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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선발, '아빠 찬스' 공정성 논란
전공의 선발, '아빠 찬스' 공정성 논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0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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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소신 지원 방해한다는 '어레인지 문화'란?
낙하산·눈치 게임 유형부터 'Kim/non-Kim'까지?…case 분석
(이미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공식 홈페이지) ⓒ의협신문
(이미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공식 홈페이지) ⓒ의협신문

최근 '프로듀스 101'을 포함한 아이돌 양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순위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관련자들은 구속기소 후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의료계에도 역시 '채용'을 둘러싼 '조작'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두가 안다는 공공연한 비밀, '전공의 어레인지 문화'다.

어레인지(arrange) 문화는 영어 뜻 그대로 '배열하다'를 의미한다. 흔히 전공의 과정을 수련할 병원 및 과 지원 시, 미리 내정자를 정해두는 문화를 가리킨다. 

최근 고려대학교의료원에는 어레인지 문화를 고발한 대자보가 붙었다. 고대의료원 P과 교수가 전공의 선발 특혜를 자녀에게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대자보에는 해당 교수의 딸이 흔히 인기과로 불리는 P과에 지원, 경쟁 없이 선발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성적이나 평판이 더 우월한 경쟁자가 있었음에도 '자녀 특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경쟁은 공정해야 하며,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전공의의 생각"이라며 "제도적 개선 없인, 어레인지 문화 등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현 대전협 부회장 역시 "어레인지 문화가 많이 없어지는 추세지만, 아직도 남아 있다"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도 이같은 행태를 자제토록 권고한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부정 선발' 원인 1순위로 '어레인지 문화'가 꼽히고 있다.

[의협신문]은 과거 '어레인지 문화'를 겪은 개원의와 현 전공의들의 제보를 유형별로 정리했다.

Case 1. "인기과에 안 몰리게 조정 좀 하자"…교수님들의 deal?!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현재 레지던트 4년 차인 A전공의는 지방을 중심으로, 여전한 어레인지 문화를 짚었다.

A전공의는 "서울이나 수도권은 모르겠지만, 일단 지방은 아직 대부분 어레인지 문화가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교수님들끼리 미리 어느 정도 정해놓고, 사전에 어레인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동기의 경우, 인기과에 지원을 희망했지만 이미 내정자만으로 TO가 다 차서, 차선책으로 다른 과를 지원했다. 인기과에 너무 몰리면 상대적으로 비인기과에 미달이 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교수님들 사이에서 어차피 안 될 애들은 다른 과 지원할 수 있도록 사전에 내정자를 흘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A전공의는 "비인기과 교수님께서 직접, 한 명 한 명씩 면담을 통해 '우리 과에 지원할 생각이 없느냐'고 설득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이러한 사전 통보 및 설득의 과정에서 대부분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교수님들의 요청을 대놓고 무시하긴 힘들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Case 2. "내 새끼 자리는 내가 만든다!"…'낙하산' 타입

B개원의 역시 전공과 지원 당시, 어레인지 문화로 인해 원하는 과를 가지 못한 동기의 사연을 들려줬다.

B개원의는 "교수님들의 자녀, 혹은 친척이 인기과, 원하는 과를 무혈입성한다는 얘기는 거의 정설처럼 떠돈다. 실제 동기 3명의 아버지가 같은 대학 교수님으로 계셨다. 그 3명은 모두 인기 과에 들어간 걸로 기억한다"면서 "반면 다른 동기의 경우, 원하는 과가 있었지만, 교수님이 예뻐하던 내정자로 인해 다른 과를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과를 갔던 동기의 경우, 내정자 소문을 처음 접했을 때는 오기로라도 해당 과를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해당과 교수님이 '정말 이 과를 꼭 가야겠느냐'면서 다른 병원을 알아봐 준다고까지 했다고 한다"면서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 동기의 고뇌는 상당했다. 소송까지 갈 거라는 말도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세월이 흘러, 당시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위치가 바뀌어 지금은 운 좋게도 인기과를 전공해, 다행이라 얘기하곤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Case 3. "우리끼리 이러지 말자"…동기 내 '눈치 게임' 유형

C개원의는 "어레인지는 동기 내에서도 이뤄진다"고 밝혔다.

C개원의는 "대외적으로는 교수들의 '픽'에 의한 어레인지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공의-수련의, 수련의들 사이에서 알아서 정리되는 사례가 더 많다"고 말했다.

"동기들 사이에서 군대를 다녀온 5살 많은 분이 계셨다. 그분이 들어오는 걸 꺼리는 전공의분들이 계셨고, 결국 원하는 과를 하지 못했었다"면서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일을 시키거나 할 때 불편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었다"고 전했다.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나 역시 밑으로 13살 많은 분이 인턴으로 들어와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회진을 돌면 환자분들이 13살 많은 인턴에게만 인사하고, 증상도 인턴에게만 얘기했었다"고 회상했다.

C개원의는 "수련의들 사이에서 '나 00과 지원한다! 분명히 말했다!'라면서 찜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 의 상하기 싫으면 알아서 피하라는 식이었다"면서 "다른 학교에서도 눈치 게임을 하듯 먼저 지원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Case 4. "입대 예정자는 제외?"…유명했던 Kim/non-Kim 구별법을 아시나요?

D개원의는 한 때 유명했던 Kim/non-Kim 구별법을 설명했다.

D개원의는 "예전에는 군대 다녀올 사람 TO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 TO가 따로 있었던 병원이 있었다. 현재도 군대 다녀온 사람만 지원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 성이 김 씨여서 Kim과 non-Kim으로 구분했었다. 의료계에선 유명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D개원의는 "우리 학교의 경우, 특정과 TO가 2명이었다. 이때, 공부 잘하는 Kim 2명과 공부 바닥인 non-Kim 한 명이 지원했는데, non-Kim이 바로 합격했었다"며 입대 예정 지원자 기피 현상을 설명했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실제 몇몇 수련병원에서 시험, 면접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기 전에 미리 사전 어레인지로 전공의를 뽑는 사례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며 "이는 전공의가 과를 선택함에 있어, 공정하지 못한 '원칙'을 저버리는 처사로 판단된다. 이런 문제들은 바로잡아야 함이 마땅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국·병원마다 다른 선발의 기준을 모두 획일적으로 터치할 순 없는 문제라고도 짚었다.

여한솔 부회장은 "각 의국, 병원마다 전공의를 뽑는 기준의 다양성 또한 존중돼야 한다. 이에 각 의국의 기준을 하나하나 터치하는 것도 올바른 처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미리 각 의국 특성에 맞는 선발 규정을 고시하고 그 기준에 따라 합당한 심사를 거쳐 결정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라며 "추후 객관적인 증거가 나온다면, 수련병원과 의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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