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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전문의 출산·육아휴직 가면 전공의 줄인다?
지도전문의 출산·육아휴직 가면 전공의 줄인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0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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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일가정 양립 지원 법률 위배"
보건복지부·수련환경평가위에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 개선 권고

전공의 수련 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가 출산휴가(3개월)와 육아휴직(1년 이내)을 갈 경우 '지도전문의 결원'으로 판단, 전공의 배정 인원까지 줄이는 '수련병원(기관) 지정 및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진단이 나왔다.

권익위는 최근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인해 지도전문의의 결원이 발생했을 때 전공의 수련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수련병원(기관) 지정 및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이하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현행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에는 수련병원 별로 배치하는 전공의 배정 인원수는 수련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지도전문의의 인원수에 따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도전문의가 3개월 이하의 일시적인 결원이나, 1년 이하의 해외연수를 위한 출장 또는 1년 이하의 국내연구 년으로 승인받은 때 결원이 발생한 경우에는 지도전문의 인원수에 포함하도록 한다'는 예외 규정을 둬 전공의 인원수 배정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있다.

실제 과별 전공의 정원책정 기준을 보면, 내과의 경우 지도전문의 7인에 전공의 1인을 배정하고, 추가 지도전문의 1인당 전공의 1인을 가산하도록 하고 있다. 영상의학과와 외과도 지도전문의 6인에 전공의 1인을 배정하고, 추가 지도전문의 1인당 전공의 1인을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에서는 지도전문의가 출산휴가(3개월)·육아휴직(1년 이내)으로 인해 근무 공백이 발생할 경우 예외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지도전문의 1명이 출산 및 육아 휴직을 할 경우 전공의 1명이 배정 인원수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여성 지도전문의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수련병원 B지도전문의는 최근 출산을 앞두고 출산휴가 3개월에 남아 있는 연차휴가 15일을 연속해서 사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에서 정한 '3개월' 조항이 맘에 걸렸다. 

B지도전문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3개월 이상의 근무 공백이 발생할 경우 전공의 배정 인원수와 수련 교육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권익위에 '전공의 정원책정'을 개선해 달라는 민원을 신청했다.

B지도전문의는 "정원책정 방침에 따라 15일의 휴가를 추가로 사용하게 되면 '지도전문의 결원'으로 인정돼 전공의 배정 인원수가 줄어들어 불이익이 발생하는데, 이 불이익 때문에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출산휴가 등을 사실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며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민원 신청인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도전문의 인원수에 대비해 전공의 배정 인원수가 결정되고, 전공의 수련 교육 인정 기준에는 지도전문의가 3개월 이하의 일시적인 결원이나 1년 이하의 해외연수 및 1년 이하의 국내연구 년에 따른 결원의 경우에만 예외로 인정하고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상 보장된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 예외 사유로 추가할 것인지는 관련 의료단체와 협의해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도전문의의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1년 이내의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도 예외 조항으로 포함해야 한다"면서 "이런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현행 1년 이하의 해외연수 및 국내연구 년에 부여되는 예외 조항 역시 삭제되는 것이 형평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에서 지도전문의의 일시적 결원을 인정하는 것은 전공의 수련 교육의 질 담보가 가능함을 전제로 하는 예외 규정이므로, 현행 3개월의 일시적 결원 또는 1년 이하의 해외연수로 인한 출장 및 국내연구 년을 제외한 사유에 또 다른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대전협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권익위는 "연차 유급휴가(15일) 및 출산 전후 휴가(3개월)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장된 권리이고, 육아휴직(1년 이내) 역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장된 권리"라면서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은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에는 수련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지도전문의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대해 그 사용을 보장하고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 적용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출산휴가(3개월)와 연차휴가(15일)를 연속해서 사용해 결과적으로 3개월을 초과하게 되면 전공의 수련 교육이 인정되지 않게 되는데, 이는 법상 보장된 연차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보완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지적했다.

지도전문의 해외연수 1년은 포함하면서 법상 보장된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불평등 하다는 점도 짚었다.

권익위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으로 지도전문의 결원이 발생하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대체 인력 확보 및 정원책정 기준의 상향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도 지도전문의가 출산휴가·육아휴직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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