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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의 노교수, 동년배 환자들의 벗이 되다
연륜의 노교수, 동년배 환자들의 벗이 되다
  • 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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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원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
권성원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의협신문
권성원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의협신문

대한민국 전립선 질병의 예방과 치료의 외길을 걷고 있는 권성원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 40여 년 동안 1만회 넘게 수술을 집도한 칼잡이 의사다. 

전립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도서벽지를 찾아다닌지 17년.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전립선 파수꾼인 권성원 회장은 최고 권위의 명의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는 것이 더욱 행복하다고 말한다. 

유쾌한 입담과 진중한 카운슬링으로 동년배 환자들에게 좋은 친구로 손꼽히는 권성원 회장을 CHA의과학대학교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진료실에서 만났다.

권성원 회장은 이화여대 비뇨의학교실에서 정년퇴임 후 강남차병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산모들과 아기들로 가득 찬 병원 한쪽에 허리가 굽은 어르신 환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대기 시간이 여간 길지 않다. 

"1995년 당시 서울의대 학장인 김영균 교수가 한국전립선관리협회를 창립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립선질환'과 '치매'를 노인들의 삶의 질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중점관리해야 하는 사업으로 선정했습니다. 각 나라의 비뇨의학회를 통해 전립선질환에 대한 계몽과 검진사업을 권장하면서 협회를 창립하게 됐지요."

권성원 회장은 "전립선 질병은 60대 이상의 60%, 70대 이상의 70%가 고생할 정도로 단일 질병으로는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이라며 "전립선 질병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건복지부와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사단법인이 바로 한국전립선관리협회"라고 소개했다.

한국전립선관리협회 회원들은 2003년부터 도서벽지를 찾아다니며 무료로 전립선 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17년 동안 보건소 순회 진료를 포함해 8만 8천여 명의 환자가 배뇨곤란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자원봉사에는 연인원 1만 4천여 명이 참여했다. 

권성원 회장이 발품을 판 주행거리만 5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뇨의학계의 대표적인 중진 원로 교수들이 있습니다. 백발 노교수들이 그 오랜 세월동안 전국 오지를 찾아다니며 배뇨장애가 있는 또 다른 노년들의 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전국 오지 돌며 발품 팔아온 노교수들에게 찬사를

2001년 한국전립선관리협회 2대 회장으로 취임한 권성원 신임회장은 전립선 질병에 대한 환자들의 무지와 체념을 예방과 치료를 통해 돌려놓겠다는 막연한 꿈을 위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의학 수단은 국민에게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노인성 질환의 유병률은 높아질 것이기에 국가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의사들의 사명감이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

오지의 환자들에게도 그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찾아가는 의사를 자처했다. 

2003년 전남 고흥에서 돌고 돌아 2019년 전남 장흥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비뇨의학과 의료진들을 직접 모으고 함께 도서벽지 무료진료와 건강강좌를 열었다. 41회를 맞고 있는 도서벽지 전립선 무료진료는 협회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됐다.

"애환이 깃든 작은 섬 소록도를 시작으로, 배뇨 장애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만났습닏다. 한번 나갈 때마다 전쟁과도 같은 일들이 펼쳐집니다. 700여 명 어르신들을 하루에 모두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여럿이 함께 힘을 모아 해냈습니다. 전국의 오지를 돌며 발품을 팔아온 노교수들의 용기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권성원 회장은 단 한명이라도, 의료의 불모지에서 전립선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르신이 있다면 달려가겠다고 했다.

"일년에 2∼3차례 사방 100km 안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곳을 찾아다닙니다. 고성건 고려의대 명예교수, 김세철 전 중앙대 의료원장, 송재만 전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장 등 우리나라 최고의 이름난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이 협회의 임원을 맡아 최고의 드림팀을 만들어 주셨지요. 버스를 대절해 지역을 방문하는데, 한번 움직일 때마다 100여 명 정도가 움직입니다. 바쁜 가운데 함께해 준 우리 팀에게 고맙다는 말은 아무리 해도 부족합니다."

배뇨의 쾌감 전파한 24년 나눔 활동

한국전립선관리협회는 영세민을 위해 매주 목요일 서울 근교 보건소를 찾아다니며 전립선 검진과 건강강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4년 동안 지속하고 있는 협회의 기본사업이다. 매회 200여 명의 저소득층 환자들이 의료 혜택을 받았다. 지금껏 6만 7천여 명의 어르신들이 전립선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2005년부터 5회에 걸쳐 '전립선질환과 지역사회 의학'을 주제로 전국 보건소장을 위한 심포지엄도 열었다. 

'노년의 행복한 삶'을 주제로 증가하는 노령 인구의 삶의 질을 어떻게 얼마나 높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전립선질환 관리와 예방을 비롯해 보건소의 역할에 대해 모색했다.

한국전립선관리협회는 전립선질환 진단·치료·예방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2002년 협회지 <전립선>을 창간했다. 이 계간지는 '시원한 오줌, 늘 푸른 인생 이야기'를 모토로 노년을 위한 건강 가이드를 표방하면서 <건강한 전립선 시원한 배뇨>라는 이름으로 제호를 바꿨다. 그동안 44만 2천 부를 발행했다. '전립선을 아십니까', '당신의 전립선은 건강하십니까' 등 전립선질환 책자도 만들었다.

20년간 9만여 명의 전립선질환 진료 기록을 꼼꼼히 정리한 자료와 통계는 최근 들어 역학논문으로 인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년의 질병 관리에 큰 도움을 주는 자료로 활용되면서 전립선 질환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협회의 24년 세월은 그야말로 보람이지요. 의료봉사는 Share라고 생각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열정을 나누는 것이죠."

잘 듣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우령찬 목소리로 설명하는 권성원 회장은 진료가 끝날 때쯤 목소리가 쉴 정도지만 괘념치 않는다고 했다. 

권성원 회장은 "전립선관리협회에서의 나눔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오랜 시간 함께해 준 많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봉사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했다.

"봉사도 즐거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누군가에게는 '사서 고생'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큰 즐거움이자 행복입니다. 사는 날 동안 계속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죠."

눈 감는 그날까지 봉사하면서 가진 것을 나누기를 자처하는 권성원 회장, 앞으로도 변함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 나눔 활동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산간벽지를 찾아가는 비뇨의학과 의사로, 오지 동년배 환자들의 벗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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