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 鹽葬
강물과 치어의 기억을 잊어버린
건기의 소금호숫가
폐경기의 자궁내막 위
접이식 몸체 하나가, 풀려진
시계태엽처럼 웅크리고 있다.
오랜 보행으로 짓무른
발목과 발바닥을 호수에 담그고 절인다
고해하다 지친 혓바닥을 담그고
혀의 빨대로 썩기 쉬운 내장부터 소금물을 채운다
정오의 집광판이 된
빛과 소금의 몸통이
벽조목처럼 단단해 진다
물결의 움직임도 없는 내막,
마른 뻘 조각으로 귀를 봉한다
물고기와 물새의 움직임도 아득하여
퇴화된 눈을 염포로 감싼다
내장된 빛과 소금 알갱이가 분리되는
소금호수의 자정,
염장된 골수의 구멍에서 방사된
인광燐光에 싸인 기파氣波 들이 일렁이며
빛의 레퀴엠을 펼친다
호수의 물은 더욱 검어지고
호수의 별은 더욱 하애진다.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 <미네르바>(2007) 등단/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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