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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구관, "공단 부당이득징수처분 행정법 어길때 있어"
대법원 연구관, "공단 부당이득징수처분 행정법 어길때 있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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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사, "징수 처분 사유·근거 법령 부적절…행정절차법 미준수" 지적
건보공단 처분 고민 없이 받아줬으나 행정절차법 잘못 적용 꼼꼼하게 따져
21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대한의료법학회 2019 동계공동학술대회'에서 문현호 대법원 판사가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 처분에 대한 최선 쟁점'을 소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21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대한의료법학회 2019 동계공동학술대회'에서 문현호 대법원 판사(사진 오른쪽)가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 처분에 대한 최선 쟁점'을 소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당이득징수 처분을 할 때 행정절차법 등에 대한 이해는 다른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보다 매우 떨어져 있다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지적이 나왔다.

건보공단은 처분의 사전통지, 처분의 이유 제시 등 기본적인 행정절차법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처분 사유 및 근거 법령도 부적절한 경우도 많았다는 것.

문현호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는 21일 대한의료법학회와 대법원 의료법분야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9 동계공동학술대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 처분에 대한 최신 쟁점을 소개했다.

문 판사는 국민건강보험 관련 사건에 대해 법원의 판단 경향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초까지 법원은 건보공단에 대한 법적 통제를 매우 느슨하게 했던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요양기관이 어떤 것이든 잘못하면 건보공단이 제시한 처분 사유 등에 대해 문제로 삼지 않고, 건보공단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행정절차법과의 관계 등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받아주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문 판사의 지적이다.

문 판사는 "법원은 건보공단이 공적 기관이므로 알아서 잘했겠지라는 막연한 신뢰, 그리고 의사 등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 건강보험제도와 의료행위에 대한 이해의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기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초기에는 의료법과 의료기기법 위반에서 시작한 부당이득징수 사유가 다양한 행정절차법 위반으로 확대됐고, 실질적 이유가 아닌 형식적 이유를 들어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이 유행됐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입장에서는 어렵게 의료행위에 대해 분석을 하지 않고도 적은 노력으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의료행위에 대한 요양급여비 심사가 어렵다 보니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을 찾아 그것을 근거로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을 많이 한 경향을 보인다고 본 것.

문 판사는 "건보공단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급여 지급구조가 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선지급한 후 건보공단이 가입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구조가 아니라,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건보공단이 가입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구조였다면 가입자들이 보험급여 지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법원 역시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문 판사는 "지급구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이득징수 여부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징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행정법상 부당결부금지의원칙,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건보공단의 행정절차법에 근거한 부당이득징수 처분을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대법원은 이를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했고, 하급심 판결이 위법이라는 판례가 나온 것을 참고해야 한다며 2개의 대법원판결을 소개했다.

의료법상 중복개설 운영금지 규정에 위반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해 대법원이 지난 5월 30일 선고(2015두36485)한 판결과 의료기관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부당이득징수 처분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11월 28일 선고(2017두59284)한 판결이 바로 그것.

대법원은 2015두36485 판결을 통해 의료법에서 규정한 중복개설 운영금지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2017두59284 판결에서 의료기관이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설치신고를 하기 전 환자에게 제공된 식사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한 것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부당이득 징수)에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하급심이 부당이득징수 처분을 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건보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건보공단이 대법원 판단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데, 무리하게 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이득이라고 보고 환수 처분하고, 환수처분을 할 때 행정절차법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징수처분 이유를 밝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판사는 "과거에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 등 국민건강보험법과 다른 법령을 위반해 행해진 의료행위(요양급여)의 경우 별다른 검토 없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라고 판시해 온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법과는 그 취지와 목적이 다르므로 의료법 등 다른 법령 위반이 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 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건보공단이 부당이득징수 처분 시 신중해야 하고, 행정절차법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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