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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5:07 (화)
경증질환에 대한 수련도 필요하다
경증질환에 대한 수련도 필요하다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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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 전달 체계 개선 단기 대책'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를 위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평가, 보상체계를 변경하는 안을 내놓았다.

상급 종합 병원의 지정기준을 강화해 중증 환자가 입원환자의 최소 30%이상이 되어야 하며, 중증환자 비율이 44%이상까지 높일수록 평가 점수를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경증 입원환자는 16%이내에서 14%로 줄이고, 경증 외래 환자도 17%에서 11%이내로 줄이고, 이를 8.4%와 4.5% 이내로 줄이면 평가 점수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종별 가산율도 중증환자를 많이 진료하면 유리하도록 개선한다고 한다. 명칭도 '상급'이 아닌 '중증'종합병원으로 바꾼다고 하며, 향후 환자들의 상급 종합병원 이용에 대한 제한을 포함한 보다 장기적인 제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중증 환자를 '질병 코드'로 정의하는 것의 한계점 등 여러 문제점이 있긴 하겠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은 동의하는 바이다. 현재는 경증 질환자들이 너무나도 쉽게 상급 종합병원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불필요한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전공의 수련 문제이다. 전공의 대다수는 상급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는다. 얼마전 동기 모임에서 지역의 대학병원에 있는 한 외과 동기로부터 들으니 앞으로 담낭절제술을 하면 병원의 중증 입원 환자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충수절제술이나 탈장, 치핵 수술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도 웬만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런 질환들을 대부분 지역병원으로 돌려보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공의 수련 기간 중 더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나서, 대다수의 의사들은 지역사회로 나가 중증도는 낮지만 빈도가 높은 경증 질환을 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암수술만 계속 수련했는데, 나가면 별로 본적도 없는 담낭, 충수, 치핵, 탈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단 외과 뿐 아니라, 몇몇 특수한 과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전문과목이 같은 입장일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수련을 받았는데, 전체 기간의 대략 1/3정도는 파견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었다. 파견지는 지역 병원, 공공의료원 등이었는데 보는 환자군이 본원과 많이 달랐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주치의로 봤던 입원 환아들은 대부분 회복이 어려운 희귀한 병을 가진 장기 환자들이었지만, 지역병원에서 보는 소아환자들은 몇일 입원해 수액과 항생제를 맞으면 대부분 방긋방긋 웃으면서 나가는 환자들이었다.

환자들에 대한 접근법도 많이 달랐다. 본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 특성상 정확한 진단을 위해 고가의 검사들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역 병원에서는 경험적인 치료를 먼저 하면서 자연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수련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함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역사회의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환자군을 경험해본 것이 지금 현재 진료나 연구를 하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중증질환이나 희귀병도 초기에는 구분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의료현장에 섞여 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련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빈도가 훨씬 많고 더 일상적인 건강 문제를 잘 관리하는 능력 또한 지역사회에서 일해야 할 대부분의 의사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고 이에 대한 충분한 수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과목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수련의 중심 병원이 되더라도, 지역사회 병원들이 연계되어 지역사회에 흔한 질환에 대한 수련도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전공의를 지역 병원으로 순환 근무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파견 가는 지역 병원에서도 좋은 '수련'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도 전문의를 준비시키고,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진료 중심으로 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맞물려서, 미래의 의료를 책임질 전공의에 대한 수련 체계에 대한 개선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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