들은 회장의 임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무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럽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의사협회까지 이런 사회적 혼란에 휩싸일 필요가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탄핵'이라는 표현이 너무 남용되어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의사협회의 '탄핵'하는 모습을 보며 무거운 마음으로 탄(彈)하게 됩니다.

■ 이 원고는 의협 임시대의원총회 이전에 작성한 것입니다.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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