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주권 확립·자급화?…"정부가 먼저 나설 때"
백신 주권 확립·자급화?…"정부가 먼저 나설 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11.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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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임상 지원·NIP 공급가격 현실화·폐기백신 부담 지원 절실
"공공재 역할 인식…정부 전방위적 산업 지원 강화책 마련돼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백신 주권 확립과 자급화를 위해서는 국내 백신기업 R&D·임상시험 지원, 백신가격결정 명확한 기준 마련, 국가예방접종(NIP) 공급 가격 현실화, 백신기업 의견 수렴, 폐기 백신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백신주권 확립과 자급화를 위한 산업 육성 정책 세미나'를 열고 국내 백신 시장 현황과 정책적 지원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남인순 의원은 "백신의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발전 지표 중 하나로 이용되고 있으며 전염병 확산을 막고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정부에서도 모두 28종 백신의 자급화를 목표로 백신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자급화를 위해 원액 생산부터 최종단계까지 전주기과정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동력이 여의치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며 "백신 R&D 지원을 비롯 가격산정 문제, 수입산 백신 선호 인식 개선 등 공공재로서의 백신을 위한 전방위적인 산업 지원 강화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 발제를 맡은 송만기 사무차장(국제백신연구소 사이언스부)은 글로벌 백신개발 동향과 전망에 대해 살폈다.

현재 국내 백신 시장 규모는 5739억원으로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26%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5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완제의약품 수입액 기준(2017년) 상위 10대 품목중 조스타박스주·프리베나13주 등 2개 품목이 2위, 4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송 사무차장은 글로벌 백신개발 동향을 먼저 짚었다.

송 사무차장은 "전통적인 백신은 유정란 기반 생산법에 의존했지만,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난개발 백신 및 신종 감염병에 대한 차세대 백신개발이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363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85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노로바이러스·결핵 백신 등이 차세대 시장 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85개 백신이 시판 중에 있으며 감염병 백신 80개(94%)와 암·알러지 백신 5개로 파악됐다. 또 182개 백신이 임상개발 중에 있으며, 감염병 112개(62%)·암 49개(27%)·기타(알러지 등) 21개(11%) 등으로 나타났다.

패치 형태 백신인 마이크로니들 백신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백신주권 확립과 자급화를 위한 산업 육성 정책 세미나'를 열고 국내 백신 시장 현황과 정책적 지원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백신주권 확립과 자급화를 위한 산업 육성 정책 세미나'를 열고 국내 백신 시장 현황과 정책적 지원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송 사무차장은 "마이크로니들 백신은 접종시 의료인력이 필요치 않고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며, 저장 보관성 향상, 백신 효과 극대화 등 장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현재 임상 2상 중으로 상용화되면 상당부분 주사제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에서는 대량 생산 측면에서 한국이 기술력을 보유해 상용화 땐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국제적 공조 활동도 소개했다.

송 사무차장은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신속대응을 위해 발족한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는 1조원 정도의 펀드가 만들어졌다"며 "이들은 Lassa·MERS·Nipah 등에 대한 백신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세피는 단일 백신개발에 임상 2상 까지 500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으며, 실제 질환이 발생한 경우 임상 3상까지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백신 시장은 조스터 백신(GSK)·에볼라 백신(머크)·아데노바이러스백신(얀센) 등 새로운 형태의 백신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한 송 사무차장은 "기존 개념의 백신 개발도 힘겹게 따라가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는 글로벌 트렌드를 맞출 수 있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정책팀장은 '백신의약품의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해 진단했다.

이 팀장은 "백신 자급화를 위한 정부의 추진 정책이 정부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민간 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며 "국내 제조 백신 개발을 위한 투자여력 상실 등으로 국내 백신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백신시장이 성장 전망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백신시장은 유전자재조합의약품에 이어 두 번째 규모로 커졌지만 성장은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은 팀장은 "최근 3개년 국내 제조 백신 내수시장 동향에 따르면 유통백신 출하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제조 백신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다"며 "계절형 백신인 인플루엔자 백신이 30%를 차지해 이를 제외하면 배신 점유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백신산업 현황과 경쟁력도 되짚었다.

이 팀장은 "백신산업은 개발 및 생산 시설에 많은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는 산업"이라며 "다른 의약품과는 다르게 허가와 제조방법이 까다롭고 높은 규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백신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을 제외한 R&D·임상·마케팅·제조·국가정책 등 나머지 부분에서 미국·유럽·일본 등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이 팀장은  "가격 경쟁력측면에서도 선진국과 비교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원가 대비 90%인 가격으로 인해 판매할 수록 손해를 입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백신 산업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산업으로 평가됐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이 팀장은 "산업연관분석을 통한 백신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백신산업 시장규모를 기준으로 약 1조 3199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2388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국내 백신기업의 산업 선도를 위한 첫 과제로 가격문제가 꼽혔다.

이 팀장은 "수입 백신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2.25% 가격이 오른반면, 국내 백신은 0.37% 인상에 그쳤다"면서 "국내제조 백신과 완제품 수입백신의 NIP 가격을 해외 가격과 비교하면 국내 제조 백신의 가치가 심각하게 평가절하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NIP백신 수급 불안정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신 자급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이 팀장은 "높은 수입의존도와 다양하지 않은 공급원 구조·백신 구매 및 운영방식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NIP 백신 수급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기 백신 문제도 선결과제로 지적됐다. 2011∼2015년 과잉생산으로 폐기된 독감 백신이 2070만 도스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한 해분 공급량과 유사한 분량이다.

이 팀장은 "인플루엔자 백신의 과잉 생산으로 폐기되는 백신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폐기 물량을 대부분 제조사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주권 확립과 자급화를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원가보상제와 실거래 가격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연구개발 부터 생산까지 전주기를 포괄한 국내 기업 R&D를 지원방안과 폐기백신 발생 및 처리 정부 지원, 특허권 분쟁 발생 때 제도적 지원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은 팀장은 "국내 백신시장은 출산율 감소로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등 시장성장 저해 요인이 있으며, 정부가 NIP 백신가격을 제한하고 정해진 가격도 너무 낮아 시장성 확보가 어렵다. 다국적 제약사의 높은 특허장벽으로 국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높고 폐기 백신 비용 부담 역시 크다"며 "백신 자급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정부기관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민간 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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