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잘못이라 칭하는" 의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잘못을 잘못이라 칭하는" 의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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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중앙윤리위원회·SNS 가이드라인 제정부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까지 "의사는 의사가 가장 잘 안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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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 고귀한 신분, 귀족을 뜻하는 프랑스어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를 합친 말이다. 1808년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유래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기 로마 시대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 의식 및 공공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최근 의료인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의료인 스스로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의 '자정 노력'은 사회적 책무를 충족하고, 타 직종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의 건강·생명에 관여하는 직업을 다루는 직군은 특히 타 직군에 비해 더 높은 도덕적 책무를 요구받는다. 의사 역시 마찬가지다. 의사윤리강령과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 되기'의 통과의례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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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잘못이라 칭한다"…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의사들의 윤리적 일탈행위를 의사단체 스스로 평가, 규율하는 곳이 있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다. 의사윤리 강령과 의사윤리 지침 등을 위반한 일탈 회원을 징계한다. 중앙윤리위는 의사들의 윤리의식을 자율적으로 고취시켜 '의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이슈가 됐던 '34주 태아 살인사건'의 A의사 역시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의사는 낙태하려던 34주 된 태아가 산 채로 태어나자,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해당 보도를 근거로 20일 해당 회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키로 한 것이다.

같은 의사회원, '내 식구'지만 법적 판단도 나오기 전에, 잘못을 물은 것이다. 어찌 보면 법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객관적 시각의 윤리 판단은 국민에게 의사집단의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앙윤리위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 11명의 위원 중, 4명을 비의료인으로 구성했다. 보다 객관적 시각에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자정 노력의 일환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1월 14일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대한의사협회는 11월 14일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의사의 온라인 품격' 관리…SNS 가이드라인 제정

의협은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윤리적·법적 문제 예방 및 전문직 명예 훼손 방지'를 취지로 밝혔다.

의사들 스스로 '온라인에서의 행동강령'을 발표한 것. 일부 의료인 SNS 활동이 논란을 일으킨 것이 시발점이 됐다.

자신이 진료한 환자에 대한 진료 정보를 SNS에 공유한 일이 있는가 하면 응급실에 연예인 OOO가 왔다며 SNS에 공유하거나, 수술방에서 찍은 셀카를 업로드한 사건도 문제가 됐다.

직업 전문성과 의료윤리에 입각한 SNS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의협은 '솔선수범'의 자세로 가이드라인 작업에 착수했다.

가이드라인이 또 다른 제재 수단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이드라인 개발 필요성에 공감했다.

항목으로는 ▲개인의 정보(비밀)보호 ▲정보의 적절성 ▲환자와 의사의 관계 ▲전문가로서의 품위 ▲의사(동료) 간 커뮤니케이션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교육 ▲이해의 충돌 등 7개 영역을 밝혔다.

명순구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11월 14일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사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전문가집단 자부심의 표현"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의사들의 직업적 특성, 사회적 지위,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높은 윤리가 요구된다는 것이 일반적 정론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018년 11월 20일 대검찰청을 방문, '무자격·무면허 대리수술 고발장'을 제출했다. (왼쪽부터) 박종혁 의협 대변인, 최대집 의협회장, 전선룡 의협 법제이사 ⓒ의협신문 홍완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018년 11월 20일 대검찰청을 방문, '무자격·무면허 대리수술 고발장'을 제출했다. (왼쪽부터) 박종혁 의협 대변인, 최대집 의협회장, 전선룡 의협 법제이사 ⓒ의협신문 홍완기

"동료를 평가한다"…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의사 '전문가평가제'는 의사회원에 대한 의료윤리 및 범죄 사안을 의사단체에서 직접 다루는 것이다. 즉, 의료인 단체의 자율규제 기능 강화 역할을 한다 말할 수 있다. 전문가평가단 조사 및 시도지부윤리위의 제소가 이뤄지면, 시도지부윤리위원회 의결을 통해 자체징계·보건소 의뢰·형사고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평가제는 "의사는 의사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논리와 "전문가 스스로 윤리적 소임을 판단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2018년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무면허 수술 실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자, 최대집 의협회장은 대검찰청을 방문, 해당 의료진들에 대한 '무자격·무면허 대리수술 고발장'을 제출했다. 의료계가 선제적 자정을 위한 적극 행보를 대외적으로 알린 사례다.

당시 최대집 회장은 "의료계 내부 사정은 의료계가 가장 잘 안다. 각 시도의사회 네트워크망을 이용한 많은 자료를 신속하게 수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의사단체"임을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계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의사면허에 대한 권리·권한을 별도의 전문가 단체에 위임해야 한다"면서 독립된 면허관리기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 첫 단추로 제안된 것이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적극 시행 및 확대였다.

전문가평가제는 2016년부터 2018년 2년 동안 △경기도의사회 △광주광역시의사회 △울산광역시의사회 3곳에서 1차 시범사업을 벌였다. 1차 시범사업에서 심의된 건수는 16개. 이 중 조치·처분 의뢰된 건수는 모두 3개였다.

2019년 5월부터 시작한 2기 시범사업에는 △서울특별시의사회 △광주광역시의사회 △대구광역시의사회 △대전광역시의사회 △부산광역시의사회 △울산광역시의사회 △인천광역시의사회 △전라북도의사회 8곳이 참여 중이다.

'자정작용'을 위한 전문가평가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적극적인 활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평가제 역할·영역에 대한 확대가 이뤄진다면 더욱 유효한 활동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출범 6개월 만에 6건의 민원을 접수, 이 중 3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박홍준 회장은 10월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현황을 이같이 발표하며 "전문가평가단의 주요 덕목은 상식에 바탕을 둔 객관과 공정이다.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광역시의사회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부산지역 A병원 B교수의 전공의 폭언·폭행·금품 갈취 사건을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심의,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심의는 대전협의 제보로 이뤄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1월 1일, B교수가 수련을 받고 있는 소속 전공의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고 제보했다. 이에 부산시의사회는 11월 26일 '전문가평가제 광역평가위원단' 회의를 개최, 전공의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B교수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부산시의사회는 "현재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며 "해당 교수와 사실관계 확인 절차 등을 거쳐 그에 따른 향후 진행방향 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의협중앙윤리위원회부터 전문가평가제, 윤리적 규율지표인 가이드라인 제정 등 의사집단 스스로,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고 윤리적 중심을 잡고자 하는 일련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의사들의 윤리의식은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형성과 의사 스스로의 해 결국엔 국민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바탕으로, 독립된 면허관리기구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밝혔다.

박종혁 대변인은 "선진국의 사례와 같은 독립된 면허관리기구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앞으로도 의사들의 자정 노력이 쌓여간다면, 독립 의사 면허관리기구의 필요성·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까지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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