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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임상시험 대상 여부 알려줘야 하나?

신약 임상시험 대상 여부 알려줘야 하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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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생명윤리법 상 응답의무 이행하지 않아 위법"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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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임상시험 대상인지를 알려달라는 가족의 요청에 병원 측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것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응답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가족이 신약 임상시험 대상인지 여부를 알려달다는 정보공개 청구 요구에 의료기관이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은 경우 위법하며,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A씨(원고)의 부친은 2010년 6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후 B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2014년 7월 16일 사망했다.

A씨는 2015년 1월 9일 B병원(피고)에 대해 부친이 임상시험 대상인지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A씨는 B병원이 신청서 접수 이후 4년 9개월이 넘도록 명시적인 회신을 하지 않자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응답을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게 위법한지 가려달라는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약품의 임상시험은 의약품을 통해 연구대상자를 직접 조작해 자료를 얻는 연구로써 생명윤리법 관련 법령이 정하는 인간 대상연구에도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B병원은 정보공개 청구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연구대상자의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생명윤리법상 정보공개청구권을 공권으로 보고, 그 구제는 항고소송을 통해서 하도록 함이 목적론적으로도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생명윤리와 관련한 법령은 연구대상자 고유의 정보공개청구권을 규정하고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구의 대상이 됐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사람의 정보공개청구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서울행정법원은 인간 대상연구에 있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 등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윤리법의 이념에 주목했다. 또한 인간 대상 연구에서 자기 결정권의 핵심적 영역에 관한 사항인 경우에는 알권리를 보장할 필요성이 큰 점에도 비중을 뒀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씨의 정보공개 청구는 자신도 모르게 임상시험 대상이 되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해소함으로써 그 자신의 인간 존엄이 위협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인 점 등을 고려하면, 생명윤리법 및 생명윤리법 시행규칙 규정을 유추 적용해 인간 대상연구의 대상이 됐는지 여부에 관해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어떤 사람이 특정한 임상시험의 대상이 됐는지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가운데 해당 병원의 치료 중 사망한 경우, 그 유족인 자녀는 사망한 부모의 인간 대상연구 대상자 여부 등의 정보공개를 요구할 조리상의 신청권을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부친의 임상시험 대상 여부에 관한 의심을 품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고, 책임 있는 기관의 답변을 통해 해소돼야 할 정도의 의문에는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A씨에게 정보공개를 구할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된다"면서 "B병원이 이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생명윤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하는 응답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관련 법률>
*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9조(기록의 유지와 정보의 공개)
① 인간대상연구자는 인간대상연구와 관련한 사항을 기록·보관하여야 한다.
② 연구대상자는 자신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으며, 그 청구를 받은 인간대상연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기록·보관 및 정보 공개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국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6조(정보 공개의 청구)
① 법 제19조제2항에 따라 자신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려는 연구대상자(이하 청구인이라 한다)는 그 정보의 보관기간 이내에 별지 제7호서식의 정보 공개 청구서에 다음 각 호의 서류를 첨부하여 해당 연구를 심의한 기관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1. 해당 연구 참여 시 작성했던 동의서 사본 또는 그 연구의 연구대상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2. 법정대리인의 경우 법정대리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② 기관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정보 공개 청구서를 접수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해당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에게 전달하여야 한다.
③ 연구자는 기관위원회로부터 정보 공개 청구서를 전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인이 공개를 요구한 정보를 기관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④ 기관위원회는 연구자로부터 제3항에 따른 정보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사유를 제출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청구인이 요청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하거나 비공개 사유를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정보 공개를 청구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기관위원회가 공개여부 등을 청구인에게 통지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공개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
⑤ 기관위원회는 정보 공개 과정에서 청구인과 연구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다른 연구대상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⑥ 이 법 또는 이 규칙에서 정하지 않은 정보 공개의 절차 및 방법, 기록·보관 등에 필요한 사항은 기관위원회에서 별도의 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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