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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천 학교미세먼지사업단장 "보건·공학 융합 선례 남길 것"
신동천 학교미세먼지사업단장 "보건·공학 융합 선례 남길 것"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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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미세먼지관리 사업 참여 이유…"학생들은 특별한 존재"
"미세먼지 심한 날, 학교 가면 안전하단 생각 들도록 할 것"
마스크 착용 권고 기준 36㎍/㎥→50㎍/㎥로 변경해야

12월,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주의보'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사태'는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정한 1등급 발암물질. WHO는 미세먼지가 폐암, 급성호흡기질환,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회피행동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고, 성장기에 쌓인 독성물질이 신체 기관 발육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성인에 비해 호흡량이 많아, 미세먼지에 더 노출되기 쉽다.

정부는 학교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약 3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키로 했다. 올해는 약 47억 원을 투입했다.

서울시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10일, 학교 미세먼지관리 사업단장을 맡은 신동천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를 만났다. 그는 현행 '마스크 착용 및 외부활동 자제' 권고 기준인 초미세먼지 수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어린아이들은 특별한 존재"라며 학교 미세 먼지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동천 학교 미세먼지 사업단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홍완기
신동천 학교 미세먼지관리 사업단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홍완기

<일문일답>
학교 미세먼지관리 사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미세먼지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했다. 아이들에겐 특히 심각한 문제다. 이에, 아이들이 가정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 공간을 안전한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마디로, 학교의 미세먼지를 최소화하도록 만들자는 데서 출발한 사업이다.

단장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학교 미세먼지관리 사업단 공고가 1월에 나왔다. 4월에 단장으로 선정됐다. 공학분야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지만, 보건의학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공학을 포함한 전체적 융합사업을 하는데 더 좋을 것이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기간 동안 환경보건의학분야를 연구해 왔다. 정책에도 물론 참여했다. 특히, 어린아이들 문제가 부각되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환경보건 문제의 90% 이상은 어린아이의 문제다. 태아에서의 노출 문제와 성장 발육되는 시기의 노출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사람의 라이프사이클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에 학교 미세먼지관리 사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 적극 참여하게 됐다.

학생과 학교를 특히 주요 대상으로 보는 이유가 있다면?
어린 학생들은 호흡기 등 신체 기관 성장이 지속 진행되는 시기를 겪고 있다. 발육을 위한 세포분열 시, 독성물질에 취약하다. 성인에 비해 호흡량이 많고, 오염물질에 대한 회피행동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이에, 어린아이들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악영향만을 강조해 야외활동 등을 제한만 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을 수도 없다. 이에, 현재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마스크 착용 권고는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성장발육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운동을 장려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공공영역에서 학생들의 건강권·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교 환경이 집보다 못해선 안 된다. 획기적 공학 대책을 통해 학생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학생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일로, 이는 사회의 역할이다. 사업을 통해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도 학교에 가면 안전하다는 생각이 당연하도록 만들고 싶다.

신동천 학교 미세먼지 사업단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홍완기
신동천 학교 미세먼지관리 사업단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홍완기

구체적 사업내용이 궁금하다.
사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보건학과 공학의 융합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먼저, 보건을 포함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현상에 대한 진단을 선행하고 있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나올수록 더 좋은 해결책과 정책이 나올 수 있다. 현재 학교의 미세먼지 노출 상황이나, 학생들의 건강 상태, 노출 정도 및 활동 동선 등을 연구하는 기초분야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개선안을 공학적 분야에서 찾고 있다. 쉽게 말해, 학교 시설의 최첨단 실내환경을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공기청정기를 비롯한 환기장치, 창문 등을 통한 밀폐도, 교실의 기밀도 등을 이용한 대안을 진단·탐색·실험한다.

한 가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초미세먼지를 잡기 위해선 촘촘한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촘촘하다 보면 저항이 많이 걸려, 작동이 잘 안 될 수 있고, 에너지가 많이 든다. 먼지를 거르는 장치를 저항이 적도록 하는 첨단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 결국, ▲여과장치의 저항을 적게 하고 ▲환기장치가 구비돼야 하며 ▲소음이 적어야 하고, ▲에너지가 적게 들어,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4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현재, 사업의 진척 정도는?
전체 사업은 5년으로 예정돼 있다. 지금은 몇 개 학교를 우선 선정해, 학교 주변의 오염측정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진단 단계다. 학교 내·외부 상태와 미세먼지 침투 정도, 침투된 미세먼지의 성분 등을 분석하고 있다. 학생 200명을 선정해, 건강평가도 시작했다. 진단에 대한 기초분야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공학분야의 경우, 검토 단계에 있다. 특히 신축 학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적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계하고 있다. 기존 학교에 대해서는 설비 외에 다양한 대안들을 사전검토해, 적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단계에 있다. 특히 '에너지 절약'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면,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관련 권고에 의한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권고 기준을 제시한다면?
현재, 초미세먼지 35㎍/㎥ 까지는 보통, 36㎍/㎥ 이상에서는 나쁨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성장기인 아이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너무 엄격한 기준이다. 발육을 위한 활동에 지나친 제한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기초연구가 부족하다. 국내 연구가 없다. 이에, 해외의 연구 결과를 참고해 권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성인 45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50㎍/㎥ 미만까지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오염이 된 상황에서도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성인의 결과를 학생들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 건가?
대만의 성인 대상 결과를 학생들에게 그대로 적용한 이유는, 성장발육을 위한 운동이 중요하다는 대전제와 사업을 통한 오염수치 감소 효과를 예상한 결과다. 학생들의 동선, 활동공간을 파악해 오염 수치를 줄인다면, 총 노출 수치는 측정치보다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단 차원에서도 1∼2년 사이에 관련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신동천 학교 미세먼지 사업단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홍완기
신동천 학교 미세먼지관리 사업단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홍완기

사업 종료 후, 계획이 있다면?
5년 사업이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사업의 결과를 표준화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이는 법안 등 제도화를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의무를 부여하면 더 좋겠지만 각 학교가 스스로 따라갈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인증제도, 평가제도 등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확산 과정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관련 노하우나 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관련 내용을 세계의사회에 브리핑할 계획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학을 포함한 보건학, 공학이 융합돼 결과를 도출하는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 환경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전례로 남고 싶다. 꼭 성공시키고 싶다.

학교 미세먼지 관련 사업은 무엇보다 학부모님들과 교육행정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일은 개인적으로 정말 소중하다. 내년에 내 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학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내 가족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반드시 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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