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황당한 약침의 기원"
"알면 알수록 황당한 약침의 기원"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22 1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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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전통 처치법인 침, 뜸, 부항과 달리 주사기를 이용해 한약을 체내에 주사하는 약침은 역사가 짧다.

대한약침학회에서 편찬한 <약침학> 교과서에 "약침은 한국에서 1967년 경락주입치료라는 명칭으로 남상천 선생에 의해 세상에 처음으로 경락약침이 공개된 이후로 김정언 선생에 의해 팔강약침이 개발되고 민간에서 활용되던 벌침요법이 봉약침으로 흡수 발전됐으며 이후 혈맥약침과 매선 등이 추가되면서 그 폭을 넓혀 왔다"고 설명한다. 즉, 약침술은 전래되어온 의술이 아니라 수십년 전에 개인들이 개발했음을 한의계에서 인정한다. 

남상천은 한의사가 아닌 한약업사다. 한약업사는 약사법 제정당시 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해 의료취약지역에 한정해서 한약을 취급할 수 있게 한 면허로, 고졸 학력에 한약취급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시험 자격이 주어졌다. 한약을 주사하거나 침을 놓는 행위는 한약업사에게 허가된 범위를 벗어난다.

2012년 <대한면역약침학회지>에 발표된 "면역약침이론의 연구배경과 연구과정"에서 그는 무면허의료행위 문제로 인해 해외로 나갔다고 스스로 밝혔다. 

남상천의 약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그의 저서 <경락>에서는 내장의 암·신장결석·폐결핵 등에 약침의 효과율이 100%라고 주장했는데 상식이 있으면 믿을 수 없는 주장이다. <대한면역학회지>에 실린 개발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

"특이하게 내 몸에 울퉁불퉁한 경락조직이 두드러지게 발달했었으니 그것이 유일무이한 독학의 교과서였고 혼자만의 스승이었고 독창적인 연구의 등불이기도 했었다."

"각종 암 환자를 치료해 경험을 쌓으며 1967년 2월 28일 경락 1권을 출판했고 계속해 연구에 매진해 1967년 11월 20일에 경락 2권을 냈다."

"동양의학의 바탕에서 경락(經絡)을 응용한 것이 아니라 경락을 하나하나 입증하다 보니 베일이 하나씩 벗겨져 어느 정도 경락의 신비스런 정체가 드러난 것을 내용으로 한다."

"선생도 없고 참고서도 없는 창조적 연구이니만큼 험로가 너무나 많았다."

각종 난치병을 100% 치료하는 방법을 완전히 자기 혼자 개발했다는 주장이다. 

 

그래픽·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
그래픽·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

'8강약침'의 창시자 김정언은 1987년에 <기적의 약침요법>이라는 책을 발표했다. 저서에서 자신을 한의사가 아닌 전자공학 전공자라고 소개한다. 대학생 때 약침의 효과를 경험해 관심을 갖게 돼 1974년부터 남상천 등과 함께 '우주경락학회(宇宙經絡學會)'를 결성해 활동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의사들과도 접촉이 있었는지 책에 원광대 한의대 교수의 추천사도 담겨 있다. 김정언은 자신의 치료법이 완벽하다는 남상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썼다.

"필자가 그동안 약침치료법을 연구해온 결과는 전술한 남상천씨의 주장이 전혀 틀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지만 100% 맞는 주장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따라서 현재 남상천씨의 책을 읽고 시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약침치료법에 대한 전체적인 수정이 필요하며, 과거의 약침법에 대해 의심했던 모든 문제들을 필자의 저서를 읽으면서 모두 풀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정언의 책과 1992년 <약침의 비방>이라는 책 등에는 약침을 배울 학회 회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붙어 있는데 한의사 면허를 따지지 않았다. 약침은 민간에서 개발돼 퍼졌다가 한의사들의 주류 치료법으로 활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검증은 없었다.

한의사는 아무 검증 없이 천연물을 이용해 자유롭게 한약을 조제해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체내에 주사하는 약침액도 마찬가지다. 또한 한의원 외부에 원외탕전실을 마련해서 다른 한의원들과 공유해서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올해 개정된 <약침학> 교과서에는 대형 원외탕전원 몇 곳의 제품들을 표로 만들어서 소개했다. 교과서가 제품 판촉물이 된 셈인데 한의사가 환자에 맞춰 조제해야하는 한약이 마치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을 대량 제조해 유통시키는 것과 유사한 형태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약침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관심이 없고 한의사들의 복지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약침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이 아닌 시설을 점검하는 '원외탕전실 인증제'를 시행했다.

안 그래도 국민 대부분이 한약이 검증을 거쳐 사용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데 약침에 대한 검증이 있는 것처럼 더욱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대망상기가 있는 사람들이 불법 행위를 하며 개발한 약침이 효과 있고 안전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국민들이 효과 없는 치료에 돈과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복지만 챙기느라 국민의 보건에 눈을 감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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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구 2019-12-25 09:49:06
기가 차네요. 약침이라는게 저런 기원이라구요? 한의사들은 스스로가 부끄럽지도 않나요?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